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대통령 덕분에 여러가지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되돌아 보게 된다. 아직 올해가 다 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해야 하나? 이런 기사를 접하면 새삼 놀라기도 한다. 아! 역사의 수레바퀴가 꺼꾸로 돌 수도 있구나..... 이런 한탄, 혹은 자조.

"조선ㆍ중앙ㆍ동아일보를 상대로 한 네티즌들의 `광고중단 운동'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인터넷 신뢰저해사범 전담 수사팀'(구본진 부장검사)은 19일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개설자 이모 씨 등 운영진 6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연합뉴스 기사인데, 나는 오늘 "'인터넷 신뢰저해사범"이라는 사법 조항을 처음 알았다. 이건 마치 "국가보안법"을 모방한 "인터넷보안법"의 일종이 아닐까? 도대체 누가 이런 발상을 한 것일까? 국가보안법을 한때 막걸리 보안법이라고 불렀다. 동료나 친구와 주점에서 막걸리 한 사발 하다 욱하는 심정에 "이놈의 나라 ~ 이러쿵저러쿵" 했는데, 옆자리 손님이, 혹은 주인이 경찰서 전화해서 바로 잡혀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내 조카는 이런 말하면 "삼촌 제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라"고 우긴다. 과학기술부에서 이번에 초중고 교장들 모아놓고 안보교육 한다는데,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국가관을 심어주기 위해서란다. 나는 이 "올바른 국가관" 때문에 초등학교 때 온갖 수모와 고초를 겪었다. 바로 "국민교육헌장"과 "애국가"를 제대로 외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누나가 사는 아파트 입구 게시판에 이런 내용의 종이 쪼가리가 붙어 있기에 떼어 가지고 가서 조카들에게 보여주었다.

체제비판 등 이적행위자로 의심되는 사람

- 한국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혁명선동과 체제부정을 주장하는 사람
- 북한 통일노선, 주체사상을 은밀히 찬양, 선전하는 사람
- 공산주의 사상학습 등 불순모임을 주동하거나 폭력투쟁 선동 등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사람
- 불온 유인물을 제작, 소지, 배포하거나 화염병, 폭발물을 제조, 소지한 사람
- 불법 폭력적인 노사분규를 배후 선동하며 체제 비방하는 사람
- 계급의식을 고취하며 민중 폭력혁명을 선동하는 사람

 

"삼촌, 삼촌 나 이런 사람 많이 봤다. 신고하면 얼만데?"
막내 조카는 신고하면 돈 준다는 말에 귀가 번쩍하는 모양이다.
누나 왈, "니 바로 옆에도 있네. 너거 삼촌이 그런 사람아이가."
"응 그래 신고해라. 내가 잡혀갈 테니까 돈 받으면 갈라 쓰자."
조카가 찌라시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휙 집어던지고 하는 말, "그런데, 좌익세력은 얼마 주는지 안 나와 있네. 돈도 안 줄거면서 이런 건 왜 있는데, 짜증."

조카 말에 의하면 요즘은 아이들이 대부분 애국가를 4절까지 다 외우는데, 못 외우면 맞기 때문에 외우는 것이 아니라 수행평가라서 어쩔 수 없이(?) 외운단다. 저렇게 발랄한 아이들에게 국가의 억압이 어쩌구저쩌구 한들 먹혀들까? 하지만 문제는 억압이 아니라 내면화다. 나는 그게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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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9 14:51 2012/01/09 14:51

친구의 시나리오에 대해 소감을 이야기해 주면서 아고타크리스토프의 <50년간의 고독>에서 이 부분을 인용해서 보내주었다. 나는 어떤 글이건 자신의 머리를 굴려 창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정말 신비롭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쓰려고 하지만, 어떤 때는 사실만 가지고는 이야기가 안 되기 때문에 그것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용기도 없는 나 자신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미화시키고, 있었던 일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있었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얘기를 쓴다고 했다. 그녀가 말했다. -그래요. 제일 슬픈 책들보다도 더 슬픈 인생이 있는 법이니까요. 내가 말했다. -그렇죠. 책이야, 아무리 슬프다고 해도, 인생만큼 슬플 수는 없지요. . . .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책들은 내가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로 가야할지를 가르쳐준다. 그녀는 고맙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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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9 14:42 2012/01/0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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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그 사람들이 들고 있는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불꽃, 촛불들. 나는 그 촛불이 21년 전, 그리고 17년 전 거리에 내려 꽂혔던 그 꽃병만큼이나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분노와 증오심의 원인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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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9 14:40 2012/01/09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