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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고찬용 [After ten years absence]

 

 

커버 아트가 제 취향이 아니라서 향 음악사에서 인디 음반 진열되어 있는 곳에서 나온 것은 보았지만, 그냥 바로 넘겼습니다.(심지어 고찬용 씨의 앨범인 줄도 몰랐습니다. 고찬용 씨가 왜 인디 음반에...) 연말까지도 고찬용 씨의 신보가 나온 것을 몰랐었는데, 결산할 때가 되니 -물론 웨이브에서는 일언반구 없었지만- 이곳 저곳에서 좋은 평가가 쏟아지더군요. 그래서 새해가 밝은 저녁, 향음악사로 달려가 예전부터 사고 싶었던 코스모스의 [One and Only]와 함께 두장을 계산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첫 음반을 플레이 한 후 몇 곡이 지난 후 들었던 느낌은 '좋다'보다는 '당혹감'이었습니다. 90년대의 한국 가요적인 느낌은 강하지만 그 멜로디의 작법에 있어서는 어떤날에서 루시드폴로 이어지는 축이나, 유재하의 축 어느 쪽과도 닮아있지 않습니다.(김현철의 초기 음반들이 간혹 생각나기도 합니다.) 낯선 사람들의 음악들보다도 좀 더 고집있어진 모습인데, 분명 한국적인 도회감이 살아있기는 하지만 멜로디의 전개가 (관행에 비해) 계속 전복되면서 귀에 꽃히는 트랙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몇 번 더 플레이를 시킨 지금에서야 귀에 들어는군요.

주목할 점은 이 음반의 모든 연주와 노래, 심지어 믹싱까지도 온전히 고찬용 손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연주에 있어서는 전문 세션이 한 것과 그다지 차이가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앨범 전반을 끌어가고 있는 미디 시퀀싱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고, 무엇보다 고찬용에게 딱 맞는 옷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몇몇 문제점도 발견됩니다. 주로 사운드 상의 문제인데, 마스터링을 외국에서 해서 그런지 사운드는 땅땅하고 꽤나 알차긴 하지만 보컬이 다소 작게 들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연주의 큰 볼륨과 특유의 멜로디 작법에 뭍혀 발음 역시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가사가 선명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또한 메인 보컬이 작은 데 반하여 코러스가 다소 큰 느낌이라 약간 아쉬움을 보여줍니다. 몇몇 곡에서는 베이스가 조금 더 강조되었으면 좀 더 리드미컬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찬용의 [After ten years absene]이 지금에라도 출시된 것은 반갑습니다.(심지어 앨범명이 10년의 부재라니...) 몇몇 문제점은 그 노래들을 듣다보면 심지어 사소하게 치부할 수도 있는 정도이고, 무엇보다도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걸리는 곡이 많아집니다. 툭하 앨범의 중반부에 좋은 트랙들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물론 초반의 [스물셋]도 참 좋지만, 앨범의 백미는 단연 가장 중앙에 포진되어있는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디 시퀀싱한 드럼임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팽팽한 것도 훌륭하고, 잘 정제되어있는 듯한 사운드가 이 곡에서만큼은 터져줍니다. 그 뒤로 [값진충고]와 [겨울이 오네]로 이어지는 플로우 역시 나무랄 데 없습니다.(앨범 말미는 다시 앨범 초반부를 듣는 느낌인데, 나쁘지는 않지만 좀 더 나은 대안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은 듭니다.)

음반을 몇 회 플레이한 지금 갑자기 이런 물음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고생해서만든 음반이 얼마나 팔릴 수 있을까?" 인디 음반을 들으면서도 항상 생각하는 문제이지만, 낯선 사람들을 기억하며, 또 10년 만의 첫 솔로 앨범이라는 고찬용의 신보를 들으면서 유독 저런 생각이 머릿 속을 왔다갔다 합니다. [스물 셋]이나 [길]이라면, 그리고 다른 트랙들 역시 정성이 가득한 것이 눈에 선하고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결과물들일텐데. 같은 낯선 사람들의 보컬 중 한 명이었던 이소라가 솔로 데뷔를 한 후, 고찬용은 그녀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뱀발. 같이 구매한 코스모스의 2집 [One and Only]는 제게는 오히려 1집의 [Standard]보다 와닿지 않군요. 물론 사운드나 프로듀싱이라는 면에서는 1집보다 훨씬 나은 점이 많기는 하지만...  제가 코스모스에게 기대할 수 있었던 스타일은 [나쁜 피]나 [Starless Man]이라던지의 음악인데... 1집의 사운드는 분명 원치않은 방향으로 보이나 그 곡에 있어서는 오히려 더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2집도 계속 들어봐야겠군요. 하기는 [나쁜 피]는 정말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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