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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의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글로 남을 설득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언제부터인가 글 쓰기가 두려워졌습니다. 객관적인 상황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능력 부재가 사람을 소심하게 만들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는게 점점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계속 고민을 했는데, 그러한 개인의 고민으로 글을 포기하기에는 상황이 절박하고, 제가 필리핀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을 져버리는 거 같아, 용기를 내고 몇 자 적고자 합니다. 지난 3개월 간 다바오에 있는 IID(Initiative for Inernational Dialogue)에서 인턴활동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처음 접한 사건은, 술루 섬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이었습니다. 2005. 2. 1. 무장 군인들이 아침기도를 마친 가족에게 총을 겨누어, 부부와 5명의 아이들 중 한 아이를 살해한 사건이었죠. 다바오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 쾌속선으로 3시간 걸려서 간 술루는,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고립된 섬 그 자체였습니다. 더구나. 술루의 중심인 홀로(Jolo)에는 곳곳에 무장군인들이 깔려 있었고, 밤 10시에는 통행금지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렸습니다. 술루 섬을 방문한 것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난 때였는데, 그 때까지도 그 지역 무장세력들과 필리핀 군대가 긴장관계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도 외부 사람 만나는 것을 꺼려했었죠. 특히, 군대의 인권침해 등을 고발하거나 인권침해 사건 조사에 협조하면, 바로 신상에 불이익이 발생하기에, 외부 엔지오가 학살 사건 조사를 위해 지역 주민들을 만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엔지오의 협조가 절대적이었습니다. 그 때 만난 지역 활동가가 빙(Bing, Berkis A. Basaluddin)이었습니다. 학살 인근 지역에 같이 가서, 그들의 언어(Tausug)를 따갈로그어로 통역해 주고 그 지역 주민들의 상황을 저희들에게 열정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빙은, Jaga Kasulutan(그들의 언어인 Tausug으로 ‘평화를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라는 단체에서 활동합니다. 그 단체는 술루에서 처음으로 생긴, 유일무이한 인권단체입니다. 술루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인권침해가 군인에 의한 것인데, 이를 고발하거나 인권침해 사건 조사에 협력하면, 실종되거나 갖가지 사고(폭격, 폭행 등)로 죽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술루 사건을 조사한 뒤 마닐라에서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하는데, 술루에서 대학 교수 3명만이 함께 했습니다. ‘왜 인권침해의 직접 당사자인 술루의 여성이나 어린이들이 오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함께 간 IID 활동가가, ‘그들이 로비를 하고 돌아간 뒤 어떠한 보복을 당할지 몰라 함께 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실제 민다나오, 술루 섬에 사는 많은 모로들이 군인들로부터 인권침해 등의 가혹행위를 당하고 난 뒤 그들이 하는 일은, 가해자를 고소하거나 진정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짐 싸고 도망가는 것입니다. 또 어떤 헤꼬지를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2002년 술루에 있는 시민사회 단체 활동가들이 인권침해를 감시하기 위해 연대 활동 조직을 만들어, 인권 침해 조사 및 인권교육 등의 활동을 하였고, 2005년 초 자가 카술루탄(Jaga Kasulutan)을 정식 발족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사무실도 없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컴퓨터도 없습니다. 필요한 자료집을 만들어야 할 때는 활동가 친구들의 사무실 컴퓨터를 빌려 사용하고, 주로 현장을 다니며 인권교육과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군대로부터 헤꼬지를 당하면 몇 년간 땀 흘려 일궈 놓은 밭을 포기하고 도망가야만 하는 사람들, 수십년 동안 계속된 억압에 좌절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보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인권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인권침해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 말이죠. 현재로선, 술루에서 빙의 단체가 그런 일을 용기 있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단체이고, 지역 주민들도 이 단체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가 카술루탄’에 요구되는 일이 많고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이 있는데, 그들의 활동을 확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지원을 부탁 드리고자 합니다. 혹시 ‘만원계’라고 들어보셨는지요.. 한달에 만원씩만 지원해 주시면, 그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술루 사람들에게 또 다른 세계에 대한 희망을 심어줄 것입니다. 빙 역시, 모로의 인권문제를 한국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한 달에 한번, 모로와 술루의 상황 및 단체 활동 소식을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그걸 통해, 우리의 인권도 확대될 것입니다. 여러 가지로 힘드실텐데, 이렇게 어려운 부탁을 드려 죄송합니다. 저도 이전에 이런 메일을 받으면, 마음 한 켠에선 부담을 느꼈지만, 귀찮아서 그냥 지우고 말았던 기억이 납니다. 몇 분만이라도 함께,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술루섬에서 가난과 공포에 떨고 있는 이들의 인권을 위해 같이 고민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이루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모로에 대하여 필리핀 민다나오 섬과 술루 섬에 있는 무슬림을 모로라고 부릅니다. 필리핀을 식민지로 지배한 스페인이 끝까지 저항한 그들을 ‘야만인’이란 뜻의 ‘모로’라고 불렀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모로’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이 스페인으로부터 필리핀 섬을 이양받은 후, 민다나오 섬과 술루 섬을 강제로 필리핀의 한 영토로 편입하고, 루존섬과 비사얀에 있는 사람들을 민다나오와 술루섬으로 이주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그전까지 자신들의 정치조직을 갖고 평화롭게 살던 모로는, 졸지에 미국의 지배를 받아야만 했을 뿐 아니라, 그들의 땅을 이주민들에게 빼앗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독립 이후에는 크리스챤이 중심되어 필리핀 정부를 세우는데 그 과정에서 모로의 목소리는 완전히 배제되었고, 그들에 대한 차별이 노골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모로들은 이주자들에게 대부분의 땅을 빼앗겨 가난으로 내몰렸고, 전기나 수도 등의 기반 시설도 모로들이 집단 거주하는 지역의 상황은 최악입니다. 정부는 이 지역에 인프라 관련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잦은 내전과 교육 수준이 낮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난 때문에 교육수준이 필리핀에서 가장 낮고, 낮은 교육 수준으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난과 더불어 그들의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군인들에 의해 자행되고 인권침해입니다. 필리핀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민다나오섬에 군대를 집중 배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테러범 색출, 무기 수색 등을 이유로 최소한의 형사절차도 거치지 않고 모로를 잡아 가두거나 그들의 집을 침입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모로 저항 세력(그들의 무장 여부를 불문하고)들을 무력공격을 감행하기도 합니다. 모로는, 미국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 빼앗긴 자결권 행사를 주장하며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민다나오 독립부터, 연방제 실시 등의 다양한 논의 등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05년 6월 1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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