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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장경제 라는 이념보다, 내 삶이 먼저다.

온라인 공간의 많은 부분들이 5.31 지방선거에 대한 것으로 메꿔지는걸 보니, 지방선거 국면이 막바지로 돌입하긴 했나보다. 그 와중에 한나라당 박근혜 총재께서는 커터칼 테러도 당하고, 테러사건이 일어나자 동정표가 그쪽으로 쏠릴까 노심초사한 열린우리당 은 선거운동마져 하루 정지하고 '몰표를 주지 맙시다' 며 대국민 호소도 하더라.


잠시 삼천포로 샌다면, '커터칼 테러' 라고 내 맘대로 이름 붙이고 보니 몇년전에 파업농성중인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에게 용역깡패들이 저질렀던 식칼테러 사건이 연상된다. 그 기업 회장님이 아마 그해 월드컵 광풍의 힘까지 받으사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셨던 것도 기억나고. 그러고보니 불과 몇일전인 지난 14일에는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450일도 넘게 투쟁중인 코오롱노동조합의 고압송전탑 고공농성장에 용역깡패들이 식칼을 들고 올라가서 위협했다지? 근데 이거, 주류언론에서 결코 다뤄주지 않을 노동자들과 호들갑을 떨며 이랬다 저랬다 갈팡질팡 보도의 대상인 사람과 동일하게 비교하면 실례일지도 모르겠는걸. 대한민국에서 언제부터 그 두 대상이 동일한 인간으로 대접받았던가 말이지.


뭐 하여간 오늘은 그 지겨운 밥그릇 이야기로 토닥거려볼께. 대통령 선거건, 국회의원 선거건 지방선거건 이맘때쯤 꼭 한번씩 나오는 말들이 있더란 거지. '이념보다 밥이 먼저' 라는 이야기. 이거 예전에는 주로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진보 이데올로기와 삶이 전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그 무엇인것 처럼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정치성향을 정당화 시킬때 사용하던 구절인데, 노무현 정권 이후에는 열린우리당 지지자들도 그러고 민주당 지지자들도 그러고 하여튼 개나소나 다 써먹으면서 민주노동당 표 깍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더라구.


하기사,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이나 그 정치성향이 한나라당과 다르지 않으니 그동안 써먹지 않았던게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지. 사실 비정규직 확대, 쌀개방 협상, 한-미 FTA,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 자신들의 중요한 지지세력이 얽힌 문제에 있어서 저 3 당이 다른 목소리 내는것 본적 있냔 말이지. 그나마 선거철 표심때문에 조금 신경쓰는척 하던 한나라당과의 사소한 '차이' 조차 가면 갈수록 자기손으로 지워나갈게 분명해.


그러고보니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2004 년 탄핵사태를 언급하던데, 그때는 차떼기당 이니 뭐니 하며 한나라당과는 불구대천의 원수인척 하더니 그 국면이 지나니까 이내 손잡고 한나라당과 정책공조 하며 탄핵반대의 촛불을 높이 들었던 바로 그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더만. 한나라당 살려준건 열린우리당 당신들인데, 이제와서 뭐가 몰표는 되니 안 되니 하며 징징거리나? 정 뭣하면 한나라당이랑 열린우리당이랑 당신들이 좋아하는 M&A 라도 하시면 될거 아닌가? 기업가의 마인드로 정치하려는 사람들이 그 정도도 못한단 말야?


하지만 어쨌거나, '이념보다 밥이 먼저' 라는 말 자체에는 나도 동의해. 특히 요즘처럼 장기적인 경제침체와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진보니 보수니 하는 말 보다는 자신의 주머니 사정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되는게 당연하지.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말들이 내 주머니 사정과 무관한게 아니라는 거야.

