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기자회견, 또 기자회견...(4)
- 아침꽃
- 2007
-
- 내년에나 다시 볼 봄꽃
- 아침꽃
- 2007
-
- 마리 앙투와네트(1)
- 아침꽃
- 2007
-
- 민들레 같은 열사
- 아침꽃
- 2007
-
- [다이어트] 천사채 샐러드(3)
- 아침꽃
- 2007
5월 13일이였다.
논에는 철조망이 가득하고, 포크레인이 돌아다니며 땅을 파헤치고 있었는데
그 곳에 살던 사람들은 그 곳에 볍씨를 뿌리고 모를 심었다.
그렇게 1년을 보냈는데..
이제 다시는 대추리의 봄을,
평화를 사랑하던 사람들의 봄을,
내년을 희망하던 봄을,
파란 것들이 뿌리를 내리던 봄을
....
볼 수가 없다.
오랜 만에 사진들을 보다가 작년 대추리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발견...
댓글 목록
김디온
관리 메뉴
본문
대추리의 봄은 예년처럼 더디 옵니다.들녘이 넓고 바람을 막아줄 게 없어 들판엔 회오리바람이 붑니다.
봄이 오기는 옵니다. 땅바닥에, 길가에 냉이가 손바닥을 쫙 펼치고 붙어있습니다.
곳곳에, 잔디깔린 정원에도 쑥이 쑥쑥 올라오고 있습니다.
미군기지 옆 집 담장에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 흐들거립니다.
겨울을 난 갓이 꽃을 피웠습니다.
남쪽에는 냉이꽃이 피었다고 했지만, 여기는 아직입니다.
올 봄 대추리엔 냉이꽃이 피지 못할 것 같습니다.
눈물을 삼키며 건넛집 할머니의 이사를 지켜보고
담벼락 항아리들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에서 같이 사진을 한 장 박았습니다.
모든 것이 포장되어 도시로 나가고 있습니다.
하루에 12가구씩, 그렇게.
내일 아침엔, 제 팔을 꼭 붙드시며 "나는 맨 마지막에, 맨 끄트머리에 나가도 나갈 거야."라고 말씀하셨던 앞집 할머니가 이사를 하십니다.
할머니는 길에서 나를 보곤, 눈물을 훔치시다 말고 나를 또 보고 눈물을 훔치시고 하였습니다.
정말 못할 짓입니다. 주민들은 발목이 땅에 묻혀있는 나무 같았습니다.
그들이 발목이 잘려 둥둥 떠나가는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온 마을에 커다란 이삿짐 트럭이 돌아다니고, 이삿짐이 나간 집에는 바로 고물상이 들어와 유리창을 다 부수었습니다.
대추리의 봄은 당분간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군부대 아스팔트가 깔리면, 냉이꽃도 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가 정보
쥬느
관리 메뉴
본문
제목하고 사진이..마음에 와닿는 포스트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여기가 *맘 블로그고나..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