土城

2005/08/16 14:17
土城

잔돈푼 싸고 형제들과 의도 상하고
하찮은 일로 동무들과 밤새 시비도 하고
별것 아닌 일에 불끈 주먹도 쥐고
푸른 달빛에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하면서
바람도 맞고 눈비에도 시달리는 사이
햇살에 바래고 이슬에 씻기는 사이
턱없이 뜽금없이 꿈에 부풀기도 하고
또 더러는 철없이 설치기도 했지만
저도 모르게 조금씩 망가지고 허물어져
이제 허망하게 작아지고 낮아진 토성

지천으로 핀 쑥부쟁이꽃도
늦서리에 허옇게 빛이 바랬다
큰 슬픔 큰 아픔 큰 몸부림이 없는데도

신경림 [쓰러진 자의 꿈]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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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6 14:17 2005/08/16 14:17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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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라라비...

2005/08/16 14:14

질라라비 2005년 7월호에..

책 첫머리에 들어갈 글을 썼는데,,,

(2005년 7월4일)

 

6월20일부터 시작된 국회 상임위는 비정규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몸살을 앓았다.
당일 민주노총 투본대표자회의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 이후 열흘동안 국회와 민주노총은 모두 혼돈이었다. 국회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대표자들이 법안심사소위 회의실을 점거하는 바람에 회의를 열지 못했다. 날마다 회의가 몇시에 잡혔다가 몇시로 연기됐다더라, 다시 몇시로 잡혔다더라는 따위의 소식만 분주하게 전해졌다. 어쨌든 국회는 법안심사소위를 열지 못했고, 당연히 비정규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그 시간 민주노총은 어떠했는가. '대기'중이었다. 예전에는 정문 들어가기도 쉽지 않던 바로 그 국회의 번드르한 회의실을 민주노총이 점거하고 있다고도 하고, 회의를 기어이 하겠다며 국회의원들이 들이닥쳤다고도 하고, 열린우리당이 강행처리를 하려 한다하고, '긴박'과 '비상'이 춤을 추었다. 그 와중에 민주노총 지도부는 정당 대표를 만나고 이목희를 만나러 다니느라 더욱 분주했다. 어떻게든 비정규법안이 정부와 자본가 입맛대로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이었다고 하니, 나름대로 입이 바작바작 탔을게다.
그런데 현장은? 현장은 몰랐다. 법안처리가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총파업 대기' 지침만 알았다. 내용을 모르니 간부들은 총파업을 조직해야 할지, 총파업 조직을 대기해야 할지 헷갈렸다. 그리도 비상하니 '대기'하라 했지만 그 흔한 국회 앞 집회 한번 없었다.
구지 속편하게 평가하자면, 파렴치한 비정규법안은 국회의원과 지도부가 막아냈고, 현장은 그냥 앉아서 '정부법안 철회'를 쟁취한 것인가. 민주노총은 줄곧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 쟁취'를 외쳤는데, 인권위원회 덕분에 뜽금없이 '수정안'을 갖게 된 민주노총 입장에서 보면, 정부 법안을 막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자축해야 하는 것인가.
어차피 정부의 비정규법안은 9월 국회에 다시 상정된다. 그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난 6월14일, 충주지역 레미콘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는 집회 현장에서 한국노총 김태환 충주지부장은 경찰의 조장과 방조아래 회사가 고용한 대체 차량에 깔려 살해당했다. 김태환열사의 머리가 처참하게 깨졌을 때도, 정부가 국회에서 비정규법안을 마음대로 처리하려한 때에도, 부자들이 산다는 강남땅에서 우리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이 정해지던 때에도 민주노총 지도부는 '파업명령'이 아니라 '노사정 대화'를 요구했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인내력과 점잖음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그 인내와 점잖은 요구가 길어질수록 현장 조합원들은 하나 둘, 수십, 수백명씩 죽어나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더 이상 노동자들을 '지침'의 대상으로 만들지 말고 '파업투쟁'의 주체로 받들어야 한다.
정부와 자본가가 9월 국회에서 또 비정규법안을 가지고 흥정하다 처리해 버리면, 8백만 비정규노동자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정규직노동자들을 또 그 비정규노동자로 몰아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오로지 국회의원 탓으로 돌릴 것인가.
제발, 이제 요행을 바라지 말고 '투쟁'을 조직하자. 김태환열사의 명복만 빌지 말고 열사 정신을 계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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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6 14:14 2005/08/16 14:14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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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거친 들판으로 오라
- 구로동맹파업 정신을 되살리며
백무산

