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잘 봤다.
결국 던져지는 질문은, '내가 알고 있는 나는 나일까?', '내가 알고 있는 게 진실이 아니라면,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까?' 등등
사람의 기억은 얼마나 쉽게 조작되는지.
어떤 상황을 보며, 저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무심코 지나쳤다가, 어느 순간 문득 그 상황을 내가 겪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깜짝 놀라곤 한다. 어쩜 그렇게 까맣게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살 수 있는지. 반대로 겪지 않은 일도 생각하다 보면 마치 진짜 겪었던 것처럼 여겨져서, 나중에는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내 상상이고, 어디까지가 실제 겪은 일인지 모호해져 버린 기억도 있다.
이렇게 불완전한 기억을 갖고 사는데, 영화 속 이야기처럼 이 모든 게 거대한 연극이 아니라고 확인시켜줄 보증서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 시선은 제각각이어서 의사의 얘기와 테디의 얘기 중 어느 편이 진실인지는 결국 알 수 없었다. 세상은 그러리라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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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대사는 - "괴물로 평생을 살 것인가, 선한 사람으로 죽을 것인가"
비유하면 빨간약을 먹을래, 파란약을 먹을래.
죽음의 의미도 어느 편이 real world이느냐에 따라 다중적인데, 자신이 환상 속에 있었음을 알고서도 끝까지 환상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 파란약을 먹겠다는 의미일 수도있고, 파란약을 먹고 평생을 사느니 real world 속에서 죽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어느 편이든, 언제나 던져봄직한 질문이다. real world가 괴물같은 곳인지, 파란약의 세상이 괴물같은 곳인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영화는 현실이 괴물같은 곳이라는 암시를 더 짙게 남긴다.
내가 알고 있는 것(믿고 있는 것 - 이를테면 난 '자유''민주주의'사회에 살고 있어)이 사실인지 누구도 보증해주지 않는다. 그저 다같이 믿고 사는 것일 뿐. 그에 대해 의심을 품으면 테디 꼴 난다. 테디가 전쟁 가운데 겪었던 일들이 '사실'이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전쟁이 끝난지 얼마 안된 시기. 메카시즘이 성행하던 때일 것이다.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파시즘과 싸운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이 당연한 의문에 사회는 어떻게 답했을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이게 아닐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