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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8일, 장애인 고등교육권 보장의 법적 근거를 쓸모없도록 만들어 버린 정부를 규탄한다.

장애인 고등교육권 보장의 법적 근거를

쓸모없도록 만들어 버린 정부를 규탄한다.

 

 

1995년, 장애인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감안해 ‘특수교육 대상자 특별전형’이 실시된 이후로 그 전보다 장애학생이 대학에 입학 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늘어났다. 그러나 이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은 대학의 임의대로 특정한 과에만 한정하여 실시하거나 혹은 아예 실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특별전형을 실시한다고 해도 형식상에 그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특수교육 대상자 특별전형’이 장애학생이 대학에 입학 할 기회는 만들어 주었을지는 모르나, 정작 대학에 입학한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과 함께 그 후속 정책으로 장애학생이 대학에 입학하여 교육권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만들어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들을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대학에 입학한 장애학생들은 교육권과 기타 대학에서 누려야 할 권리들에서 배제된 채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이다.

시각장애 학생은 수업에서 사용되는 교재를 구하는 데에 매우 큰 어려움이 있고, 지체장애 학생은 휠체어가 접근 불가능한 계단과 턱, 그리고 학내․외를 이동 할 교통수단(저상버스, 리프트장착 차량 등)이 제공되지 않아 학교를 자유롭게 이동 할 수 없다. 청각장애 학생은 문자통역과 수화통역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강의 내용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또한 장애인대학생이 교육권을 보장 받기 위해 필요로 하는 사항들을 요구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는 장애학생 지원센터가 일부 극소수의 대학에만 설치되어 있다. 그 외, 센터가 설치되지 않은 대다수의 대학은 장애학생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장애학생에게 지원되어야 할 매우 기본적인 교육지원조차 하지 않은 채 장애학생의 교육권 침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설치된 대학 역시 장애학생의 교육권이 제대로 보장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이다. 비교적 장애학생의 교육권이 잘 보장되어 있다는 극소수의 대학도 실효성 있는 교육지원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학생에게 지원하는 사항들이 형식적인 지원이라고 보일 만큼 지원규모도 적었으며, 장애학생들의 요구도 크게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위 ‘장애학생 교육지원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되어, 장애학생이 다니기 좋은 대학이라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과는 다르게, 그 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 당사자는 여전히 교육받을 권리에서 심각하게 배제된 채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 문제의 원인은 지금 까지 장애인고등교육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었고, 이로 인해 장애인고등교육지원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인교육주체들은 지난 2006년 3월부터 진행된 38일간의 목숨을 건 단식농성으로, 국회의원 229명이라는 최다수 의원의 동의를 받아 장애인교육지원법안을 발의해냈으며, 또한 교육부로부터는 ‘장애인교육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기존 특수교육진흥법을 전면 개정한 법률안을 발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수가 있었다.

그 법안에는, 위에서 확인 한 것과 같이 그 동안 배제되어 왔던 장애대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장애인 고등교육조항들이 미비하긴 하지만 일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정부와 교육부는 2006년 7월 까지 특수교육 진흥법 전면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약속 불이행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정부와 교육부는 장애인 고등교육권 보장에 대한 제도적 근거를 쓸모없게 만들어 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지난 11월에 교육부가 제출한 ‘특수교육 진흥법 전부 개정안’이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심사위원회에서 ‘장애인 고등교육권 조항들 중 강제성을 띄는 것이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침해 한다’는 이유로 ‘고등교육조항 모두 권고사항으로 수정 하라’는 요구가 있었으며, 교육부는 그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정부와 나아가 교육부에게 묻고 싶다. 지금의 장애인 고등교육권이 권고사항으로 넣어도 될 만큼 기본적인 것들이 잘 보장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정부가 말하는 사립학교의 자율성은 어떤 기준에서 말하는 것이며, 자율성이라는 이름으로 학생의 기본권이 침해되어도 된다는 것인가?

현재 장애대학생의 교육권은 위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매우 열악하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인해 장애대학생의 40%이상이 중도에 휴학, 자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비장애학생들과 같은 등록금을 내고도, 장애대학생은 비장애학생들이 마치 공기와 같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누리는 권리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 동안 장애대학생의 최소한의 권리 보장에 대한 대책들을 내놓지 않았다. 그것뿐만 아니라, 이제 서야 미미하게 만들어지려는 법적 근거마저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인 ‘권고사항’으로 바꿈으로써 장애대학생의 아주 기본적인 권리인 교육권조차 제대로 보장 받을 수 없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사립대학의 자율성이 중요한 만큼 대학에 입학한 학생의 권리도 그 이상 중요하다. 정부는 자율성의 이름으로 ‘한 개인 혹은 한 집단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것’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그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강의를 수강할 권리, 학내를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는 학생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들은 신체적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장애학생들에게 이러한 기본권 조차 제대로 보장해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장애학생들의 심각한 기본권의 침해를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의 이번 결정은 장애학생의 기본권조차 외면해 버리는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권고조항은 말 그대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학생의 기본권이 보장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란 말인가?

우리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전국 대학생 공동투쟁단은 장애대학생의 기본적인 교육권이 보장해도 그만이고 하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식의 이번 정부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전국 대학생 공동투쟁단은 장애대학생들의 실질적인 교육권 보장을 위해서 정부와 교육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정부와 교육부는 이번 규제심사위원회에서 내려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

 

하나! 교육부는 장애인고등교육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장애인 고등교육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시급히 마련하라!

 

하나! 정부와 교육부는 속히 장애인교육관련 정부법안을 제출하라!

 

 

2006년 12월 8일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전국 대학생 공동 투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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