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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씨, 정말로 나를 사랑하세요?"
어느 날 교회를 나서며 정희가 내게 물었다.
나는 사랑한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몇 번이나 정말이냐고 물었다.
나는 몇 번이나 정말이라고 대답했다.
"그럼 우리 우연히 만나기 연습 한 번 안 해보실래요?"
"우연히 만나기 연습?"
"전화 걸어서 만난다든가 약속해서 만나는 거 말고 그냥 우연히 생각지도 않았던 자리에서 만나기."
"진심으로 사랑하고, 보고 싶어하면 그게 된대요. 어제 어떤 책을 읽었는데 거기 그렇게 씌어 있었어요."
.
.
.
.
.
.
.
"민식씨,"
길 옆 가겟방에서 불쑥 정희가 나를 부르며 뛰어나왔다.
"드디어 만났군요."
그러나 매우 낯설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하여간 우리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건 분명해요.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이제 알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가 상대편을 사랑하고 있지 않음을.
단지 우리는 사랑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 속에도 실지로 존재하고 있음을
한 번 믿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현실 속에는 그런 것들이 아직까지 제대로 남아 있을 까닭이 없다.
그녀와 나는 아무런 의미의 끈으로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게 분명하다.
그녀를 만나지 못하고 지내는 사이 날마다 헤매면서 내가 알아낸 것은 고작 그것 뿐이다.
나는 줄곧 없는 것을 찾아 헤매었던 셈이다.
환상, 사랑이라는 이름의 환상을 찾아 이 도시의 곳곳을 홀로 헤매어 보았던 것이다.
----이외수 <꿈꾸는 식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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