한 그루 푸르른 나무가 쓰러졌다
비바람 천둥번개에도 의연하던 나무가
지축을 뒤흔들던 지진 해일도 꺾지 못하던 나무가

암울한 한시절의 어둠을 몰아내고
푸른 새벽을 이고 오던 나무가
메마른 대지 위로, 갈라터진 가슴 위로,
방황하던 우리의 정수리 위로
폭포처럼 시퍼런 정신을 쏟아 붓던 나무가
삶의 공포, 생의 불안을 떨쳐내던 너른 그늘을 가진 나무가
때로는 봄날 연인의 가슴처럼 따뜻하던 나무가

그 나무가 쓰러지자
생기를 잃어버린 숲은 다시 잿빛 바람에 휘감겼다
저 그늘 아래 사람들을 보아라
저 눈빛을 보아라
저 가슴을 헤쳐보아라
저 손들을 보아라
진리를 고뇌하고 한점 티끌을 부끄러워하던
그 반짝이던 눈빛들은 잿빛이 되었구나
무엇이 진실일까, 무엇이 인간의 의로움일까?
활화산처럼 타던 가슴들은 식은 죽그릇이 되었는가

저 손에 손에 힘주어 쥐고 있는 것은 무언가
잃어버릴까 두려워 돌아서서 손을 감추고
눈을 희번덕이며 돌아보는 저 눈빛은
진실밖에 그 무엇도 잡을 수 없던 그 빈손들은 어디로 갔는가

우리가 딛고 일어서야할 그 거치른 대지가
그 대지가 이제는 부동산이 되었는가
전위는 코스닥이 되고 혁명의 열정은 로또 대박이 되고
붉은 머리띠는 계급장이 되고
내어 뻗던 주먹은 권력이 되었는가

어제 저녁 술상을 탕탕 치며 부정을 저지른 동지들을 욕하며
정의에 불타던 자들이 오늘 아침 2억 3억 통장이 들통 나서 끌려가고
오늘 아침 기자회견에 양심선언으로 결백을 주장하던 자들이
저녁에는 복날 개처럼 질질 끌려서 가는구나
타락과 부패의 복마전이라고 돌을 던지던 그곳
반란과 전복을 꿈꾸던 저 국가권력기관으로부터
그 무엇도 아닌 무릎 꿇고 도덕적 심판을 받아야 하는
이 치욕은 어쩌고 머리띠를 두르고 성명서를 낭독하고
그 신성한 행위를 끌어다가 썩은 것을 지키는 도구로 삼기도 하는구나
그러나 어쩌랴 이미 집권을 꿈꾸었으니!

여기까지 끌고 왔구나, 험한 길 가시밭길 피흘리며 왔다더니
끌고 오지 말아야 할 것도 끌고 왔구나
끌고 와야 할 것도 많이 버리고 왔구나
잃어버릴 것이 있는 계급은 이미 오염된 계급이다

이제 그만 밖으로 가자
들바람처럼 훌훌 들판으로 가자
내 식구들 입에 밥술 들어가는 일밖에 아무일도 않는 이들
우리 패거리 힘 생기는 일밖에 아무런 꿈도 꾸지 않는 이들
우리는 개돼지가 아니고 인간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차별없는 세상은 없다고 당당히 말하는 자들이여
해방은 이미 저들 너른 평수의 아파트에 와있고
이미 예금잔고 속에, 재산 목록 속에 와있고 벼슬길에 와있으니
저들의 목소리가 큰 세상이여
저들을 뒤로 하고 이제 들판으로 가자

저기 길게 쓰러져 누운 나무를 보아라
하늘 닿을 듯 크고 푸르던 나무가 아니던가
쓰러진 나무 위로 불어오는 잿빛 바람을 보아라
저것은 언젠가 우리 가슴 가슴에서 뜨겁게 타오르던 나무가 아닌가
저 거치른 대지를 기억하는가
마구 가슴이 뛰던 저 들판을 기억하는가
그곳에서 울고 뛰고 환호하며 서로를 껴안던 날을 기억하는가
여기, 쓰러진 나무의 뿌리를 찾아 다시 일어선 이들을 기억하는가
땅에서 쓰러져 다시 땅을 딛고 일어서는 이들을 기억하는가

들판으로 가자, 광장으로 가자, 광야로 가자
비바람 천둥이 치는 인간의 광장으로 가자
삶의 대지
생의 푸른 숲
인간의 지평
생명이 파도처럼 춤추는 인간의 광장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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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5 12:57 2005/07/2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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