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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

*"you could have left me there, in jail."
"could have or should have?"
"Maybe both."

<프리즌 브레이크>에 나오는 석호필과 마혼의 대사 덕분에 이 문법은 이제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마혼이 <다크 나이트> 초반부에 나온 걸 보고 퍽이나 반가웠던 기억이 문득 든다. 개인적으로 마혼을 만나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뭔가 동네 아는 사람을 티비에서 봤을 때 놀라는 반응과 비슷하달까.ㅎ

* 고등학교 시절 여러번 독파한 맨투맨 영문법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문과였음에도 불구하고 적성검사를 하면 이과적성이 문과적성 수치보다 근소하게 높게 나오기도 했고, 고3때 좋아했던 영어선생님이 다른 친구 한명과 나를 비교하면서 그 친구는 문과적인 냄새가 나는데 나는 이과적인 기질이 더 두드러진다고 얘기를 했을때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던 기억이 난다. 여기 와서 영어 공부를 썩 열심히 한건 아니지만 문법 공부를 하면 할수록 예전에 맨투맨을 볼 때의 느낌들이 떠오르곤 한다. 특정 문장 구조들을 분석해 들어가면서 뭔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을 즐기는 걸 보면 내가 정말 이과 체질에 더 가까운 걸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에게 수학은 가장 꺼리는 과목 중에 하나였는데,,

* 한 학기에 약 15주 정도 되는 대학 수업도 들쑥 날쑥 제멋대로 다니던 내가 여기 와선 매일 아침 9시부터 똑같이 반복되는 26주의 시간을 꾸역꾸역 어찌됐든 결석도 별로 안 하며 잘 다녔다. 이 짧지 않은 기간동안 뭘 배웠냐는 질문을 받는다면,,몇 가지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하나는 부가의문문,,여기 말로는 tag question. 미국 영어를 배울땐 무조건 문장 뒤에는 'right'을, 상대 말에 반응할 때는 'really'라는 말을 붙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여기 와서 보니 그것만으론 2%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 예컨대 "It wouldn't be possible, would it?"와 같은 문장이나  "I've decided to do it"/"have you?" 와 같은 반응들. 한국 말에서 "그치?"라고 할때의 느낌을 담아낼 수 있는.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줄 때 내가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데 특히나 더 빛을 발하는 정말 유용한 언어인 것 같다. isn't it?
또 하나 여기 와서 확실히 알게 된 건 "will" 과 "be going to"가 다른 맥락에서 쓰인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 동안 이 두 가지 표현이 똑같은 의미인 줄만 알았는데. 이것과 관련해서 하나 더. 예전에는 곧이 곧대로 문법을 적용해서 "i'm going to go to London"이라고 말을 해야만 하는줄 알았는데 이제는 단순하게 "I'm going to London" 이라고 말한다.
또 생각나는 건..이제는 "more cheap" 혹은 "more easy" 대신에 "cheaper/easier" 라고 말하는 빈도가 더 많아졌다는 거...?!

* 대학 들어가서 처음 영어교육 전공 수업을 들으며 너무나 질려버렸던 기억이 난다. 아직 교사의 꿈을 가지고 있을 때이기도 했고 그래서 더욱더 기능교육 이상의 의미를 발견하기 힘든 영어교육을 쓰레기 취급하곤 했다. <공산당 선언>을 읽고 세미나를 하며 뭔가 세상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던 나에게 영어교육은 도무지 '혁명을 위한 교육'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그 당시 나에겐 선과 악에 대한 가치판단이 너무나 확고했다. 입시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자가 갖는 남성적 자신감이 자기 운동에 대한 자신감으로 표출되었다고나 할까.

나에게 대학 졸업장이 어떤 의미일까를 고민할 때 들었던 생각 중에 하나가 현실적인 문제의 차원에서 과연 이 재미없는 과에서 당장 졸업논문 주제라도 떠올릴수 있을까 하는 거였다. 그런데 여기 와서 내가 어떻게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지 내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떠올리는 게 흥미로울 때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영어공부를 할 때 전형적으로 직면하는 어려움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이런 건 한번 연구해보면 재밌겠단 생각도 들었다. 이 변화의 원인은 도대체 무얼까. 내가 유순(?)해져서인걸까 아니면 여기 영어교수법이 더 나에게 동기부여를 많이 하기 때문인걸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밤이다.. 슬슬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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