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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진짜 문제는 '내' 경제야!

1992년 미 대선 때 빌 클린턴이 했다는 “문제는 경제야, 바보들아” (It’s economy, stupid) 라는 문장은 이번 대선의 화두중 하나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대선국면 초기부터 저 문구를 들고 나오면서 경제를 살리겠노라고 말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위장전입, 위장취업, BBK 등 숱한 부정부패 의혹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1 위를 고수할 수 있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후보에게 도덕성 여부는 제쳐두고 '국가 경영능력' 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들이 많다.

 

사실, 정말이지 문제는 경제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스스로의 경제사정이 나아지기는 커녕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성공한' 대기업 CEO 출신인 이명박 후보에게 막연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 본인 역시 그런 부분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등 기존의 우파적 공약뿐만 아니라 '빈곤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하겠다' 면서 복지정책에 대한 부분도 소흘히 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하곤 한다.

 

통합신당 김근태 의원은 이명박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 현상에 대해 '국민들이 노망' 난것 아니냐는 발언을 했다가 급히 취소하는 해프닝을 연출한바 있다. 97 년 이른바 IMF 사태 직후 출범한 김대중 정권은 외환위기를 벗어나겠다면서 IMF 가 강요한 고이자율 정책을 수용하여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대규모 실업이 양산되도록 만들었다.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며 파견근로제 를 도입하는 등 당시에 도입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들은 노무현 정권이 바톤을 이어받으며 더욱 강화되고 추진되어 고용 불안정, 노동강도 강화, 비정규직 문제, 청년 실업 등 의 문제는 더더욱 심각해져 왔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들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지지하고 함께 추진해온 김근태 의원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계열 정치인들이 '국민들이 너무 몰라준다' 며 '노망' 운운하는것은 그야말로 후안무치의 극치다. 그 자 들은 단순히 IMF 이후 사람들의 삶의 문제,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한것이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의 어려운 경제여건을 더욱 어렵게 만들며 문제를 더 악화시켜 왔으며, 정권 막바지에는 FTA 체결 강행이라는 결정판적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겨우 난간을 붙잡고 매달려 버티는 상태의 사람들을 아예 짓밟아 떨어트리려 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다. 

 

IMF 이후 GDP 중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인 노동소득분배율은 1996년 63.4퍼센트에서 2002년 58.2퍼센트로 급격히 감소했다. 노동소득의 상대적 감소는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 GDP 중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1980년 61.8퍼센트에서 2004년 50.4퍼센트로 감소해 미국과 영국 같은 신자유주의 본국 (2004년에 각각 70.2퍼센트와 62.6퍼센트) 보다 훨씬 낮아지게 됐다. 민간소비 성장률은 2000~2004년 평균 GDP 4.9퍼센트에 훨씬 못 미치는 2.0퍼센트 정도로 급락했다. 특히 2003년 2/4분기부터 2004년 2/4분기까지 연속 5분기 동안 뗌犬駕?성장을 하는 극단적인 침체를 보이며 내수 부진이라는 만성적인 위기 상황을 만들어 냈다.

 

같은 기간, '한국경제' 는 4~5퍼센트의 성장률을 유지했으며 특히 수출은 매년 15~20퍼센트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여 왔다. 이것만 놓고 보자면 '경제를 살리자' 는 구호가 다소 생뚱맞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기업들이 수출증가에 쾌재를 부르는 동안 한편에서는 전기세를 내지 못해 촛불을 켜놓고 공부하다가 화재로 목숨을 잃는 학생이 존재하고 병원비가 없어서 아파도 치료 받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기업들의, 대한민국의 '경제' 와 그 대한민국 안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경제' 는 정말 같은것인가? 그토록 목매어 부르짖는 '경제를 살리자' 는 구호에 등장하는 경제는 전자인가, 후자인가? 각 언론들이 경제면에서 다루는 성장율은 도대체 어느 경제의 성장율이며, 그것이 나 와 어떤 관계를 가지며 무슨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문제가 경제라는 데는 변함없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다름아닌 우리 자신들의 경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데에 달려있다.

 

기업규제를 더욱 풀어주고 노동시장을 더욱 유연화 하고 기업 발목을 잡는 '무분별한' 노사분규에 엄정대응하고 수출증가에 매진해서 경제성장율을 높인다. 그러면 경제가 부활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그와 같은것이 취임초기부터 지금까지 노무현 정권이 일관성 있게 추진해온 경제정책이며 그에 충실히 복무해온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가 추진하려는 경제 정책이다. 사학법 문제 등으로 싸운적도 있지만, 저와같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이 의견차이를 보인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비롯한 대다수 사람들의 경제상황은 여전히 곤두박질 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보다 강력하게 그와 같은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라고 말할 셈인가? 그런 정책들을 집대성하여 FTA 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노무현 정권 무지 열심히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않았는가. 그것이 부족하다고 하면 계엄령이라도 발포 했어야 했단 말인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한나라당, 통합신당 양 자 모두를 비판하며 '사람중심의 경제' 를 말한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사람중심의 경제' 의 정체가 애매모호하다. 문국현 후보의 17대 공약 중 하나는 ‘FTA와 개방형 통상정책’ 이다. FTA 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도 말한바 있다. 그는 “지식에 기반해 노동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이 사회를 재편” 해야 한다고 하는데, “지식기반 사회” 는 자본이 노동유연성을 추구하면서 가장 많이 언급하는 내용이다. 그는 틈만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충을 말하지만, 그가 경영하는 유한킴벌리도 청소·소각·운송 등의 업무는 외주화해서 비정규직을 쓰고 있고, 2005년에 김천공장에서는 화물연대 소속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을 해고한바 있다.

 

노무현 정부가 “개혁해야 할 방향과 기초작업을 제시[했다]” 며 칭찬하는 문국현 후보가 말하는 '사람중심의 경제' 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측하는것은 어렵지 않다. 벌써부터 그의 경제관에 대해 '결국 기업주의 입장에서 말하는 새로운 경영 파라다임일 뿐' 이라는 비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문국현 후보는 스스로를 신선한 바람으로 자리매김 하려는 모양이지만, 이미 노무현 정권이 한번 써먹었던 낡은 전술의 재탕 이외 아무것도 아니다.

 

다시, 문제는 경제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기업주도 아니오, 그렇다고 '억대 자산가' 가 될 수도 없는 단순한 비정규직 노동자 인 나의 경제다. 노동시장을 더욱 유연화하고 비정규직을 증가시켜 경제성장률이 몇 % 더 늘리고 성장하고 수출증가율을 더욱 올린다고 하면 기업주의 경제만 더욱 좋아질 뿐이다.  FTA 같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강화하면 사회공공성이 무너지고 이미 아파도 마음놓고 병원 한번 갈 수 없는 내 경제사정은 더욱 악화될 뿐이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철폐와 한미FTA 저지, 반전평화,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야 말로 나의 경제를 호전시켜 줄 수 있는 사람임이 분명해 진다. 똑같이 기업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 를 주장하는 정동영 후보나 이회창 후보, 무늬만 사람중심인 문국현 후보 등의 경제정책에 비하면 권영길 후보의 주장만이 나의 경제사정을 나아지게 만들수 있는 유일한 대안 이라는 것이 더욱 분명해 진다. 문제는 , 나의 경제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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