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과 욕망 간의 위함한) 교착 상태-자크 라캉이 '실재'라 부르는 것-에서 우리는 율법 자체와 병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 때문에 어압받고 불행한 상태로 전락하면서도 그 상태에 집착하며, 죄책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벌주고 싶어하고 심지어 죽음까지 생각하게 된다. 이런 연유로 성 바울은 율법을 저주받은 것이라 말한다. 우리 자신을 쓰레기라 생각하며 삶을 끝내려는 충동을 프로이트는 '죽음 충동'이라 불렀는데, 이의 정반대가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랑이다. 그런 병적인 교착 상태에서 해방돼 복음서에서 영생이라 일컫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죽음 충동에 시달리며 죽음과 다름없는 거짓된 영생을 살 것인가. 이 중 후자는, 우리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하여 죽음에서 즐거움을 찾는 병적인 상태에 필사적으로 매달림으로써 진짜로 죽는 것을 모면하고 있는 형국이다. 죽었지만 눞지 않는 유령 같은 실존 상황은 죽음과 다름없는 삶, 즉 지옥을 상징한다.

 

혁명가가 이루고자 하는 사회의 바람직한 이미지들에 혁명가와 그의 삶이 포함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