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12월 19일,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에 함께합시다. / 안와르 인터뷰

12월 18일은 지난 1990년 UN 이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 협약' 을 의결한 날로, 이주노동자 및 연대단체들이 이 법안에 대한 비준을 촉구하고 함께 투쟁할 것을 결의하는 날입니다. UN총회 의결이후 각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이 국제협약의 비준을 촉구하며 투쟁했지만 13 년이 지난 2003 년 에서야 겨우 20 여 개국의 국가들이 비준했을 뿐입니다.

대한민국은 이주노동자들을 수입할뿐 아니라 송출하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마치 일회용 젓가락, 건전지처럼 이주노동자들을 노동력으로 쓰다가 버리기만 할 뿐,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판 노예제도 라고 악명이 높은 연수제도가 아직 온존하고 있으며, 노동권을 제약하고 기존에 일하던 노동자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다가 강제로 추방시키는 고용허가제의 시행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강제추방 중단,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고용허가제가 아닌 노동허가제, 작업장 이전의 자유를 비롯한 노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지난 11월 28일 해단식을 가지기까지 만 일년을 넘는, 380 일 간의 명동성당 농성을 지켜냈습니다. 그 과정에 농성단 대표인 샤말 타파 를 비롯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체포되어 강제 출국 되기도 했으며, '죽거나 혹은 쫓겨나거나' 를 강요하는 정책에 좌절하고 분노하며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 동안 이주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라크 침략전쟁 반대를 비롯해서 한국인 노동자들의 문제에도 끊임없이 함께 싸우며 연대해 왔습니다. 그러한 활동들이 있었기에 한국 정부와 자본가들은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반한 주의' 라는 딱지를 붙이고 '테러리스트' 라고 몰아붙이며 탄압을 강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권은 체불임금 청산이나 사업장내 인권개선 요구 등 단순한 권리구제 요구는 반한활동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테러리스트' 규정은 단지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자는 하나다' 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앞장서서 실천해 왔다는 사실의 반증에 불과할 뿐입니다.

비록 강제추방이 진행되고 있고 노동허가제를 쟁취하지는 못했으며 농성단 해체이후 탄압이 더 강화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이야기하고 투쟁을 주도하며 한국 노동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낸것은 농성투쟁의 큰 성과이기도 합니다. 농성이 끝났다고 투쟁이 끝난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러한 성과들을 바탕으로 이주노동자 운동은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노동귀족론을 내세우며 사회적인 동정심을 이용하여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이간질 시키고 비정규직을 위하는듯 보였던 노무현 정권이 비정규 개악악법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종적, 민족적 차별감정을 이용하여 이주노동자를 공공의 적 으로 만들고 한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분열시키는 것 역시 전체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다시 시작하게될 이주노동자들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도 이주노동자 운동에 대한 더 강력한 연대를 건설하는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돌아오는 일요일에 있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 총력 결의대회에 함께 하는 것에서부터 그러한 연대를 만들어 갈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래에 이번 노동자대회 일시와 연락처를 올려두겠습니다. 만약 오신다면 연락주세요.

그리고 아래쪽에 명동성당 농성단대표 안와르 씨가 '다함께' 신문과 인터뷰한 내용을 덧붙입니다. 일요일 더 많은 분들과 뵙기를 기다립니다.

-------------------------------------------------------------------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총력 결의대회

일시 : 2004 년 12 월 19 일 (일요일) 오후 2 시
장소 :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오시는 길 : 지하철 4 호선 혜화역 2 번 출구
연락처 : 018-503-7858 - 하이에나새끼

------------------------------------------------------------------

이주노동자 추방말라

 

 

다함께 45호
이주노동자 추방말라 - 안와르
http://alltogether.or.kr/

강제추방 중단과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위해 3백80일 간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한 농성단 대표 안와르 동지가 농성 투쟁의 성과와 교훈에 대해 얘기한다.

이 농성은 우리가 스스로 결정해서 시작했다. 우리 자신의 힘도 너무 약하고, 아무 도움도 없이 우리가 농성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단속을 피해 숨어 있는다고 해결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분명했다.

이 농성 투쟁의 가장 큰 성과는 우리 문제를 자신의 목소리로 요구한 것이다. 우리는 농성 시작할 때, 다음날 다 잡혀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싸우겠다고 결의하고 들어왔다. 그 동안 한국 사람들은 이주노동자들이 외국 사람이고, 이 사람들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고만 알았지 우리가 얼마나 탄압받고 있는지 정말 몰랐다.

