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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친구'가 뭔지 생각해본다.

 

 

나는 엄청나게 넓은 인간 관계를 가진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소수와 아주 깊고 깊은 인간 관계를 맺는 사람도 아니다.

 

그냥,

늘 주변에 어느 정도의 친구가 있었고,

그 안에 조금 더 친한 친구가 있었고,

뭐, 만나서 밥먹고 차마시고 쇼핑하고 수다떨고 이 정도의 일을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는,

때로, 뭐 힘들면 하소연도 하고, 술도 마시고.

뭐 그런 관계.

 

 

학창시절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친구'라는 존재가 늘 옆에 있었기 때문에

별로 고민하지 않았던 '친구'

 

 

대학다닐 때부터는 '친구'라고 하기엔 좀 그런 '동기'와 '선후배들'을 갖게 되었다.

 

이 때부터

학창시절의 '친구'들과 조금씩 여러모로 멀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

워낙 바쁜 척,

여기 저기 일하러 다니던 때라

그리고, 그게 제 1순위였던 때라

 

'친구'들이 연락하면 난 늘 바빴고,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다 점점 '친구'들이 나에게 연락을 하는 것도 뜸해졌다.

 

 

그러다가 정말 연락을 안한 지 정말정말 정말 오래됐다는 것을,

그리고 좀 '외롭다'는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내가 먼저 '친구'들을 찾기 시작했고,

열심히 만나기 시작했다.

 

한 '친구'가 말했다.

 

'너 왜그러냐. 갑자기. 곧 결혼하냐.

주변에 애들 보면, 꼭 결혼하기 전에 친구들한테 연락하기 시작하더라.'

 

 

충격이었다.

 

아, 내가 그런 존재였나?

 

 

나름, 의리파인 내 '친구'들은, 한 때 나도 잘 붙어다녔던 그 '친구'들은

참 잘지낸다.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그 시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그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났고, 새로운 관계가 형성됐고,

내가 모르는 '대화'가 시작됐다.

 

요즘 그 '친구'들을 만나면 나는 할말이 없다.

 

최근 몇 년 만에 우리 8명이 모두 모였다.

단체 사진도 찍었다.

물놀이도 갔다.

 

그런데 나는 씁쓸했다.

 

나는, '친구'라는 존재로 존재했지만, '나'라는 존재는 거기에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친구'이기에 거기 있었다.

 

'나'는 없었다.

 

 

 

'친구'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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