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먹튀 지엠이 한국에 던지는 마지막 추파

먹튀 지엠이 한국에 던지는 마지막 추파

[기고] 지엠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은 바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한지원(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준))  / 2009년06월08일 11시16분

지엠대우는 뉴 지엠에 편입?

 

6월 1일 지엠이 파산한 이후 지엠대우의 그리말디 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엠대우가 뉴 지엠에 편입되었기 때문에 지엠대우는 아무 문제 없이 정상 영업을 할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그는 이어서 정리해고 역시 없을 것이며, 구조조정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로 자동차 업종의 노동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지금,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니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2001년 해외매각과 정리해고의 큰 아픔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지엠대우의 노동자들에게는 특히 반가운 일일 것이다.

 

지엠의 구조조정 계획은 “손실의 세계화”

 

먼저 지엠 본사가 구상하고 있는 구조조정 계획을 보자. 지엠이 파산보호신청 전후로 진행하는 구조조정의 핵심 계획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번째는 약 544억 달러(한화 70조)에 달하는 부채를 처리하는 것이며, 두번째는 비용 절감을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부채 처리의 경우 채권자들이 자신들의 채권을 주식으로 교환하는 출자전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정부가 지원한 170억 달라 및 앞으로 지원할 약 200억 달라를 72.5%의 주식으로, 전미자동차노조가 2007년 회사로 부터 약속받은 200억 달라 규모의 퇴직자건강보험기금(VEBA) 출연금을 17.5%의 주식으로, 그리고 약 270억 달라 규모의 일반 채권자들의 무담보 채권을 10%의 주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비용절감 계획은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 중인데, 첫 번째는 미국 내 공장 폐쇄와 정리해고를 통한 비용절감, 두 번째는 수익성 없는 사업 부분의 매각이다. 미국 내 비용 절감 계획은 미국 내 47개 공장 중 16개를 폐쇄하고, 직고용 인원 9만 7천명의 30% 수준인 3만 명을 해고하며, 6,246 곳에 달하는 영업망을 3,600여 곳으로 축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매각 계획은 현재 지엠이 판매하는 12개 브랜드 중 시보레, 캐딜락 등 4개 브랜드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매각 혹은 청산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는데, 현재 지엠 유럽 판매의 60%를 차지하는 오펠(Opel)은 캐나다 회사인 매그나와 러시아 국유은행의 컨소시엄에 매각되었고, 대형 픽업 트럭의 대명사인 험머(Hummer)는 중국 자동차 회사에 매각되었다.

 

그런데 지엠의 구조조정 안 중 모호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해외 계열사들에 대한 처리 방향이다. 지엠은 지금까지 34개국에 있는 해외 생산 공장들에 대해 처리방향을 명시적으로 밝힌 바가 없다. 지엠이 밝힌 것은 지엠의 파산보호신청은 오직 미국 지엠에만 해당하며, 해외 계열사들은 현재 파산보호신청과 관련하여 진행되는 구조조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칙뿐이다. 지엠의 해외 공장 중 폐쇄 조치가 나온 곳은 영국과 벨기에 공장인데, 이 또한 지엠이 밝힌 것이 아니라 오펠이 매그나에 매각되면서 오펠과 매그나가 밝힌 것이다(영국과 벨기에에서는 약 11,000 명의 노동자가 오펠 또는 복스홀(Vauxhall) 브랜드로 생산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최대 규모의 초국적 기업 중 하나인 지엠은 해외 법인들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기본 방향은 간단하다. 해당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즉 해당 국가의 지원이 없어서 부도가 나도 본사에서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엠의 브랜드 중 하나인 오펠의 경우 독일에서 21억 달라를 긴급 지원하며 매그나에 매각되었고, 스웨덴 사브의 경우 지엠이 요청한 지원을 스웨덴 정부가 거부하자 부도처리되어 현재 스웨덴 정부에 의해 법정관리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캐나다 정부는 이미 지엠 캐나다에 여러 명목으로 100억 달라 이상을 지원하여 공장을 유지하고 있으고, 인도 정부는 지엠의 지원 요청을 거부하여 현재 지엠 공장 증설 계획이 모두 취소되고 현 공장 역시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요컨데 지엠이 해외 공장들에 대한 계획을 밝히지 않은 것은 바로 지엠의 손실을 ‘고용 유지’를 무기로 각국 정부가 책임지라는 말에 다름아닌 것이다. 20세기의 대표 초국적 기업은 이렇게 자신의 손실 역시 ‘초국적’으로 처리해 나가고 있다.

 

지엠 먹튀의 향연 “정부에게 삥 뜯기”

 

그렇다면 지엠대우는 어떨까? 뉴지엠에 편입되었으니 앞으로 생산과 판매가 정상화되고 노동자들은 고용안정을 누릴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안타깝게도 “아니오”이다. 지엠대우가 밝힌 뉴지엠 편입 관련 이야기들은 실상 아무런 내용이 없는 정부에 대한 추파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해외 공장 중 매각된 곳이 아니고서는 그 어느 곳도 뉴 지엠에 편입되지 않은 곳이 없다. 다시 말하면 북미를 제외한 해외 공장에 대해 지엠은 뉴 지엠 편입을 근거로 각국 정부에 대해 유동성을 지원할 것을 협박 혹은 구걸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엠대우의 사정을 좀 더 살펴보자. 지엠대우에게 우선 당장 급한 것은 유동성이다. 2008년 12월 31일 현재 지엠대우의 유동성 부채(1년 내 갚아야 하는 부채)는 자그만치 5조 8천억 원이었다. 아마 현재는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이 유동성 부채의 내역도 화려한데, 매입채무(부품 등을 사고 대금을 주지 않은 돈)가 1조 6천억, 산업은행에서 빌린 9천 6백억, 각종 미지급금 1조 9천억, 파생상품부채 1조 8천억 원 등이다. 매입채무 1조 6천억 원은 지엠대우가 계열사에 납품을 하고 받지 못한 돈(매출채권) 2조원과 상쇄한다고 해도, 나머지 4조원 가량의 부채는 해결 방법이 없다.

