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전노협

2005/06/05 01:24

아! 전노협


양규헌(전노협 위원장)


공돌이 공순이를 운명처럼 받아들던때
노동자라 불리는 너 자신이 저주스러웠던 작업장에서
개새끼 개년으로 불리워지던 그년
동료의 팔과 손가락이 뚝뚝 잘려지고 또 죽어나가기도
잔업 특근 철야로 아찔한 현기증이 계속되던날 우리는 만났다네
노동자도 인간음을 선언하며 노동자의 조직으로 노동해방의 전망으로 만났다네
역사의 현장 눈쌓인 성균관대 교정
짐승처럼 할퀴고간 치떨리는 그곳에서
동지들은 백골단에게 머리가 터지고
팔이 부러지며 끌려가고
아우성의 흔적만이 남아 그 적막위로
솟구치는 분노의 화염병이
노동자의 불타는 적개심으로 치솟고
그러나 지금은 하나둘 뒹구는 낙엽과 함께
6년의 세월을 얘기하고 있다네
지역은 압수수색과 구속이 줄을 잇고
중앙은 대림동에서 용산에서 제기동에서 그리고 동대문의 숭인동으로
동지들의 피와 땀이 젖은 돈을 요구하는대로 주고도
입주하기도 정착하기도 투쟁없이는 불가능했던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네
이런 개같은 경우도 있는가
자본주의는 정말 이런것이란 말인가
그러나 우리는 강화되는 검문검색도
숨막히는 체포망도 온몸으로 돌파하고
3천명의 구속자와 5천명의 해고자라는 치욕을 감수하며
오랜 단절의 역사를 깨고 절름발이 평등을 치유하기 위해
노동자 계급으로 전노협으로 만났다네
민중연대의 새장을 열어제낀 깃발로
산별노조의 징검다리를 고집했던 깃발로
자본과 권력에 비타협노선을 강조했던 깃발로
어깨띠나 항의서한보다 붉은 머리띠와 총파업을 선택했던 위대한 깃발로
조합내 경제적 투쟁의 한계를 극복하고
계급투쟁의 기치를 움켜잡았던 전노협
전태일 박창수 열사의 투혼이 깃든 전노협이여
아~ 우리의 전노협이여~

너무 과격하다고 얘기했는가
죽을수는 있어도 질수는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투쟁일변도라고 했는가
노동조합은 투쟁조직인데 어찌하는가
정치투쟁한다고 했는가
노동자의 권리이며 임무인데 포기할수야 없지 않은가
생존의 벼랑끝에선 각박함으로 분노를 모아내고 결의를 모아 투쟁의 불길을 일구지 않았는가
거대한 투쟁의 불기둥을 세우지 않았는가
어두운 밤을 벗어나기 위해
고통의 긴터널을 탈출하기 위해
밝은 햇살 내리쬐는 아침을 향해 힘차게 달려오지 않았는가
깨지고 부러지고 터지고 찢겨진 육신위로 뿌려지는 눈물
결코 지랄탄 때문은 아니었다네
분노의 핏물은 심장을 가로질러 역류하고
새날이 밝아온다 동지여의 함성으로
떨리는 손으로 깃발을 부여잡고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피투성이 역사를 안타까워 하기 보다는 계승, 발전시키고 싶을 뿐이었네

어허 세월은 흐르고 세상은 변한다는데
동지들은
동지들은 어디에 있는가
부산에 영만이와 대구의 용성이는 출소를 했고
경기의 준영이와 경옥이는 끌려갔으며
대구의 의달이는 겨울이 되어도 감방안에 쳐박혀 나올줄 모르고
마창의 승필이는 현상수배되어 차가운 거리를 헤메이고
전노협 마지막 사무총장 성현이는 흔들고 피박을 쓴채 구속되고
전노협 건설의 깃발을 움켜잡았던 병호는 어디에 있는가
전노협 사수를 위해 타살당한 창수는 진상도 밝혀지지 않아 구천을 맴돌고 있지 않은가

다들 돌아오게나
모두 돌아오게나
광풍과 폭우에 빛바랜 깃발을 함께 움켜잡아야 하지 않겠나
정상을 향해 걸음마를 시작하는 민주노총의 깃발을 함께 흔들어야 하지 않은가
산별건설을 위해 징검다리를 함께 부수어야 하지 않겠나
다들 돌아오게나
모두 돌아오게나
못다 이룬 해방의 북을 함께 두들기세


- 1994년 12월3일, 전노협 해산기념식 때 영상과 함께 이 시가 올라갔다...

   전노협은 해산했고, 우리는 울었다.

   계속 울어야 할 줄 그때 정녕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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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5 01:24 2005/06/0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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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기도

2005/06/05 01:21
저녁 기도
- 랭보

이발사의 손을 한 천사처럼 나는 앉아서 바라본다네
홈이 깊이 새겨진 맥주잔 하나 들고서
아랫배와 목은 잔뜩 구부리고 입에는 강비에 하나 씹어 물고서
만져지지 않는 돛으로 한껏 부풀어오른 대기 아래

* 담배가 가져다주는 해방감을 어쩜 이렇게 멋있게 노래했을까! 이구절 어디에 파이프가 나오느냐고? 그건 '강비에'라는 단어 속에 숨어있지. 당시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는데, 아르덴 지방의 지베에 있던 파이프 제조상의 이름이야. 그 무렵 노르 지방에 있던 그 공장들은 100퍼센트 가동되고 있었고, 강비에는 1850년 당시 하루 10만 개의 파이프를 생산했다는 설까지 있어! - 필립 그랭베르, <프로이트와 담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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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5 01:21 2005/06/05 01:21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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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2005/06/05 01:20
악의 꽃
- 보들레르

나는 한 작가의 파이프라네
아비시니아 산(産)이건 카프린 산이건
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인이 대단한 애연가란 걸 알수 있지

그이가 고통에 신음할 때
나는 연기를 뿜어준다네
농부가 돌아올 즈음 음식을
준비하는 초가집처럼

불타는 내 입에서 피어오르는
푸르스름하고 하늘하날한 연기의 그물로
그이 영혼을 감싸 달래준다네

그래서 나는 커다란 위안을 피워올리느니
그이의 마음을 매혹하며
지친 그이의 정신을 씻어준다네

* 파이프가 여성적 이미지로 주는 위안을 이렇게 읊조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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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5 01:20 2005/06/05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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