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합숙이 시작됐다.

고등학교, 기숙사에 있던 한달무렵을 제외하면,

무엇을 준비하기 위해 이렇게 오랫동안 합숙하는 건 처음이다.

이제 시험이 열흘 남짓 남았고,

분위기가 엄숙하다.

그 분위기에 질려, 더 농땡이를 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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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소리가 들린다.

여기 2주일 넘게 머물렀는데, 기차소리를 엊그제 처음 들었다.

그 동안 왜 안들렸는지 모를일이다. 작은 소리도 아닌데.

한 번 의식하고 나니까, 특별히 염두에 두고 있지 않더라도 드문드문 들리는 것 같다.

평상시 생각하고 있지 않더라도, 특별한 사건으로 지칭된 자극은 마음 속에 남아, 다음번에 비슷한 자극이 있을 때에는 더 쉽게 반응하는 것 같다. 내가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 수많은 자극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채 지나가버렸을 거다. 큰 소리라든지, 화려한 볼거리라든지, 이런 것들은 그 자극이 강렬해서가 아니라 그런 자극들에 이름을 붙여놓았기 때문에 쉽게 인지되는 것이지 않을까. 그보다 더 큰 자극들이 둘러싸고 있어도,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아니고 말야.

 

그냥 공부하기 싫어서 공상중.

 

 

생물심리학 책 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