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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거리에 비친 영상, Project Ver.5 - 여성, 미래와 버추얼 이미지

 

여성사전시관 영상관에 달거리에 비친 영상, Project Ver.5 - 여성, 미래와 버추얼 이미지를 보러 다녀왔다.

 

*

<기획의도>

미래, 300년 후 '여성'이란 이미지는 어떻게 자리 잡고 있을까. 로봇, 신인류, 복제인간 그 속에서 존재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오늘날의 여성 이미지와 별 다를 바 없다. 500년 전 여성의 이미지가 오늘날과 별 다를 바 없었던 것처럼... 여성은 특징 없는 한 인류로, 섹스토이의 형태로, 생명체가 아닌 물질 같은 존재감으로 그려지곤 한다. 미디어의 21세기는 그렇게 여성의 몸을 그려 넣는다. 감정과 감성이 없는 차가운 물질로 그려지는 여성의 몸은 로봇, 복제인간, 신인류의 또 다른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다. 황우석 교수의 자각 없는 난자 살인, 신인류를 만들기 위해 DNA 변종에 쓰이는 여성의 DNA와 유전자, 인간의 몸을 뛰어넘을 거라는 로봇에 대한 환상. 미래는 유토피아의 경계에서 멀어진 단일화되고, 편파적인 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성의 몸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 이번 상영회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여성의 새로운 아젠다인 ‘미래와 여성의 몸’에 대한 고민을 함께 풀어보고자 한다.

 

*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슈리칭 감독의  ,

 

SF '포르노그라피'를 자청하고 있는 영화라서 심란했다.

 

여전히도,

내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여성의 몸을 보면 부끄럽고 남성의 몸을 보면 무섭다.

 

많이 완화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몸에 대한 이런 성별화된 느낌이 순간적으로 확 느껴져서, 어쩔 수가 없더라.

 

 

 



* I.K.U 관련 감상글 : 박재환 영화리뷰

 

발췌: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는 어떤 면에서는 사회의 터부와 닫힌 성 의식과의 투쟁의 장이다. 믿거나 말거나 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때만 해도 장국영, 양조위의 동성애 장면이 문제가 되어 영화관계자에게만 입장을 허용하는 코미디를 연출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부산영화제에서 '이른바' 무삭제판 <거짓말>이 상영되었고, 작년 처음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작품도 <로망스>라는 프랑스 여성감독의 작품이었다. 

지난 여름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 < X등급영화로의 은밀한 여행>은 심야영화 최고의 인기작품이었다. 이번 전주영화제에서 최고의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는 작품도 개막작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아니라 바로 이 <아이 케이 유>라는 신형 SF이다. 

감독은 애시 당초 예술과 외설의 논쟁을 유발시키는 것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아예 포르노그라피의 외피로 영화전체를 포장해버린다.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자극적이며, 가장 뻔뻔스러운 포르노그라피가 있다면 바로 이 영화인 셈이다. 

영화제 프로그램 안내 책자에는 이 영화가 리들리 스콧 감독의 클래식 SF <블레이드 러너>를 교묘히 분해하고 섹스라는 코드로 단장해서 재조립한 영화라고 거창하게 설명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원전의 타이렐사는 게놈 주식회사로 바뀌었고, 레플리컨들의 추격전은 포르노제국의 건설을 위해 최고의 섹스 데이터를 수집하는 I.K.U 코더인 '레이코'를 구동시킨다는 형태로 변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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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온갖 화려하고 자극적인 영상과 특수효과음으로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엄청난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몸에 장착시킨 레이코는 그들의 오퍼레이팅 시스템인 I.K.U 3.0을 구동하면서 새로운 오르가즘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 구체적인 매커니즘은 황당하게도 오른팔이 유니콘과 페니스의 형태로 디지털화하여 변형되고, 특수한 기법으로 상대의 오르가즘의 데이터를 디지털화시켜 자신의 하드드라이버에 저장시키는 것이다. 

물론, <데몰리션 맨>같은 미래세계를 다룬 SF를 보면, 인류의 섹스가 육체적 결합 관계를 떠나 머리에 무언가를 뒤집어 서고 뇌파체험만으로 엑스타시에 이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상상력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것인가를 보여주며,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비인간적인 방식을 통해서라도 그러한 단계에 이르러하는 인간이 많은가를 '만화적' 상상력을 통해 여지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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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영화에서 가장 쇼킹한, 그리고 가장 참신한 영상기법은 '다다미 쇼트' 이후 최고의 발견이랄 수 있는 '바기나 쇼트'일 것이다. 여성의 질내로 삽입된 페니스를 묘사하는 장면은 거의 감탄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애니메이션 CG로 묘사되는 이 장면은 아마 일생에 경험하게 될 최고의 충격화면의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감독은 이 영화를 단순한 포르노로 만든 것이 아니라, 관객과의 일종의 게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보면 이따금 '모자이크' 처리된 화면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이것은 영화제 사무국이 아니라, 감독의 의도에 의해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다. 아마, 당신이 센스있는 영화팬이라면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의 은근한 상상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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