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뻑'에 대하여
광야에서 메시아가 올 것임을 알리는 선지자처럼 행세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현존하는 문제에 대해 오로지 자신만이 그 심각성을 알고 있으며, 자신만이 외롭게 분투하고 있다고 자임한다. 다른 이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실에 안주할 뿐만 아니라 선지자인 자신을 배신자나 개종자라고 비난하며 탄압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스스로를 세례요한이라고 여긴다. 동시에 그는 스스로를 사도 바울이라고도 여긴다. 반동이자 이교도로 여겨졌던 자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뛰어든다. 그로 인해 이전의 동료들로부터 변절했다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그것은 오히려 자기 행로의 올바름을 증명하는 증거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사도 바울이 되기 전에 입었던 옷은 벗어버렸다. 자신의 행동은 진리를 향한 환골탈태다.
그에게 있어서, 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이 그 문제로 인해 얼마나 고뇌하며 괴로워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바가 아니다. 전에 같은 길에 있었던 사람들 중 자신과 같은 번민에 처해 있는 사람이 있어선 안 된다. 왜냐하면 오로지 자신만이 그러한 번민을 자각한 사람이며, 그래야만 자신이 선지자로서의 위치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고민을 하지만, 다른 내용과 다른 방향을 이야기하는 자들은 차라리 같은 고민을 하는 자가 아닌 것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인해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은 진리를 향한 자신이 선택한 순교의 길에 떨어지는 채찍질이라 주장한다.
이런 걸 두고 전문용어로 자뻑이라고 한다.
그리고 드러내놓고 자뻑을 하는 자를 전문용어로 관종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