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밀어내기
- 달
- 2009
-
- 통로
- 달
- 2009
-
- seeking the truth
- 달
- 2008
-
- 시민의 불복종
- 달
- 2008
-
- 상처와 대면하기
- 달
- 2008
'친구'가 뭔지 생각해본다.
나는 엄청나게 넓은 인간 관계를 가진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소수와 아주 깊고 깊은 인간 관계를 맺는 사람도 아니다.
그냥,
늘 주변에 어느 정도의 친구가 있었고,
그 안에 조금 더 친한 친구가 있었고,
뭐, 만나서 밥먹고 차마시고 쇼핑하고 수다떨고 이 정도의 일을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는,
때로, 뭐 힘들면 하소연도 하고, 술도 마시고.
뭐 그런 관계.
학창시절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친구'라는 존재가 늘 옆에 있었기 때문에
별로 고민하지 않았던 '친구'
대학다닐 때부터는 '친구'라고 하기엔 좀 그런 '동기'와 '선후배들'을 갖게 되었다.
이 때부터
학창시절의 '친구'들과 조금씩 여러모로 멀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
워낙 바쁜 척,
여기 저기 일하러 다니던 때라
그리고, 그게 제 1순위였던 때라
'친구'들이 연락하면 난 늘 바빴고,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다 점점 '친구'들이 나에게 연락을 하는 것도 뜸해졌다.
그러다가 정말 연락을 안한 지 정말정말 정말 오래됐다는 것을,
그리고 좀 '외롭다'는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내가 먼저 '친구'들을 찾기 시작했고,
열심히 만나기 시작했다.
한 '친구'가 말했다.
'너 왜그러냐. 갑자기. 곧 결혼하냐.
주변에 애들 보면, 꼭 결혼하기 전에 친구들한테 연락하기 시작하더라.'
충격이었다.
아, 내가 그런 존재였나?
나름, 의리파인 내 '친구'들은, 한 때 나도 잘 붙어다녔던 그 '친구'들은
참 잘지낸다.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그 시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그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났고, 새로운 관계가 형성됐고,
내가 모르는 '대화'가 시작됐다.
요즘 그 '친구'들을 만나면 나는 할말이 없다.
최근 몇 년 만에 우리 8명이 모두 모였다.
단체 사진도 찍었다.
물놀이도 갔다.
그런데 나는 씁쓸했다.
나는, '친구'라는 존재로 존재했지만, '나'라는 존재는 거기에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친구'이기에 거기 있었다.
'나'는 없었다.
'친구'가 뭘까.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