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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병역거부자

아침에 현민 선고공판에 갔다. 생각해보니 병역거부자의 재판에 가본게 꽤나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전철이 생각보다 늦게 와서 부랴부랴 재판정으로 들어갔다. 병역거부자 재판에 여자 판사를 직접 본 건 처음이었던 듯. 자신은 피고의 병역거부 이유를 이해는 못했지만, (그것이) 헌법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에 속한다는 것은 알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헌법엔 양심의 자유를 경우에 따라선 제한할 수 있다고도 나와있기에 자신은 유죄를 줄 수밖에 없다면서 1년 6월을 선고했다. 대신 신변정리를 위해 법정구속을 시키진 않겠다고 했다.

 

'법정구속을 하진 않겠다'라고 판사가 말하던 시점 즈음부터 현민이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한 걸 몰랐던 나는 판사의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개썩소'부터 나왔다. 선고공판을 앞두고 미리 알아서 '신변정리'를 다 마치고, 전날 밤에는 묘한 긴장감으로 잠도 못 이뤘을 그 상태가 전혀 낯설지 않았기에, 3월 3일이 선고날인 사람이 3월 4일 이후는 머릿속에서 이미 지워놓았다가 생전 두 번째 만난 판사라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덤처럼 잉여의 시간이 생겼을때 느꼈을 당혹감, 어이없음, 허탈함에 감정이입이 되었기에 난 짧은 탄성과 함께 허탈한 헛웃음이 먼저 나왔던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일주일 구속이 늦어지는 바람에 괜히 나중에 가석방 한 달 늦어지는 일이나 없으면 좋겠단 생각이 바로 찾아듦을 자각했을 때, 우리네 병역거부가 전쟁을 말하고 평화를 논하고 국가시스템을 언급할 때의 '거대함'은 어느새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저 남들처럼 사법고시 공부해서 판사란 직업을 가진 어느 한 사람의 결정 하나에 이렇게 희로애락을 맛보는구나 싶어서 기분이 참 거시기해진다. 자신의 결정에 자기가 책임을 지는거긴 한데, 지난 몇 년간 지속된 불안함 혹은 우울함의 원인이 비단 병역거부 때문만은 당연히 아니겠지만, 군대를 갈지 안 갈지를 고민하고 감옥을 갈지 말지를 나름 온 존재를 던져 고민해왔는데 내 이런 고민의 맥락이 2분이나 될까말까한 판사의 판결에 간단히 정리가 되버린다는 허무함이 자꾸 찾아들려고 하는 게다. 음, 그래, 뭐, 때론 이런 허탈함이 강렬해지는 시기도 있는거고. 내가 왜 징병제를 유지하고 대체복무를 허하지 않는 한국에서 태어났을까 싶기도 하지만, 병역거부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막의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9년 10년씩 갇히는 에리트리아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니깐, 그냥 내 팔자인게지.

 

현민 재판이 끝나곤 지난 2일이 영장날짜였다는 김영배씨 병역거부 기자회견 준비회의 자리에 함께했다. 낼 오전 홍대 샤에서 하기로 했는데, 발언자들을 보니 사회당 사람들이 많다. 분위기가 어떨지 기자나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올지 궁금. 

 

  

 

 

The Shministim are Israeli high school students who have been imprisoned for refusing to serve in an army that occupies the Palestinian Territories. December 18, 2008 marked the launch date of a global campaign to release them from jail. SHMINISIM 2010: A new Shministim letter has been drafted for 2010, and 88 Israeli young people have signed it. The letter, addressed to Prime Minister Netanyahu, slams the Occupation and asks, “Can military rule of a civilian population be considered anything other than a dictatorship?”  To learn about this new class of conscientious refusers, go here.

-http://december18th.org/

 

한국에서 새로운 병역거부자 그룹은 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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