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잘 봤다.

결국 던져지는 질문은, '내가 알고 있는 나는 나일까?', '내가 알고 있는 게 진실이 아니라면,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까?' 등등

 

사람의 기억은 얼마나 쉽게 조작되는지.

어떤 상황을 보며, 저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무심코 지나쳤다가, 어느 순간 문득 그 상황을 내가 겪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깜짝 놀라곤 한다. 어쩜 그렇게 까맣게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살 수 있는지. 반대로 겪지 않은 일도 생각하다 보면 마치 진짜 겪었던 것처럼 여겨져서, 나중에는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내 상상이고, 어디까지가 실제 겪은 일인지 모호해져 버린 기억도 있다.

 

이렇게 불완전한 기억을 갖고 사는데, 영화 속 이야기처럼 이 모든 게 거대한 연극이 아니라고 확인시켜줄 보증서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 시선은 제각각이어서 의사의 얘기와 테디의 얘기 중 어느 편이 진실인지는 결국 알 수 없었다. 세상은 그러리라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