이 농성을 통해 언론도 우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리고 인권단체, 시민단체, 사회단체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 줬다. 한국의 노동자들도 우리를 찾아와 얘기하면서 우리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민주노총은 하반기 대의원대회 때 우리 요구를 포함시켰고, 내년 3월에는 노동허가제 입법안을 낼 계획도 갖고 있다. 당장 우리의 요구를 쟁취하지는 못했지만, 이런 것들은 매우 중요한 성과다.

이 농성 투쟁에서 연대가 정말 우리의 희망이었다. 우리는 [불법 처지라서] 움직이는 것조차 위험이 따랐다. 그 때마다 많은 연대 단체들이 우리를 보호해 주기 위해 함께해 줬다. 출입국관리소 앞에서 집회할 때도 외환카드 동지들이 없었으면 그 날 우리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출입국관리소는 우리를 다 잡아가려고 공격했고, 외환카드 동지들이 목숨 걸고 싸워 줬다. 많은 한국인들이 우리의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여기면서 투쟁 기금을 모아 주었다. 우리에게는 농성 시작할 때 10만원씩 참가비를 모은 것이 전부였다. 농성 투쟁에 든 1억 원 가까운 돈을 많은 동지들이 모아 줬다.

 

지역의 많은 이주노동자들도 단속을 피해 숨어 지내면서도 이 투쟁에 정말 관심이 많았다.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들이 1천만 원이 넘는 돈을 모아 줬고, 농성 기간 내내 우리 활동가들에게 지지금도 주곤 했다.
그러나 농성을 하면서 힘들고 가슴 아픈 일들도 있었다. 제일 힘든 건 많은 동지들이 자살했을 때다. 멀리까지 와서 힘들게 일하는데, 정부가 일을 못하게 하고 추방해서 사람들이 자살하게 만드는 건 정말 너무 화가 난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같이 싸우던 동지들이 잡혀가는 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샤말 타파, 깨비, 헉, 굽타, 자히드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우리가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농성한다고 우리를 테러리스트라고 공격한다. 우리가 테러리스트라는 말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정부는 인간 사냥식 단속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커지자 이제는 우리를 테러리스트로 몰고 있다.

처음 농성을 함께 시작한 동지들과 분열돼 농성장이 두 개로 나뉜 일도 아쉽다. 그리고 고용허가제에 대한 입장 문제 때문에 외노협 등과 공동 투쟁이 자꾸 무산된 것도 아쉬운 일이다. 외노협은 고용허가제 개정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고용허가제 폐지 운동은 함께하기 어렵지만 단속·추방 반대 운동은 함께해 나갈 것이다. 다행히도 이번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행사를 민주노총, 외노협, 이주인권연대 등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

이 집회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들이 많이 오면 힘을 많이 받는다. 동지들의 연대가 우리가 계속 싸울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지금 우리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 어디 가지도 못하고 일자리도 없고,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
낮에 길에서도 잡아가고, 밤에는 집에서 자고 있는데 문을 부수고 들어와 잡아가기도 한다. 우리를 때리고 가스총도 쏜다. 이주노동자들을 정말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단속하다가 다치는 사람 생기면 길에 버리고 간다. 그래서 장애인이 늘고 있다. 의정부 한 유리 공장에서는 출입국 직원들이 공장에 들어와 단속하다가 도망치는 이주노동자에게 유리를 던져서 다리를 심하게 다쳐 이제는 걸을 수 없게 됐다.

정부는 고용허가제가 실패할까 봐 단속을 더 심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2002년부터 고용허가제를 반대해 노동허가제를 주장하면서 많은 투쟁을 해왔다.
고용허가제는 우리를 매우 힘들게 하고 있다. E-9비자 받고 사업장 들어갔는데 사장이 월급도 제대로 안 주고 일만 계속 시키고 아무 말도 못하게 한다. 뭔가를 요구하면 자르겠다고 협박한다. 지금 불법 체류자가 18만 명이다. 비자가 만료돼서 늘어난 것만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 직장을 그만두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끝까지 남아서 싸우려고 한다. 지역에서 조금 움직이기만 해도 단속반이 나타나고 그러면 다시 조직이 흩어져서 너무 힘들지만, 그렇다고 이 제도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

 

 

분명한 건, 단속으로 우리를 다 내 쫓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