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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反아펙 투쟁평가 유감.

* 이 끄적임은 참세상에 실린 라은영 기자의 '[기자의눈] 反아펙 투쟁이 남긴 것' (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id=34537 ) 이라는 칼럼에 대한 일종의 반론이다.


참세상 라은영 기자가 '反아펙 투쟁이 남긴 것' 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아펙 반대 투재에 대한 평가를 올린것을 봤다. 라은영 기자는 아펙 반대 투쟁을 건설하는 단게에서부터 꾸준히 지켜봐 온 기자이므로 아마 그가 칼럼속에서 지적하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전혀 의미가 없지는 않을것이다. 그러나 여러가지 의미에서 그 지적하는 내용들이 과도 하거나 혹은 적절하지 않은 부분들이 보여 부족하게나마 언급하고자 한다.


라은영 기자는 주로 이번 반 아펙 투쟁이 '반 부시' 의 구호에 밀려 '좌파의 투쟁담론' 은 사라지고 민족주의적 운동이 되어 버렸으며 심지어 '아펙 투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노무현정권이 아닐까' 하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주장은 사실과도 다르거니와 그 관점이 운동을 건설하는데 있어 그다지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한번쯤 가볍게 이야기하고 넘어갈만한 '담론' 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말하는 '좌파' 의 역량 을 성장시킬수 있을만한 '저항의 담론' 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는 스스로 '기자 개인이 가진 반미, 반부시 투쟁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아니' 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기사 내용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반 부시' 구호에 대한 태도들은 알레르기 반응이 아니라는 그의 전제를 무색하게 만든다. 그가 중요하게 다뤄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유무역의 허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부시 반대' 의 구호는 효과적이다. 부산 아펙 반대투쟁 앞서 열린 미주정상회담에 맞서기 위해 FTAA,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등의 구호를 앞세우고 아르헨티나에 모인 남미 여러나라의 활동가들 에게 가장 인기있는 구호는 "FUERA BUSH", "NO BUSH" 였다. (  fuera는 영어의 go에 해당하는 스페인어 동사 ir가 변형된 형태라고 한다, 즉 Fuera Bush는 Go home Bush 라는 의미가 된다 )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가장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바로 미국이고 조지부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규모의 이른바 '다국적' 기업들이 주도한다고는 하지만 자유무역, 신자유주의의 문제는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과 무관하지 않으며 오히려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차베스가 "우리가 단합해야만 제국주의를 패퇴시키고 시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할 수 있다" 며 연설했을때 참가자들은 그 연설에 뜨거운 호응을 보낸것이다. 반부시, 반미 구호가 반 아펙투쟁에 제기된것이 과연 생뚱맞은 일인가, 오히려 기자가 신자유주의 뒤에 버티고 있는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을 간과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기자가 제국주의 정책에 대해 간과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은 기사중에서 '전쟁에 대한 반전 의제들과 맞물려 '아펙'의 본질은 부차화되고' 라는 부분에서 더욱 짙어진다. 아펙의 본질은 단순히 자본의 세계화에 대한것만은 아니다. 아펙에 참가하는 정상들은 모두 부시의 전쟁을 지지하며 그를 통해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려고 해왔다. 2001년 상하이 아펙 정상회의는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 을 지지했다. 노무현 정부는 아펙 정상회의가 '한반도 냉전 해체와 평화의 장' 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파병연장과 자이툰 부대의 임무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고이즈미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자위대를 파병하면서 평화헌법 9 조를 개정하면서 국제무대에서의 발언권 확대와 일본 자본가, 지배계급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99 년 시애틀의 WTO 각료회의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시작된 세계 각국의 반 자본주의 운동은 이라크 침공과 함께 반전운동과 결합하여 전쟁을 통해 이윤을 확대하는 자본의 속성과 평범한 사람들을 고통으로 밀어넣으며 권력을 강화하려는 지배계급의 의도가 폭로되면서 질적.양적으로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번 반 아펙투쟁은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이 결합하여 성공적으로 치뤄진 또 하나의 좋은 사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반전운동이 가진 의미나 역동성은 보지 않고 단순히 자유무역에 대한 의제가 반전구호속에 묻혔다며 아펙의 본질이 부차화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운동을 발전시키는 태도라고 볼 수 없다.