 

자본주의 자체가 이미 이데올로기지만,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경향들 - 시장경제,자유무역,신자유주의 - 들 도 죄다 이념들인거지. 뭐 민주적 사회주의, 복지국가 이런것들만 이념인건 아니잖아? 결론적으로 따져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지들도 죄다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정책들을 꺼내놓고 있으면서 '이념보다 밥이 먼저' 라면서 - 마치 서민경제에 지대한 관심이라도 있는것처럼 - 민주노동당을 이데올로기나 이야기하는 정당이라고 몰아붙이면 이상하잖아?


그럼 '이념보다 밥이 먼저' 라는 열린우리당 이나 한나라당 애들은 왜 그렇게 이념에 기반한 정책들을 꺼내놓고 있는 걸까? 간단하게 말해서, 개네들이 딛고 서 있는 이념이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쥐고 흔들수 있는 자본가.지배 계급에게 철저하게 유리한 사회체제를 만들어가는 이념이기 때문이야. 사실 이들이야 말로 매우 충실하게 자신들의 밥그릇을 보존할 이념을 내세우는 정치세력들이지.


문제는 이자들이 내 밥그릇에 밥을 채워줄 생각은 단 1g 도 하고 있지 않다는 거야. 그것도 그럴 수 밖에 없는것이, 예를들어 비정규직 문제 같은 경우 기업주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비정규직을 늘려서 노동시장을 유연화 시키고 인건비를 줄이는게 '밥그릇' 에 도움이 될것이지만 동시에 그건 노동자의 '밥그릇' 을 빼앗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거든. 

 

민주노동당이 말하는 공공보육 공공의료, 그거 시행하면 평범한 사람들의 '밥그릇' 은 늘어나지만 동시에 지배계급의 몫을 줄이지 않고서는 현실화 되지 않을 방법이거든. 평택에 미군기지 만들면 미국 지배자들의 밥그릇이야 늘어나겠지만, 그리고 거기 편승해서 한국 지배자들의 밥그릇도 늘어나겠지만,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물론이요 그로 인해 야기될 평화체제 위협으로 인한 손실은 평범한 사람들의 몫이거든.


그러니 결론적으로 말해,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의 지지세력들이 '이념보다 밥이 먼저' 라고 설레발 치고 나설때의 '밥' 은 결코 내 밥이 아니야. 그건 대통령 이하 지배자들, 그리고 기업가들의 밥그릇을 뜻하는 말이지, 거기에 몸이 아파도 병원 한번 들리기 겁나는 내 자신의 밥그릇은 없어.

 

물론 그들은 결코 그런식으로 이야기하지 않겠지.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국익' 이니 '국가경제' 니 하는 말로 포장하면서 마치 그 밥그릇이 나 한테도 돌아올수 있는것처럼 이야기 하겠지. 그런데 있잖아, 굳이 노동계급과 자본주의 국가간의 관계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파고들지 않더라도 이거 말이 안되. 비정규직 확대 나 한-미 FTA 강행의 논리가 바로 '국가경제를 위해서' 거든. 결과적으로 내 밥그릇 줄이면서 나한테도 밥그릇이 돌아갈수 있을거다 고 말하는 거야. 말 되는거야?


위에서 말했지만, '이념보다 밥이 먼저' 라는 구절자체에 원칙적으로 동의해. 그런데 이념은 민주노동당 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 할거 없이 죄다 떠들어 대고 있는거야.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줄인 지배계급을 위한 밥그릇을 넓혀주기 위한 이념을 말이지. 그들이 나에게 밥그릇을 내민다면 그건 지배계급을 위해 너같은건 먹고 죽어버리라고 농약으로 지은 밥에 지나지 않는거지.


난 그자들을 위해서 내 밥그릇을 포기할만큼 삶이 여유롭지가 않아. 내 '밥' 을 위해서 , 일하는 나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과 '이념' 을 주장하고 실천할수 있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라는 이념보다, 내 삶이 먼저니까. 내 삶을 쥐고 죽어라고 흔들어 대는 자들에게 찍어줄 표 따위는 없어. 민주노동당은 국가를 위해서도 아니고, 다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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