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씨의 사퇴소식을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결국 진보정당 운동은 파국을 맞았구나.

나머지 후보들에게 얼마나 상처가 클지..

사퇴한 당사자의 마음은 얼마나 괴로울지..

당이 몰락하는 걸 지켜보는 지지자들의 마음은..

 

민노당이 민주당의 비판적지지 세력이라는 건 공공연했지만

진보신당마저 이렇게 무너지고 나니

그 10 몇년 동안 만들어온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구나 싶어 눈물이 났다. 이만큼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던졌을 이들이 떠올랐다.

 

냉철하게 보자면, 예견된 일이었고, 진보정당이 파국을 맞은 것은 실상 이미 오래된 일이겠지만,

노동운동도, 학생운동도, 내 나이만큼이나 다지고 만들어져 왔던 것들이 야금야금 사라져 가는 걸 깨달을 때면 허무해 견딜 수가 없다.

 

모든 게 다 사라지고, 내 발바닥 만큼, 딱 그만큼의 발판만 남아, 온 몸의 털을 세운 채, 발톱이 벗어날새라 아둥거리고 있다.

 

정말, 알수가 없다. 내가 이렇게 만든 것일까? 다른 누구의 탓일까? 아니면 언제나 이랬던 것일까? 그래서, 언제나 이렇게 괴로워하고 날세우며 '견뎌야' 했던 걸까?

 

 

 

 

선거운동을 하면서, 내 진심을 다하고 싶었다. 그런데 진심을 다하는 게 보통 몸을 혹사시키는 것으로 이어진다. 같이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날카롭게 채근댄 것 같아, 미안했다.

아, 이것도 경계를 못찾겠다. 절실하다면, 이만큼은 해야하는 거라고, 그런 생각 때문에 사람들이 절실하지 않다고 재단해버리곤 한다. 그런데, 실제로 절실하지 않은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 설령 그렇다 해도 그렇게 단정하는 게 별로 좋은 효과를 남기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어느만큼의 기준을 가져야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내 기준이 과도한 걸까, 과도한 거라면 어느만큼으로 조정해야할까, 과도한게 아니라면 그걸 어떻게 전달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것과 별개의 일로 한 친구를 다그쳤더니, 그 친구가 울음을 터트릴 뻔 했다.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싹싹 빌었는데, 내가 사람을 아프게 하는데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 주눅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