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노무현의 파병이 한국인 납치를 낳았다 / 다산·동의 부대는 제국주의 점령군을 돕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점령군의 마름 역활을 포기 하기 싫어서 철군하라는 요구에 미적대는 바람에 또 한명의 목숨이 희생됐다. 숱한 사람들이 흘린 피바다 위에 발 딛고 서있는 노무현 정권은 아마도 배형규 목사의 죽음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테러범들에게 굴복하지 않겠다" 고 큰 소리 칠 것이다. 이거야 말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왜 나에게 대드느냐고 윽박지르는 식의 표본이라 할 만 하다.

 

최근의 이랜드 노동조합 투쟁을 대하는 정권과 사측의 태도에서 드러나듯이, "내가 칼로 찌르든 총으로 쏘든 쇠파이프로 머리를 깨버리든 너는 그냥 당하기만 하면 되는데 왜 난리치냐, 그런다고 내가 너에게 굴복하여 안 죽일거 같으냐" 하는 조폭들이나 취할 만한 이런 태도는 사실 이 나라 지배계급 전체가 공유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군부독재 부터 지금의 '참여 개혁' 정권 까지, 너무 익숙한 광경 아닌가?

 

조.중.동 을 비롯한 주류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기독교의 해외 선교 문제로 몰고 가려고 한다. 개중에는 '노무현 정권은 그래도 한나라당 보다 나은 개혁 정권이다' 는 식의 차라리 저주 라고 부를만한 자기최면에 걸린 나머지 노무현 정권이 행한 점령군의 앞잡이 노릇은 제쳐두고 종교 문제로 몰고가려는 이데올로그 들도 있다. 나중에 그 자들이 무슨 말로 자신들의 지금을 변명하려 할 지 모르겠지만, 노무현이 조지부시의 마름 역활을 하면서 자신의 손을 피로 물들이듯이 당신들 역시 노무현의 마름 역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벗어날수는  없을것이다. 

 

---------------------------------------------------------

 

'맞불' 53 호

http://counterfire.or.kr

 

노무현의 파병이 한국인 납치를 낳았다

 

피랍 한국인 석방 협상 시한이 하루 단위로 연장되고 있다. 지금 피랍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은 정말이지 피가 마르는 심정일 것이다.

우리는 피랍 한국인들이 하루 속히 무사 귀환하기를 바란다. 그들은 죄 없는 무고한 민간인들이다.

협상이 계속되고 있긴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신문이 인쇄에 들어갈 즈음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고 선언한 반면,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탈레반이 8명의 인질 석방을 약속했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04년에 이라크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돼 피살된 김선일 씨도 노무현 정부가 협상 타결이 임박한 듯 기대를 부추기던 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나토군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은 ‘인질 구출’을 위해 군사작전을 벌일 수 있다며 카라바그의 마을을 포위한 채 탈레반을 도발·자극하고 있다. 이런 짓은 빨리 인질을 죽이라고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미군은 납치 사태 와중에도 탈레반과 교전을 계속해 50여 명을 사살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협상 결렬 시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곧바로 구출 작전을 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나토군 대변인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요청하면 언제든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나토군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의 마을 포위와 도발에 반대해야 할 뿐 아니라 ‘구출 작전’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당장 공식 선언해야 한다.

김선일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과 책임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략과 점령, 노무현 정부의 침략 지원 파병에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할 일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한국군의 즉각 철군을 선언하는 것이다. 피랍가족 비상대책위원회도 “가족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23명을 살려내 주시길 바란다”며 “즉각 철군을 강력 촉구”했다.

또, 피랍 소식이 알려진 21일부터 지금까지 매일 수백 명이 즉각 철군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한사코 즉각 철군 선언을 마다하고 있다. “어차피 올 연말이면 철군할 것”이고, “철군 준비에 6개월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드리드 열차 테러 사건 이후 집권한 스페인 사파테로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철군을 선언했다. 그리고 단 6주 만에 1천7백 명을 모두 철수시켰다. 다산·동의 부대는 그 8분의 1(2백10명)밖에 안 된다. 그런데 왜 철군에는 그 4배가 넘는 6개월이나 필요하단 말인가.

또한, 탈레반이 제시한 포로 석방 요구 해결을 위해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물론 사실상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통제하고 있는 미국 정부에게 탈레반 포로의 석방을 공식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이라크에서 65만 명을 학살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도 9·11 테러 희생자 수보다 5배나 많은 사람들을 학살한 부시 정부가 “테러범과의 협상은 곧 굴복”이라며 포로 석방을 거부하는 것은 더러운 위선일 뿐이다.

