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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장아찌

어느날 갑자기 마늘장아찌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어서 근처 한국 수퍼마켓을 찾아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진열돼어 있던 마늘장아찌들을 훑어보니, 이건, 전혀 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그런 품질의 것들만 있더라구요. 역시, 이곳의 식품류들의 질은 형편없습니다. 그래서, 에이, 만들어 먹자, 하고는, 잠시 생각해보니, 식초, 간장, 소금, 설탕은 있으니, 마늘만 사면 되겠구나, 싶어 마늘 한 봉지를 사들고 왔습니다. 그런데, 가끔 궁금하면 찾아가보는 요리사이트에서 마늘 장아찌 항목을 찾아보니, 이런, 이건 너무 오래 걸리고 힘든 작업처럼 보였습니다. 아.. 이상하게 보였어도 그냥 파는 것들 중에 하나 골라서 사올 껄 하는 후회. 요리 방법은 굉장히 간단한 것인데, "마늘을 소금물에 담궈서 일주일 뒀다가, 소금 식초 간장등등을 넣고 끓인 물에 넣어 하루에 한 번씩 다시 끓여서 담궈주는 것을 두세번 반복한다" 였습니다. 언뜻 간단하지만, 소금의 양이라든지 간장의 양등을 제가 가지고 있는 마늘의 양에 적당히 맞춰서 해야하는데, 그렇다고 중간에 맛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시키는 데로 한 후에 마지막이 되어서야(일주일하고 이틀이 지나서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다니... 귀챦기도 하고.

 

여하튼, 시키는 데로 한 후 겨우 오늘에야 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겉보기에는 위 사진처럼 꽤 괜찮은데... 아직 씁쓸한 마늘 맛이 다 빠지지 않아서, 마늘 한 쪽을 먹고 나자 속이 약간 쓰립니다. 이런 마늘류는 그냥 날로 먹는 것 보다, 이렇게 잘 못 삭히면 왜 더 매운 맛을 내는 걸까요? 조금 더 기다린 후 먹어봐야겠습니다. 즉, 겉보기는 멀쩡하나 맛은 그저 그런 마늘 장아찌를 만들었습니다. 씁쓸한 마늘 조각을 먹다가 떠오르는 생각들.

 

이런 장아찌나 장류들을 기막힌 솜씨로 담그시는 예전 나이 드신 할머니들의 솜씨에 새삼.. 참으로.. 경이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국을 끓인다고 하면, 끓이다 먹어보고 좀 짜면 물넣고 싱거우면 소금 넣으면 되지만, 이런 장아찌와 장류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어보이는데... 한달씩 삭히는 젓갈류나 장아찌는 도데체 그 배합을 처음에 어떻게 생각해서 한 드럼통씩 담는 걸까요?  역시 신기합니다.

 

또 하나 든 생각은...

 

예전에 초등학교 다닐 때 북한에 대한 교육중에서 밥공장 반찬공장에 대한 이야기를 배운 기억이 납니다. 확실하게 기억나는 건 없지만, 북한은 집단농장-집단 밥,반찬공장등등으로 집단화 되어있다..개인인격이 말살되어 있다...뭐 이런 이야기따위를 수업중에 들었던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네요. 하지만,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건데,

밥공장, 반찬공장이 동네마다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간절히 바란다고 하는게 더 맞을 듯.

 

아주 가끔씩 요리를 해먹는 것도 일상생활에서 작은 이벤트로 괜찮기는 하지만, 매일매일 아침, 저녁 집에서 밥을 만들어 먹는다면(아낀다고 점심도시락까지 챙긴다면!) 이건 굉장한 고역이 아닐까요? 물론, 해주는 밥 먹는 사람이야 고생이 없겠지만, 정작 당사자가 되어서 밥과 반찬을 매일 매일 한다는 것은 .. 혹은 둘이 번갈아 혹은 같이 만들어 먹는다고 해도..... 메뉴의 선택과 요리과정의 노동이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매일매일 식사를 사먹기는 힘들고 돈도 많이 들고 또 메뉴도 한정되어 있어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과거와는 다르게 거의 모든 집집마다 냉장고가 있고 아주 싼 전자레인지도 많으니, 음식의 보관과 손쉬운 가열에는 큰 문제가 없고 또, 조금만 더 신경쓰면 동결건조기 같은 걸 반찬공장에 비치해서 오래 보관해도 별 문제가 없는 종류의 반찬을 따로 만들어 놓으면(예를 들어 칼국수에 들어갈 양념과 야채를 동결건조 블럭으로 만들어 놓는다던지...^_^;;) 매일매일 퇴근할때 반찬공장의 반찬들과 밥공장에서 포장된 밥을 가져와서 하루하루 식사를 한다면 참으로 행복할 것 같습니다. 쿠폰제를 하면 좋겠죠. 그러다, 예를 들어 신혼집들이 때문에 손님들이 와서, 식사를 같이 하게 된다면, 흠, 아침에 반찬공장에 전화를 해서 조금 더 많은 양을 주문해 놓고, 저녁때 식사를 하면서,

"우와, 이 동네 반찬공장의 찬이 굉장히 맛있는걸, 우리 동네 반찬공장장에게 한마디 해야 겠어. 하하하"

라는 정겨운 대화(^_^/)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된장, 간장, 고추장, 김치등의 장류는 많은 사람들이 사서 먹습니다.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죠. 다르게 말한다면 만들어 먹기 너무 힘든 음식이라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중노동을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에게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의 가족-사회구조가 가족 중 한 사람은 집안에서의 일을 전담해서 하거나, 부부가 같이 일하더라도 가사를 가족이(주로 여성이) 전담하도록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매일매일하는 요리의 지겨움과 힘듦에 대한 한 명의 불만은 나머지 구성원들의 "행복하고 안전한 가정 요리"라는 압력과 바램에 눌려 사라져 버리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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