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파니에서 타다파니까지 가는 길.
이런 세상을 보며 산자락을 하염없이 걸었다.
타다파니에 도착하니 사방이 아늑했다.
파노라마 롯지에 짐을 풀고 마당에 나오니, 저 아래가 구름바다를 이루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며 시시각각 빛이 달라지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몇 번 시도했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은 카메라에 잘 담기지 않았고,
그냥 컴컴한 구름만 찍혔다.
해가 완전히 떨어진 뒤에도 그 구름들과 하늘 빛은 아름다웠다.
사진찍기도 실패하고 날씨도 추워서 히터를 주문한 다이닝룸에서
수다를 떨었다.
그곳에서 부창와를 만났다. 처음엔 이어폰을 끼고 건들거리며 다이닝룸을 들락거리길래 시골 동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기봉이' 과인줄 알았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는 뜻밖에 호주에서 온 50대 남자의 가이드였고,
산행 중에 만난 최고의 등반가였다.
엄홍길과 함께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경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먹고 있던 소주병을 보더니 '참이슬'이라고 읽을 줄도 알았고,
아는 노래가 있다며 부르는데, 처음엔 발음이 너무 틀려서 못 알아들었는데 한참 듣다 보니 '학교종'이었다. 어떤 한국인이 가르쳐줬는지 모르겠지만 많고 많은 노래 가운데 '학교종'을 가르친 게 참 앙증맞다.
그가 보여주는 카드마술도 구경하며, 타다파니의 밤은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