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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승무원 철도공사 직접고용 촉구 2700인 선언

 

 

2700인 선언에 다녀왔다. 괜시리, 내 조급한 마음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우울했다.

 

공기업이란 곳에서, 여성인력에 대한 차별적 (무)의식-주로 여성이 맡게 되는 '서비스'업무에 대해, 단순노동이나 없어도 되는 '주변'업무라고 여기는 것이나 '젊고 예쁜 여성'을 단기간 고용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등의-과 비정규직에 대한 폭력적 대우-불법파견을 합법도급으로 포장하는 것이나 노동환경의 열악함이나 느닷없는 해고통지 등의-를 여지없이 드러내면서도, 그런 정부에서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키니 그 법을 믿을 사람이 대체 누가 있을까. 그런 정부니까, 여성부가 여성가족부, 여성청소년가족부가 되어가는 그 기이한 흐름을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더구나,   

여승무원의 외주화까지 추진 중이라니, 그야말로 철도공사와 정부만 알고 있는 그들만의 '원칙'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일까.

 

선언 장소에서 받은 새마을호 여승무원 관련 리플렛에 적힌, '저희는 정규직까지 바라는 것도 아니고 철도공사에 직접고용되기를 원합니다..'류의 내용을 보면서 마음이 따끔따끔 불편한 느낌이 들어서인지,

 

각계 각층의 유명인사들이 KTX 승무원을 지지하고 있음을 알리는 행사임은 맞지만, 사회자와 여성노동네트워크의 조주은씨, 중간에 승무원의 편지 낭독과 새마을호 여승무원의 연대발언 이외에는 각 단체의 대표라고 나온 사람들이 모조리 다 남성들이어서, 어쩐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인지,

 

이 문제가 어째서 여성'노동'으로만 초점이 맞춰지게 되는 것인지(젠더프리한 노동개념이란 허구라고 생각하지만 이른바 '노동'이라고 불리는 어떤 개념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여겨진다), '여성노동'의 이야기는 어떻게 그려내고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인지, 과연 가능한지 자꾸 의심하는데 스스로 지쳐서인지,   

 

도로 행진 허가도 내주지 않고 인도로 가겠다는 평화 행진을 막아선 경찰들과 술래잡기 하듯 뛰어다니느라 다리가 저릿저릿해서인지,  

  

예쁜 노란 풍선에 마음이 설레서 열심히 소원 적어서 날릴 준비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손에서 스스륵 풀려 먼저 날아가 버린 것이 내심 속상해서였는지,

 

조금 우울했다.

 

그래도..

날아가는 풍선들은 예뻤어.

모두다 하늘에 닿을 수 있길.

 

다음 번엔 이만인 선언, 이십만인 선언, 이천만인 선언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2700인 선언 관련 기사

[포토뉴스] 2007년 행복하게 일하겠습니다! (참세상)

각계인사 2828명 KTX 승무원 문제 연내해결 촉구 (프로메테우스)

"새해에는 우리의 일터 KTX로" (오마이뉴스)

[사설] 고속철도 승무원 문제, 해 넘기지 말아야 (한겨레)

 

*선언 다녀온 여름의 블로그 포스트 http://blog.jinbo.net/mbc112/?pid=82

 

*KTX 승무원 투쟁 관련 정보 얻을 수 있는 곳

승무지부에서 얼마전 오픈한 홈페이지 www.ktxcrew.or.kr

여성노동 네트워크 http://home.freechal.com/joynet

 




 

          <선언문>


문제 해결을 계속 거부한다면 이철 사장이 먼저 퇴진해야 합니다

  철도공사 이철 사장은 민주화 전력을 훈장처럼 달고 있습니다. 그를 소개하는 자리에는 언제나 과거 민주화운동 경력을 상징하는 “사형수 이철”이란 단어가 따라다닙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압니다. 이철 사장이 가슴에 달고 다니는 그 훈장이 노동자의 인권과 생존권을 짓밟는 잘못을 가리기 위한 허식일 뿐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문제가 계속되면 승무원을 없애버릴 수도 있다”
  철도공사 이철 사장이 국정감사장에서 한 말입니다. KTX승무원 문제가 1년 이상 해결되지 않아 철도공사 경영진의 가장 치명적인 골칫거리가 되었다지만 최고경영자로서 이렇게 무책임한 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승무원은 열차안전의 최후 보루입니다. 승객의 안전과 편안한 여행을 마지막으로 책임지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런 승무원을 없애버릴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당사자인 승무원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향한 협박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KTX열차 자체의 안전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지적이 있음에도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승무원을 없애버릴 수도 있다고 하니 “낙하산 인사” 이철 사장에겐 ‘철도와 승객의 안전’은 별 관심사항이 아닌가 봅니다.

  “KTX승무원을 직접고용할 수 없는 것은 ‘원칙’의 문제이다.”
  이철 사장은 언론 인터뷰 때마다 강조합니다. '대중적 인기'를 먹고사는 정치인 사장이기 때문인지 “어떠한 압력에도 타협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그럴 듯한 말로 KTX여승무원을 직접고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근거의 부재를 피해가려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철 사장의 ‘원칙’의 기준이 “공기업의 경영효율성이나 공공성 강화”가 아니라 “정치인 이철의 입지 강화에 유․불리함"에 있기에 그는 공기업 한국철도공사의 사장으로서 자격이 없습니다.

  KTX승무원 문제의 연내 해결을 촉구합니다.
  국민의 다수가 철도공사는 틀렸고, KTX승무원의 주장이 옳다고 합니다. 노동계와 여성계는 물론이고 학계, 시민, 종교, 법조, 문화예술 등 각계각층에서 KTX승무원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정부만 입을 닫고 있고, 철도공사는 모르쇠와 호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합리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랍니다. 만약 이철 사장이 끝내 문제해결을 거부한다면 도처에서 터져 나오는 이철 사장 퇴진요구의 거센 목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정치인 이철"을 거부하는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것입니다.  

                                            2006년 12월 19일
              KTX승무원 문제의 연내해결을 촉구하는 선언 동참자  2735명 일동
                   (늦게 도착한 선언 참여자 명단이 일부 누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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