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늦게 잤는데, 일찍 잠이 깨서이기도 하고, 나를 잘 통제하지 못하고 되는대로 이것저것 막 주워먹어서이기도 하고..

그리고.. 음.. 일들이 내키지 않아서이기도 할텐데, 소모한다는 생각이 불쑥 들고나니 그렇다. 한발짝 떨어져 보면, 내가 빚진 걸 생각해보면, 그리 억울할 것이 아닌데.. 마음이 하늘하늘 가볍고 방향없다.

/ 사람들을 만나 기분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하니, 한동안 독점적인 관계로 지냈던 친구가 '넌 일이 없으면 우울해 했어'라고 알려줬다. 지금 보이는 증세가, 일이 없을 때 보이던 증세랑 똑같다고. 정말, 방학을 앞두고 일이 없어져서 일까? ...그렇다면 이건 참 답답하고 미칠노릇인데. 어쩌다 이런 일중독이 된걸까... 하지만 오늘 기분이 찝찝해진건, 일이 없어서만은 아닐 것도 같은데.. 사람들은, 그 친구가 하는 말인데다가, 자기가 보기에도 그게 맞지 않겠냐고 끄덕거렸다. 일들이 내키지 않는 마음은 일을 갈구하는 마음을 감추려는 방어기제일까나.. 히잉.

 

아, 그나저나, 속은 계속 지랄맞다. 안에서 썩어가고 있는 것 같아. 곧 1년 되겠네. 이러다 고질로 남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