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한 거 땡기는 날

아침부터 내내 선전전한다고 돌아다니다가 덜컥 더위를 먹었는게비다...

파병반대 집중투쟁에 동원된 처지로 선전물 들고 돌아다니는데, 세상에나 네상에나 이렇게 찌라시 안 팔려보기는 또 첨이다. 날씨가 워낙에 더웠는데다가 휴가철이라서 그런지 시내에 사람들이 없다.

 

간간히 지나가는 사람들은 전부 한 손엔 가방이나 핸드폰 기타 등등을 들고, 다른 한 손엔 하드나 아이스크림, 음료수, 부채 이런 걸 들고 있다. 그러니 찌라시 받을 손이 있나...

간혹 노인네들이 손을 내밀며 한 장 달라고 할 때, 반가운 나머지 드렸더니만 깔고 앉으시고...

 

조물주가 21세기를 예상하고 인간을 만들었으면 아마 문어처럼 만들지 않았을까... 한 번에 여러 가지 일 하라고... 팔이 한 8개 쯤 되는...

 

암튼 더운 날 길거리를 돌다가 냉면을 먹게 되었는데, 션~한 냉면이 도로 쥐약이 되었는지 점심나절 이후부터 온 몸에 맥알머리가 없다가 계속 어지럽고 울렁거리고 정신이 없다. 된통 더위를 먹은 게야...



그래서 좀 뜨끈한 것을 먹어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그것도 쬠 얼큰한 것으로.

그래서 선택했던 것이 순두부...찌게다.

 

국민은행 본점과 당사 중간에 있는 건물에 비교적 아담한 순두부집이 있다.

꽤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순두부집인데, 낮에는 자리가 없어 항상 밖에서 줄을 서야한다.

마침 토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다.

 

매우 안정을 찾은 주인 아주머니가 아주 여유있게 우리를 맞이하고 이것 저것 메뉴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 집에서 이렇게 인간대접 받아본게 첨이다...

이 감격... ㅠㅠ

 

암튼 이 집의 명물은 순두부찌게다. 얼큰한 국물에 고소한 순두부, 그리고 깔끔한 밑반찬.

밥도 근처 다른 밥집과는 달리 상당히 좋은 쌀에 좁쌀을 석어 준다.

밑반찬도 맛이 있어서 사실 다른 메뉴를 주문하지 않고 밑반찬만 가지고도 밥 한 그릇 뚝딱 할 수 있다.

 

순두부의 맛이 다른 곳과는 많이 틀린데, 고소하기가 이를데 없다. 언젠가 그 재료며 제조를 어디서 어떻게 하는 건지 꼭 물어봐야겠다. 또 이 집은 생김과 간장을 기본으로 식탁에 올려놓고 있는데, 이게 또 별미다.

 

계란말이도 맛이 괜찮다.

그런데 오늘 주문한 품목 중 불고기는 영 아니었다. 그건 빼고.

 

그나저나 저녁을 이렇게 얼큰 시원하게 먹었는데, 더위먹은 것은 빠지질 않고 있다.

아, 큰일이다. 행인은 한 번 더위를 먹으면 그해 내내 계속 더위를 먹는데...

엥... 어떻게 되겠지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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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4 20:04 2004/07/2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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