현재, 한국 정부가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즉각 철군’과 ‘포로 석방’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다. 납치된 23명을 구할 가장 확실한 방안을 놔둔 채 “탈레반의 요구가 분명치 않다”는 둥 딴청을 부리며 ‘요행’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주류 언론들도 탈레반은 “현지 산적에 불과”(<연합뉴스>)하다느니, “협상을 너무 서두를 필요가 없다”(<조선일보>)느니 하며 포로 석방 문제와 이를 위한 진지한 협상을 회피하고 싶어하는 정부에게 명분을 주려 한다.

한국 지배자들의 이처럼 어정쩡하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그들이 받는 모순적 압력 때문이다.

한편으로, 그들은 납치된 한국인들이 살해돼 국내 정치 위기가 심화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다른 한편, 그들은 자국민 23명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조차 어떻게든 아류 제국주의 국가로서 체면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들이 보기에 즉각 철군 선언은 확실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줄타기

이러한 딜레마는 더 광범한 국제적 맥락 때문에 훨씬 더 첨예하다. 한국 지배자들이 미 제국주의의 새로운 공세, 즉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국제적 프로젝트의 주요 파트너가 된 탓에 탈레반의 요구에 굴복해선 안 된다는 국제 지배계급 ― 특히 미국 ― 의 압력이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이다.

지금 ‘테러와의 전쟁’은 도처에서 위기에 직면해 있고, 부시 정부는 탈레반과의 협상과 포로 석방이 ‘테러와의 전쟁’이 수세에 몰려있음을 인정하는 또 다른 사례가 될까 두려워한다. 부시 정부는 이탈리아 기자 납치 사건 때도 탈레반 포로 석방에 대해 “앞으로는 이런 양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납치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조처 ― 즉각 철군 선언, 탈레반 포로 석방 요구 등 ― 를 취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한국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이 강요하는 더 광범한 논리와 압력을 거스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반전 운동은 그러한 논리와 압력에 맞서 아래로부터 강력한 저항을 건설해야 할 커다란 책무가 있다.

노무현 정부의 파병 정책 때문에 이미 김선일 씨와 윤장호 병장 등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노무현 정부가 이번에도 필요한 조처들을 거부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할 모든 비극은 고스란히 노무현 정부의 책임이 될 것이다.

 

다산·동의 부대는 제국주의 점령군을 돕고 있다

 

노무현은 “다산·동의 부대는 의료와 구호 지원을 위한 비전투부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한국군은 미군과 함께 들어온 침략군일 뿐이다.

다산·동의 부대가 인도적 지원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는 정부의 선전과 달리 아프간 파병 부대의 주임무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다국적군을 위한 군사시설 개·보수와 진료 활동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주민을 진료한다지만 그것은 매우 제한된 소수, 특히 점령군과 결탁한 아프가니스탄 현지의 엘리트들이나 정부 관료들에 한정될 뿐이다.

다산부대는 바그람 기지 내 비행장 활주로와 부대 방호시설을 보수하는 등 명백히 미군의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 왔다. 바그람 기지는 많은 민간인들이 끔찍한 고문을 당한 곳으로 흔히 ‘아프가니스탄의 아부 그라이브’라고 불린다.

활주로

미군 전투기가 사용하는 활주로를 보수하고 저항세력과의 교전에서 부상당한 점령군 병사들을 치료하는 일은 인도적 지원 활동이 아니라 “미군 군사작전의 후방 지원”(<한겨레>) 활동일 뿐이다.

국회 보고 자료에도 다산·동의 부대는 “대(對)테러전쟁 지원 부대”라고 명시돼 있다. “한국은 지금 7년째 전쟁 참가국이자 교전국”(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인 것이다.

다산·동의 부대의 실제 구실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던 병사들의 증언에서도 드러난다.

“평화와 재건을 선사하기 위해 파병을 간다는 대의명분과는 달리 나는 점령군으로서 피지배자들을 협박하고 모욕하는 일에 끊임없이 동원돼야 했다. … 점령군으로서 한국군의 횡포는 …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강성주, 2004년 8월부터 6개월 동안 다산부대에서 통역병으로 근무)

더구나 미국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지역재건팀’에 참가하는 형태로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그리고 김장수 국방장관은 “지역재건팀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점령을 계속 지원할 뜻을 밝혔다. 이 ‘지역재건팀’에는 ‘재건기동부대’라는 전투 부대가 포함된다. 

제국주의 전쟁·점령 지원의 중단을 연말까지 미룰 이유는 전혀 없다. 당장 철군하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