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말 더웠습니다. 한낮의 온도가 36도라더군요. 사실 부산이 더워야 얼마나 덥겠냐 생각했지만, 어제, 오늘은 완전히 제 생각을 깨고 있습니다. 지난 해에도 이렇게 더웠던가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작년은 어땠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 내년 이맘때도 마찬가지로 오늘이 얼마나 더웠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겠지요. 감각은 언제나 현재만을 기억하나 봅니다. 차라리 현재의 상태만을 간직하는 감각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면에서 감각은 언제나 새로움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가난한 사람들에겐 겨울이 제일 힘든 때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오늘 날씨 탓인지, 이런 제 생각이 정말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겨울이야 추우면 꼭 껴안고 자든가, 아니면 헌 홑이불이라도 둘둘말고 지내면 될테니까요. 오늘 같은 날에는 벌거벗고 선풍기 바람을 맞아도 주룩주룩 땀이 나고 머리가 하예지고 정신이 멍하고 몸은 축축 처지니 어디 사람이 아닌 것도 같습니다. 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하라하아하아아아아. 뭐 요즘 에어컨 없는 집이 어디 있냐고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난한 사람에게는 여름이 정말 지독한 계절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날씨도 이런데, 사실 전 요즘 며칠 좀 멜랑콜리합니다. 그래서 이 번주는 내도록 술과 살았습니다. 뭐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매일 맥주를 이렇게 서너 병씩 마셔보세요. 혼자 조용히 마시고 싶은데, 그러기도 힘듭니다. 아마 음악 탓도 있는 듯 합니다. 제가 한 반년 정도 매일 같은 앨범만 반복해서 듣고 있습니다. 바로 Ryuichi Sakamoto의 "Casa"와 "A day in New York"입니다. 전 보사노바에 완전히 빠졌습니다. 아니, Paula Morelenbaum의 목소리에 빠진거지요. 거의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빨리 집을 구해야할 지경입니다. 매일 매일 생각합니다 어디 조그마한 방이라도 하나 구해서 나가야지. 그래야 이어폰에서 벗어나지, 하고 말입니다. 여름에는 아무리 좋은 헤드폰도 무용지물입니다. 제가 목록을 작성한 진공관 앰프와 B&W601S2를 구해서.... 아아 생각만해도 정말 행복해집니다. 빨리 논문을 끝내고 어디든 가서 돈을 벌어야 겠습니다.
앗, 날씨 이야기에서 시작했는데, 결국 제 속내를 털어놓고 말았군요. 쩝.
해서 어제는 제가 가끔 가는 조용한 Bar에 가서 아예 CD를 맡기고 음악을 들었습니다. 정말 좋더군요. 뭐 술 마실 핑계인지도 모르지만, 음악은 모름지기 귀로 듣는 게 아니라 몸으로 들어야 하는 법이지요. 이 글을 쓰는 중에도 Casa에 있는 "Bonita"를 듣고 있습니다. 머리 속에서 비가 내립니다. 정말입니다.
...>2007-07-27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