기자가 칼럼속에서 일관되게 좌파적,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부산투쟁위원회' 같은 '현장단체' 의 경우, 시민행동 중심의 반아펙 투쟁이 민족주의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며 대 시민홍보에 거의 열성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에 '민족주의 운동단체' 인 부산지역 청년단체와 부경총련 활동가 등 의 활동가들은 이번 시위의 성공을 위해 아펙 찬양 일색인 부산에서 거의 매일 거리 홍보전과 리플릿팅, 차량 홍보전, 시위 준비 등의 활동을 하며 헌신적으로 노력했다. 기자에게 묻고싶다. 시민중심의 운동이 민족주의적 한계가 있다고 하여 그 과제를 거의 방기하다시피 한 그런 자세가 '좌파' 적인 자세라고 할 수 있는가? 좌파라는 타이틀이 그저 민족주의에 대한 반대에만 열중하면 자동적으로 획득하게 되는 그런 것인가?


나는 민족주의 운동계열에 대한 공격에는 '헌신적으로 앞장' 서면서 자본이나 정권에 대해서는 타협적인 자세를 보이는 사람들도 알고 있고, 더 이상 운동권 정당이 되어서는 안 되며 민주노총과 결별하자거나 투쟁보다 의회활동에 집중하자고 말하는 사람들도 알고 있다. 이들을 좌파라고 불러줄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들이 얼마나 반 민족주의에 충실한지 몰라도 이들이야 말로 평범한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힘을 깍아내리는 운동진영내의 우파세력들이다.


기자는 반 아펙투쟁이 부시와 미국에 대한 반대에 매몰되었다고 말하지만, 부산에 모인 약 3 만 여명의 반 아펙시위대는 비정규직 개악에 맞서 싸우는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WTO가 가하는 압력에 저항하는 농민들, 강제철거에 맞서 싸우고 있는 노점상, 기후온난화에 반대하는 환경활동가들, 민주노동당원들, 의료시장개방에 반대하는 의사와 보건의료활동가들, 대학생들과 청년들,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여성활동가들, 부시의 동성애 공격에 반대하는 동성애 활동가들, 이주노동자, 종교인 등이 모여 각각의 현안과 요구를 걸고 함께 투쟁한 것이었다. 저들이 모두 '반 부시' 만 외쳤다고 말하는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의제선정에 있어 부족함이 있다고 느꼈을수도 있고 동감하는 부분이 전혀 없는것도 아니지만, 사실은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그것이 기자의 입장에서 쓴 글이고, 개인적인 공간이 아니라 인터넷 언론에 실리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마지막으로 반 부시 투쟁이었기 때문에 "'이런' 아펙 투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노무현정권이 아닐까" 하고 말한 부분에 이르면 기자야말로 민족주의 반대에 매몰되어 정당한 평가가 상실되었다는 판단이 들수 밖에 없다. 그가 지적한 "의장국으로 WTO DDA 특별성명 논의를 제시하고, 북핵 문제의 미끼를 던지고, 그들의 표현대로 원활한 외교를 펼치며 자유무역의 장벽을 깨 나가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수 경찰과 장갑차를 부산에 깔고, 산해진미 사다주고, 색색 가지 두루마기 입히주며 각국 정상들에게 '봐 난 이렇게 하잖아'의 모범을 보여줬" 던 모습은 노무현이 아펙을 맞이하며 원래 노리고 있던 것이었지, 그것이 어떻게 아펙 투쟁의 수혜자는 노무현 이라는 논리를 보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가?


반 아펙 투쟁에 대한 장, 단점을 짚어보는 평가는 필요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수도 있다. 그러나 운동의 평가는 냉정하고 정확해야 한다. 18 일 부산의 반 아펙시위는 최근 몇년간 한국에서 벌어진 반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정치집회중 가장 큰 규모였다. 민주노총 간부 비리 사건 등으로 인해 침체되어 있는 분위기 였다는 점을 고려해볼때, 또 노무현 정권이 농민 참가자들이 탑승한 차량 70 여대를 억류하고 부산시내에서도 끊임없이 검문검색 등을 통해 집회참가를 방해했다는 점을 고려해볼때 3 만여명의 시위대가 당초 접근하기도 힘들었던 벡스코 바로 앞까지 도달하여 집입을 시도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이는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반전, 반자본주의 운동의 표현이었다.

 

이와 같은 부분을 간과하고 반 부시에 매몰된 민족주의 운동이었다는 식의 평가는 기자가 가지고 있는 뒤틀린 관점의 반영일 뿐이지 '이런 목소리도 필요하지 않느냐' 식으로 넘어갈만한 문제는 아니다. 이런 이유로 참세상 라은영 기자의 '反아펙 투쟁평가' 를 읽고난 뒤 유감을 감출수 없었던 것이다. 관념적인 사고에 매몰되지 않는 다양한 평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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