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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칼, 정호승
칼을 버리러 강가에 간다
어제는 칼을 갈기 위해 강가로 갔으나
오늘은 칼을 버리기 위해 강가로 간다
강물은 아직 깊고 푸르다
여기저기 상처 난 알몸을 드러낸 채
홍수에 떠내려 온 나뭇가지들 옆에 앉아
평생 가슴 속에 숨겨두었던 칼을 꺼낸다
햇살에 칼이 웃는다
눈부신 햇살에 칼이 자꾸 부드러워진다
물새 한 마리
잠시 칼날 위에 앉았다가 떠나가고
나는 푸른 이끼가 낀 나뭇가지를 던지듯
강물에 칼을 던진다
다시는 헤엄쳐 되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갈대숲 너머 멀리 칼을 던진다
강물이 깊숙이 칼을 껴안고 웃는다
칼은 이제 증오가 아니라 미소라고
분노가 아닌 웃음이라고
강가에 풀을 뜯던 소 한 마리가 따라 웃는다
배고픈 물고기들이 우르르 칼끝으로 몰려들어
톡톡 입을 대고 건드리다가
마침내 부드러운 칼을 배불리 먹고
뜨겁게 산란을 하기 시작한다
-
분노를 동력으로 살아가는 건, 내가 지친다.
분노 뒤에 웃음이, 슬픔 뒤에 행복이 올거란 믿음은,
바로 지금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할 뿐,
바로 지금의, 뒤엉켜 연결된 여러 가닥들을 느끼지 못하게 할 뿐.
오래도록 슬퍼하고, 슬퍼하고, 슬퍼하고, 슬퍼하고 싶다.
언제고 다시, 누구에게든 슬퍼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학년이 올라갈수록 말이 많아진다.
내 세계의 부서지고 깨짐을 경험하고 싶어서 말을 할지언정,
내 말의 옳음-이런 게 있기나 한건지-을 확인하기 위해,
말을 하고 싶진 않아.
피해의 폭로라는 전략과 피해자화라는 폭력 사이에서,
자신의 편협함을 망각하는 편협함과 인정투쟁의 절박함 사이에서,
경험이 위계적인 권력이 되지 않도록.
- 2007년의 서늘한 마침표와 시작점 사이에서
댓글 목록
당신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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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분노를 동력으로 사는 거,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요.
이 글 너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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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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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하 >_<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