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를 즐겨보지 않는데, 볼 때마다 불편한 느낌이 있다.

추격자, 황해 같은 한국영화에서 느껴지는 어떤 게 있듯,(한국느와르의 어떤 교본이 만들어진 것 처럼)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일본영화에서 종종 느끼는 어떤 게 있다.

그 어떤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재주가 없어서 막막하네..

 

스포일러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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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등장하는 사람 중 다른 이의 죽음에 가담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다. 사쿠라미야만 빠질까?

누구는 복수를 위해, 누구는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누구는 따돌림 당하지 않기 위해,

누구는 다른 사람의 꾀임에 빠져, 온갖 비틀림 속에서 죽고 죽인다.

 

마음이 약한 자가 그보다 더 약한 자에게 상처입힌다.

상처입은 자는 견디거나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는가.

 

타인에게 온갖 고통을 안기지만, 자신이 입는 상처는 조금도 견딜 수 없는

자의식과잉의 군상들-

이런 관계 속에서 생명은 무게가 있을 턱이 없다.

생명의 가치는 미리 주어진 게 아니라 관계 속에서 결정되는 것이니까.

모두 관계 속에서 죽은 것이기도 하다. 얽히고 비틀린 관계.

실상, 전쟁이든 사회적죽음이라 일컬어지는 어떤 죽음이든 영화에서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영화는 이런 이야기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갱생은 지옥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그리고 장난이라고 말하며 영화가 끝난다.

폭탄설치가 장난이라는 건지, 갱생이 장난이라는 건지 이중적이지만 어느 편이든 해결되는 건 없다. 아무것도 교정되지 않았다. 그저 다 같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일 뿐.

 

죽음 앞에서 삶이 피 한방울 값보다 못해지는 상황이 분명 현실에 존재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죽으면서도 무엇인가 남기려는 노력으로 역사는 움직인다.

그래서 모든 죽음이 비극은 아니다. 살아남은 자를 비췄을 때 비극일 수 있다.

 

우중충한 하늘이 중간중간 끼워져있다.

OST 듣고 싶다. 노래가 radiohead 스럽다고 생각했는데, radiohead 노래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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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를 일반화시켜 조금 더 적자면,

과잉되어 있다.

감정도, 상황도, 모든 게 과잉되어 있다. 이게 좀 힘들다.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가벼운 척 하려는 게 과잉되어 있기도 하다.

(한 번 일본영화, 과잉이란 검색어로 검색해보니, 뜻밖에 일본영화와 드라마는 감정이 과잉되지 않은 게 장점이라는 글이 있네..)

과잉시켜야 미세한 차이를 섬세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절제 속에서 섬세함이 더 드러나지 않나..

 

고백을 보면서 배틀로얄도 떠올랐다.

배틀로얄..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알겠지만, 그 부풀려진 상황이 기괴했다.

일본 멜로 영화도 거의 보지 않는데, 그 과잉된 사랑의 감정에 이입이 잘 안돼서다.

하지만.. 평소 눈물 쭉쭉 빼는 신파도 어지간히 잘 보니,

단순히 감정의 과잉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한 것 같은데,

암튼 뭔가 묘하게.. 마음에서 어긋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