 

특히 파생상품부채 1조 8천억은 그야말로 먹튀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부채인데, 지엠대우가 지엠 본사로 자본 유출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이 파생상품부채는 지엠대우가 환율 변동을 거꾸로 예상하여(즉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 발생한 것인데, 사실 2008년 초까지 대부분의 수출 기업들이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지엠대우의 경우 다른 수출 기업들과는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하나는 그 규모가 다른 기업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것이고, 환율 상승이 예상되는 시점에서도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환율 하락 포지션을 취하며 계속 손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지엠대우는 파생상품을 이미 처분하여 2008년말에 손해 본 금액이 약 8천억 원이며, 앞으로 손해를 볼 금액(평가손실)이 약 1조 2천억 원 이상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경우를 보면 2008년에 파생상품 거래에서 1천억 정도를 손해보았지만, 이후 약 2조원 가까운 이득(평가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1년 동안 세계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온 글로벌 지엠이 현대자동차보다도 환율 예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더군다나 지엠은 연초부터 원화와 파운드화에 대해서 각별히 주의할 것을 경고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파생상품이라는 것은 누군가 잃으면 반대쪽에서는 누군가가 이득을 본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국내외 은행과 선물환 거래를 하며 지엠대우가 환율 하락에 돈을 걸고, 미국의 지엠이 국내외 은행의 미국 지점에서 환율 상승에 돈을 걸면 지엠대우가 잃은 돈 만큼이 수수료만 떼고 지엠으로 간다는 것이다. 참고로 지엠 본사는 2008년 말 파생상품거래로 약 2조 3천억 원의 이득을 보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산업은행이나 국내 금융 당국은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최근 산업은행의 태도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듯 하다. 산업은행이 최근 지엠대우의 지원 요청에 대해 거절하며, 지엠대우의 지분과 각종 지적재산권에 대한 라이센스를 요구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해외투자유치를 노래 부르며, 민영화를 절대선으로 생각하는 정부 정책 은행이 초국적기업의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요청한 것 자체가 산업은행 역사상 없었던 일이다.

 

즉 반대로 이야기하면 산업은행은 자신이 단순하게 유동성 지원을 할 경우 지엠대우가 이 돈을 어떻게 이용할지를 알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지엠대우가 요청한 1조원이 또한 의미심장한 액수인데, 지엠대우의 경우 당장 상환해야 할 파생상품부채가 1조원 정도이고, 운영자금이 1조원 이상 필요하며, 산업은행에 10월 이전에 갚아야 할 돈이 8천억 원 정도 있기 때문이다. 지엠대우가 1조원만을 요청한 것의 의미는 지엠대우를 정상화하는데 필요한 돈이라기보다는 스스로가 필요한 부채 상환에만 돈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에게 지엠대우 청산 비용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한편, 지엠대우 사측과 일부 전문가들은 지엠대우의 성장 가능성을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엠대우 지원에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현재 지엠대우가 생산하는 완성차 혹은 반조립품은 33%가 유럽으로, 18%가 북미로, 8%가 남미로, 7%가 중국 및 아시아지역으로, 17.5%가 기타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고, 10%가 내수로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북미 지역의 경우 전미자동차노조와 지엠의 협상으로 소형차 생산 대부분을 북미 지역에서 생산하기로 하였다. 지엠대우로부터 많은 기술을 가져간 중국 상하이 자동차 역시 적극적으로 자체 소형차를 생산하기로 하였다. 유럽의 경우 지엠 유럽의 60%를 차지하는 오펠/복스홀이 매각되면서 지엠 유럽의 생존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러시아가 이 매각에 적극 개입하면 자국내에서의 소형차 생산 등에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하면 지엠대우의 기술 여부를 떠나 지엠대우의 현재 매출 중 50-60%가 영구히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는 지엠대우가 밝힌 뉴 지엠 편입 계획에서도 은연 중 나타난다. 지엠대우 판매와 관련하여 사측이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인도, 타이, 베네수엘라 등 아시아 국가 일부와 남미 국가들 밖에 없다는 것이 바로 지엠대우가 곤경에 처한 상황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지엠대우 노동자들과 사회운동진영이 지금부터 싸워야 한다

 

이제 진보진영이 선택해야 할 답은 다소 명확해 진다. 지엠이 지엠대우를 살릴 의지도 계획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지엠의 더 이상의 먹튀 짓을 당장 멈추도록 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에 대한 추궁을 시작해야 하며, 노동조합은 현장에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쌍용자동차의 예도 그러하지만 지엠대우의 경우 역시 초국적기업의 지사에서 노동하는, 초국적 자본에게 하청생산공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한국 노동자들의 비애를 보여준다. 1998년 이후 진행된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너무나 많은 노동자들을 먹튀 자본에게 얽어매었다.

 

정부 정책으로 해외매각을 진행하였고, 정부가 이들 자본의 먹튀 짓을 방조한만큼 현 사태의 해결 책임 또한 정부가 가지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정부 정책 금융 기관과 지식경제부 등의 정부 당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들의 책임을 숨기고, 이 모든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한 방책들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쌍용자동차의 예처럼 말이다. 지엠대우의 노동자들과 인천 지역의 모든 진보진영이 쌍용자동차 투쟁에 연대하여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내야 하는 일이 급한 이유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