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야 할 것이 없는...

1. 노명박

 

재밌는 건 정치인들이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노씨와 이씨가 둘만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으되, 하는 스타일이 똑같다는 거.

 

일단 지르고 보자 플레이. 노무현이 신행정수도며 혁신도시며 로스쿨을 지를 때 스타일은 일단 "한다"는 결정을 지 꼴리는 대로 해놓고 나서 인민들에게는 "어떻게 할까?"라고 물어보는 형식이었다. 이명박 역시 마찬가지. 대운하며 소고기 수입이며 간에, 일단 "한다"고 질러놓고 "우짤까?" 이러면서 묻는다.

 

신행정수도나 혁신도시 이야기할 때, 취지에는 일정정도 공감을 하면서도 그 방식에 대해서 도저히 납득을 할 수 없었던 것이, 걍 조용히 처리하면 될 일을 뭘 그렇게 거창하게 온 동네 소문 다 퍼뜨려놓고 설레발이를 치나 하는 것이었다. 뒷감당을 어찌하려 저러나 싶었는데, 결국 그놈의 뒷감당은 2mB 정권이 들어선 후 다시 되니 마니 하는 식.

 

명박이 대운하도 딱 그짝이 날지 모르겠는데, 이놈의 컴퓨터 달린 불도저 2mB가 일단 질러놓고 퇴임한 후 공사 계속 하니 마니 하는 사단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 와중에 민의라는 것은 완전 실종. 하냐 마냐 하는 기본적인 선택구조에서 인민은 완전 제외된다. 어차피 결정이라는 것은 지 꼴리는 대로 해놓고 나중에 그 책임분산을 위해 인민에게는 방식만을 물을 뿐. 이게 무슨 민주주의라고...

 

 

2. 삼성

 

반성하고 물러난다고 줄지어 카메라 앞에 서있는 삼성의 회장 이하 임직원들.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던데, 사실 침통해야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어차피 지들이 물러난다고 해도 몇 대가 먹고 살만한 재산을 축적한 자들에게 돌아갈 피해라는 것은 당장 먹고 살기 어려운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정도.

 

이건희가 경영권을 내놓고 초야에 묻히겠다는 거창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삼성 무노조경영의 폐단에 대해선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 노동자를 감시하고 협박하고, 그 결과 어디다 하소연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산재로 사망하고 정신질환까지 얻은 삼성의 노동자들에 대해 이건희는 돌아서는 그 순간까지 한 마디 언급이 없었다.

 

선대 회장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던 그 노조. 선대회장의 눈에 흙이 들어가다 못해 아예 그 육신이 흙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삼성은 노조에 대해 적의를 품고 있다. 사원들을 "머슴"이라고 했던 어느 그룹 정 머시기 회장이나 이건희 일가와 그 수족들의 사고방식은 다르지 않다.

 

이건희 일가의 마름역할을 하면서도 이름만은 거창하게 구조조정 본부라고 걸어놓고 있었던 부서 하나가 날라간단다. 날라가겠냐? 삼성방송위원회라도 만들겠지. 29만원인생 전두환에게 눈물을 머금고 갖다 바쳤던 TBC를 이제라도 다시 찾기 위해 열심히 뛰겠지. 그 방송으로 노조를 빨갱이 집단으로 몰아갈 수도 있겠고.

 

 

3. 시민

 

총선이 끝났어도 의견은 분분. 특히 뉴타운에 관하여 온갖 설왕설래 횡행. 정몽준, 홍정욱 등은 아예 뉴타운법 개정을 하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이 와중에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값이 얼마나 오르게 될 것인가에 충혈된 눈을 돌린다. 니들이 아파트값 올려준다고 해서 니들을 찍었으니 아파트값을 올려주던지 아니면 손해배상을 하던지. 자신들이 뽑은 사람이 국회의원인지 아니면 동네 통반장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혁신도시가 유야무야될 것 같으니 어떤 지방언론은 1면에 대놓고 벌써 "노"가 생각난다고 써 갈긴다. 지나고 보니 구관이 명관이라, 뭐 이런 심리일까? 누군가 뭐 좀 해준다고 하면, 그것이 공리에 부합되는지 여부에는 고민없이 당장 내 살림살이에 일원 한 푼이라도 도움이 되나 안 되나를 계산하는 것이 인지상정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판단과 선택이 가져올 보다 폭넓고 장기적인 효과에는 별다른 고민 없이, 지금 내 주머니에 뭔가를 집어넣어주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에게 열광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배신하는 지지를 보내주는 것. 전형적인 '신민(臣民)'의 모습이다. 시민은 없다. 그래서 아직도 한국사회는 전근대적 봉건사회에서 허우적 거린다.

 

 

4. 기냥

 

날씨가 우중충하니 우중충한 생각만 자꾸 나서 우중충한 포스팅을 하게 된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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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3 13:01 2008/04/2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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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파트값 올리기에 충혈된 서민들.... 지난 정권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았던 강남 아파트값을보며 느낀 상실감의 발로일테지요. 드러나는 모습의 원인은 항상 사회의 가장 치열한 모순 속에서 발생하는데 그 표출이 너무 탁하고 좌절감느끼게하는건... 뭐 진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잘해야하는거겠죠. 대안부재때문일테니... 우울하구먼요.

  2. 해 다시 나왔네요. 기운내세요.

  3. 왼날/ 가끔 드는 생각인데, 이게 과연 "대안부재" 때문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 정말 대안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그 대안이라는 것을 아예 기대하지 않기 때문일까... 후자라면 그 원인은 뭘까, 그 원인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미튀겠다...

    바람/ 헉... 감솨... 언제 해가 뜬겨???

  4. 오늘 성화봉송 때 중국인들의 행태를 보니, 얘네들은 정말 대책이 없더군요. 아마 얘네들이 패권을 잡으면 아주 끔찍한 세상이 올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중국의 앞잡이 역할을 하기에 바쁘고, 민주노동당은 북한 정부 때문에 그러는지 중국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못하는 모습이군요. 정말 중국이 패권을 쥐게 되는 순간이 무섭습니다.

  5. 참군/ 그렇잖아도 관련 글 포스팅을 하려던 참이었었거든요. ㅎㅎㅎ 좀 늦었네요. 어쨌든 광기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겠어요...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