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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6
    상처와 대면하기

상처와 대면하기

 

1. 엄마, 아빠의 이혼 후, 죽 아빠와 살던 나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엄마와 엄마의 남편, 그 둘 사이에 있는 아이와 함께 살게 되었다.

 

새로운 가족과의 관계에서 풀어야 하는 문제가 꽤나 많았고,

풀리지 않는 문제는 엄마와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사춘기라고도 할 수 있는 그 당시, 엄마와 나는 매일 매일을 서로 원수처럼 대하며 지냈고,

엄마는 화가 나면 늘 나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자꾸 그러면 돌려 보내버린다고. 아빠랑 가서 살라고.

 

그 말은 내 기억에 한 스물 하나 둘? 이 때까지 남아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 당시엔 물론 말할 것도 없이 그 말은 큰 상처가 되었다.

 

아무데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느낌.

이미 버림받았다는 느낌. 쓸모없다는 느낌.

 

나이가 들고 엄마와 관계가 회복되고, 엄마를 나름 이해할 수 있게 된 후에도

엄마가 나에게 종종 했던 그 말은 꽤 오랫동안 상처로 남았는데,

그 상처가 지워지기 시작했던 것은 내 기억에,

 

엄마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진심으로 받아들인 후였던 것 같다.

 

엄마도, 한 사람으로서 완벽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언제나 옳은 판단을 내리긴 어려운 것이다.

 

지금 내가 그렇듯.

 

우리의 서투름은 상대방을 다치게도 하고 상처주기도 하는 것처럼.

엄마도 그 때 서툴렀다고.

그렇게 이해한 후부터 더 이상 그건 상처가 아니게 되었다.

 

 

 

그러니까,

만약,

우리가 우리에게 누군가가 행한 잘못때문에 상처받았을 때,

그 행위와 내가 받은 상처에만 집중하는 것은 안된단 생각이 드는거다.

 

 

물론, 모든 걸 이해하고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때문에 자신을 학대하고 삶을 포기하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2. 그래서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답답하기도 했다는거다.

 

 

어린 아이가 떼쓰듯,

당신의 상처를 알아달라고, 왜 나에게 상처를 줬냐고,

왜 더 나를 사랑하지 않았냐고 외치는 것 같아서 말이다.

 

당신의 언니가 이야기했든

왜 당신은 이 세상에서 오직 당신 하나만 상처받고 외로운, 버려진 영혼인냥 슬퍼하는가.

 

 

그래서,

처음 당신 이야기가 시작되었을 때는 벽을 쳐버릴 뻔도 했다.

 

왜 좀 더 당신 주변을 보지 못하는지.

그리고 왜 좀 더 일찍 대화를 시도하지 못했는지,

왜 좀 더 일찍 소리치지 못했는지 그것이 답답했던 거다.

이 영화를 못찍으면 죽어버리겠다는 각오를 할 때까지.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 전까지 왜 당신은 당신 가족들과 이야기하지 못했을까

그것이 안타깝고 답답했다.

 

 

3. 하지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직접 부딪히고, 찾아가는 당신의 모습을 따라가며

나는 당신의 용기에 어찌됐든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카메라 앞에서, 당신의 가족 앞에서 당신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리고 또 작품을 완성해나가며 다시 한 번 당신의 상처와 대면해야 했을 당신은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생각만으로도 나는 마음이 아주 많이 무겁고 아팠다.

 

 

 

4. 궁금하다.

상처와 직접적으로 대면하고, 드러내고난 후,

그 상처가 얼마나 치유가 되었는지.

 

그리고 상처와의 대면은 얼마나 우리의 상처를 아물게 해주는지.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게 궁금하다.

 

 

나도,

지금 그 사람을 찾아가 내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이야기하고 사과를 받으면

주기적으로 스물스물 삐져나오는 그 기억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것일까.

 

 

미운오리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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