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우님의 [여성연대의 촉구] 에 관련된 글.

 

언제나 단초 수준의 고민이어서 잘 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일단 적어볼게요.

 

여성이 남성의 잔유물로서 섹슈얼리티화되어 있는 것이 문제이고, 그 섹슈얼리티를 전화시킬 기획이 필요한 것일텐데, 그 섹슈얼리티가 애초 여성집단에서 따로, 남성집단에서 따로 구성되는 것인지, 그리고 인위적인 노력으로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예를들면 여성집단만의 대항문화를 만들어내는 것 - 이것은 사회 전체의 이데올로기와 독립되어 있을 수 있는가, 그것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는 것은, 개인을 집단에서 분리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근대 자유주의 법체계가 상정하는 인간에서 비롯한 산물이지 않은가)에 대해 의문이 있습니다. 한 인간이 남성이나  여성으로 주체화되는 과정은 전사회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여성만이 다른 성에게 대상화되는 현실 또한 '남성'이 만든 게 아니라, (그 남성이 포함되어 있는) 젠더중립적이지 않은 사회가 만든 것입니다.

 

서로 다른 주체화경로를 개발하는 페미니즘은 일종의 대항운동으로 진행되기 쉬운 것 같습니다. 대항문화운동은 사회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개인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 해결 방법을 자유로운 개인(혹 전체와는 분리된 집단)을 상정하는 데에서 찾는 역설을 갖습니다. 실제 언니네 같은 공간에서 여성들이 말하는 공간이 열렸을 때, 외부의 남성들은 그 이야기들을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데 활용했을 뿐입니다.

 

성적 차이가 제대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매개하는 보편적인 시민권이 필수적고, 이 때문에 보편적 권리(성별화된 권리)로 구성되는 페미니즘을 고민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그 공동체가 갖고 있는 공통의 양식이 전화되어야하고, 페미니즘은 언제나 공동체 전체에게 발언하는 운동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발언이 토론가능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정치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반성과 성찰의 윤리가 공동체에 요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궁극적으로는 반성을 어떤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공동체가 어떻게 성찰과 반성을 축적해나갈 것이냐는 문제제기입니다. 그리고 만약 어느 집단에 무엇인가 축적 될때, 그것이 사회 다른 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질 때에야 그것이 유효한 전략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도 어떤 개인의 사과가 이루어지는 것 자체는 공동체의 의식이 전환되는 데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하고, 사과가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푸우님의 결론, 여성들의 글쓰기, 여성들의 연대 등을 통해 여성을 고유한 권리를 갖는 주체로서 섹슈얼리티화시키는 것, 에 동의하고, 그 작업을 누가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끄적였습니다.(물론, 짐작하겠지만, 중립적인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자는 얘기를 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이 글을 적는 저 또한 남성이고, 글을 적기 전 매 순간 갈등하면서 제가 무엇을 이해하는지, 동감할 수 있는지에 대해 되짚어보곤 합니다. 항상 자신 없네요.ㅋ 그래서 직접적으로 논란이 됐던 글에 댓글을 달지는 못했습니다. 그게 계속 맘에 걸리고, 말은 부왕부왕 하게 했지만, 결국 남성인 내가 여성과 어떠한 연대를 할 수 있을지 미심쩍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