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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만추 2011/02/20
  2.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2011/01/31
  3. 예언자 (1) 2010/09/27

만추

재밌게 보고 나왔다.

돌아와서 사람들의 평이 궁금해 찾아보니, 대개 지루하고 재미없다네..

난정신없이 봤는데.. 뭐에 그리 빠져들었을까.

 

감정의 거리가 보일 듯이 그려진다. 가까이 가면 멀어지고, 가까이 가면 다시 멀어지고, 또 다시 멀어지고..

훈은 애나를 뒤쫓지만 애나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멈추지 않고 나아갈 뿐이다. 하지만 밤이 되어서, 잠시 멈춘 훈을 애나도 멈춰서서 기다린다. 곳곳에 이런 변화들이 스며있다.

 

시애틀에서 햇빛은 짧다. 짧은 햇빛을 즐기라 하지만, 감옥은 날씨가 좋은 곳에 있다. 둘에게는 시애틀에서의 안개야 말로 찰나일 뿐이다. 삶의 아름다움은 햇빛보다는 안개에서 탄생하는지도 모르겠다.

 

휴게소에서 안개가 걷히지 전까지가 둘에게 주어진 시간의 전부다. 상대방을 소유할 수도, 훗날을 기약할 수도 없다. 그저 그 순간만 있을 뿐. 왕징과 옥자의 남편은 사랑하기 때문에 소유하려고 한다. 소유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는다. 소유하고 싶어서 사랑.한다. 그 소유욕이 넘쳐 상대방의 포크를 뺏어가고도, 사과할 줄 모른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 시간 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는데, 아름다웠던 찰나는 범속해져 소유로만 남았을 뿐이다.

 

하지만 난 저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저런 사랑을 원하고 있을까? 잘 모르겠다. 손에 쥐는 순간 범속해질까봐, 두려워하는데.. 그것만 두려울까?

 

이 영화, 시간의 흐름과 공간과 감정을 이어놓은 게 참 좋았다. 박찬옥의 파주가 떠올랐다..

 

/ 놀이공원에서 춤을 추는 장면을 보다 가슴이 덜컥했다. 몸을 기대어 뛰어 오르는 동작에 찬란하다고 느꼈다.

/ 탕웨이를 보면서 공효진과 닮았다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몰랐는데, 닮은 거 같애. 현빈은 정우성과 비슷한 듯? 뭔가 풍기는 이미지가.

2011/02/20 21:59 2011/02/20 21:59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아아, 다 보고 나서도 심장이 벌렁거려 수습이 안된다.

 

선전물로 열사를 알릴 때 마다, 우리 모두가 죽인 것이라고 쓰곤 했는데

약간은 비슷한 이야기다.

 

읽지는 않았지만, 타인의 고통이라는 제목도 가득 떠오른다.

 

정말, 다들 이 영화처럼 살고 있잖은가?

하지만 현실은 영화보다 더 흐릿하고 엉켜있다.

명시적인 가해자가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폭력이 일어나는 특정한 국면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고, 그보다 죄라고 여길만한 건덕지가 없다.

 

어제 보고 온 '반도체 소녀'와도 맞닿을텐데,

대부분 그저 살아갈 뿐이다.

2011/01/31 16:46 2011/01/31 16:46

예언자

오래전에 다운 받아놓은 파일을,  이제서야 봤다.

오래지나고 보니, 파일 이름만 보고서는 무슨 영환지 감도 안오고.

별 생각 없이 틀었다.

 

마호메트의 깨달음 과정을 감옥으로 옮겨놓았나 싶다.

눈과 귀가 되고, 찬송하고, 40박 40일을 명상하고.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도와줄 이 하나 없는 고독 속에 놓여있을 때, 인간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몇개나 될까?

마호메트가 깨달은 것이나, 감옥 안에서 말리크가 깨달은 것이나 뭐 얼마나 다를까?

비행기에서 구름을 보는 것과 맨발로 바닷가 모래를 만져보는 것과 사람을 죽이는 것과. 말리크 입장에서 그 사이에 어느만큼의 거리가 있었을까.

누가 누구에게 의지해 사는지 모를 일이다.

 

 

길고 긴 러닝타임에, 뒤에 가서는 지쳤다.

2010/09/27 01:09 2010/09/27 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