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듣지 않는 컴퓨터에 윈도우를 밀어버리고, 리눅스를 깔았다. 이 녀석의 상태를 봐선 아무 작업도 못할 것 같고, 그저 서핑에 음악듣기나 하려한다.(컴퓨터 상태도 상태지만, 리눅스 사용에 익숙지 않아, 리눅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른다. 주로 해야하는 게 한글문서편집인데, 리눅스배포판이 잘 설치되면 그런 건 할 수 있겠지.)

 

리눅스를 깔고서 설정을 위해 이리저리 찾다보니 RSM FSF라는 그룹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둘 다 자유소프트웨어(의도적으로 '오픈소스' 라는 용어 대신 '자유소프트웨어'를 고집한다고 한다.)를 지지하고 소프트웨어의 상업화에 반대하는 해커그룹이다. 지금 내컴퓨터에 깔려 있는게 우분투 10.10 인데, 이번 버젼부터 우분투도 앱스토어 같은 소프트웨어 상점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RSM, FSF는 이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GPL라이선스를 따라왔던 리눅스 운영체제의 역사를 볼 때, 액수의 문제를 떠나 이런 유료 상점 자체가 놀랍게 느껴졌다.

 

생각에 꼬리를 물다 문득,  BSD라이선스가 떠올랐다.

GPL라이선스를 채용한 소프트웨어는 개작한 뒤에도 같은 GPL라이선스를 채택해야 한다. 하지만 BSD라이선스는 개작 후 어떤 라이선스를 채택하든, 설사 상업용으로 판매하든 아무런 제약이 없다. 난 GPL의 그런 제약이 개발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BSD라이선스가 더 이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었더란다. 사회의 현실적 조건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판단한 관념적인 태도였다고 반성한다.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의 역사를 보지 못했던 게지.. BSD라이선스는 실제로 기업들이 상용프로그램을 공급받는데 도움을 줬다. BSD라이선스는 자신의 취지를 공공의 몫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 '공공'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 오히려 중립이 존재한다는 전제가 비중립적이라는 것을 보지못하고 있다. 비유하면 GPL은 pt독재, BSD는 유시민과 같은 자유주의자에 가깝겠다.

 

어쨋든, 리눅스에도 소프트웨어 상점이 등장했고 앞으로 지적재산권에 대한 쟁점과 갈등은 더 빈번해지겠지. 한편 '노력에 정당한 댓가를, 다만 그 댓가를 돈으로'라는 인식이 더 넓어질테고 지적재산권은 강화되는 방향으로 흐를 공산이 크겠다. 아직은 우분투 혼자지만, 젠투나 다른 배포판들도 이런 소프트웨어 상점을 개장한다면 변화는 비가역적일 것이다. 기여없이 이용만하는 GPL의 소극적 지지자로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