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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의원의 저작권법 개정안 수정의견에 대한 정보공유연대 IPLeft의 입장

[논평] 우상호 의원의 저작권법 개정안 수정의견에 대한 정보공유연대 IPLeft의 입장
 
지난해 말 국회 문화관광위 상임위를 통과한 저작권법 전문개정안(대안)이 오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저작권법 개정안은 발의시점부터 모호한 개념으로 인한 기술적 문제와 그 내용상 공정이용을 축소시키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며 프라이버시를 포함한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네티즌들과 전문가들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문화관광위원회 국회의원들조차 전부 개정안을 단 몇 분의 질의와 응답만으로 상임위를 통과시켰으며, 공청회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는 등 법개정 절차상에서도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결국 이 법안의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던 인권시민단체들의 요구에 의해서 지난 12월 27일 저작권개정안에 대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법안의 문제 조항들에 대한 많은 우려와 지적들이 나왔고, 이 법안을 둘러싼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표면에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법안을 발의했던 우 의원 또한 법안의 문제조항에 대한 재검토와 수정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지난 2월초에 우상호 의원이 법사위에 제안한 수정의견을 보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수정안은 인권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이 지적했던 104조(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의무), 133조(문광부장관의 삭제명령권), 140조(비친고죄화)의 문제조항 중에서 104조 단 1개 조항을, 그것도 몇몇 자구를 수정하는 것에 머물고 있다. 이 104조 마저도 기술적 보호조치에 의한 공정이용권 축소의 문제나 검열의 위험성 문제 등에 대한 고려는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문구의 모호성 문제만을 해결하기에 급급했다. 수정 부분마저도 여전히 P2P나 웹하드 만이 아닌 거의 모든 인터넷 서비스가 포함이 될 수 있는 여지는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심각히 우려하고 있고, 105명의 법조계 및 학계 전문가들이 반대의견서를 내기도 했던 140조 비친고죄 조항에 대해 우의원은 자신의 확고한 '철학' 때문에 절대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우상호의원의 의지와는 달리, 저작권법은 국회의원 개인이 무조건 자신의 철학을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인다고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저작권법은 그 태생부터 저작권자들과 이용자들의 미묘한 균형 속에서 태어난 다루기 쉽지 않은 민감한 법이며, 그 파장이 일부 산업 주체들만이 아닌 국민 대다수의 일상에 직접 미치게 되는 매우 중요한 법이다. 따라서 이 법을 개정할 때에는 개정 주체와 개정 절차에서도 많은 주의가 요구된다. 개정 주체들에게는 한 사회의 문화발전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과 저작권법의 기본 취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같은 건전한 기본 철학과, 이런 철학에 기반하여 저작권자들과 이용자들의 의견을 모두 들을 수 있는 이해심과 이를 적절하게 조율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이 필요할 것이다. 개정 주체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철학이 얼마나 확고한가가 아니라,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의 발의 주체인 우상호 의원이 갖고 있는 ‘확고한’ 철학은 이러한 기준에 훨씬 못 미쳐 보인다. 이용자들의 공정이용의 권리에는 관심도 없고, 프라이버시와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위헌의 위험을 무릅쓰고 문화 ‘산업’ 살리기에만 혈안을 쏟고 있는 우상호 의원의 철학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을 이바지함’이라는 저작권법의 입법 철학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우의원의 철학은 한 나라의 문화를 책임져야 할 문화관광위 소속 국회의원이 아닌 문화 산업 CEO가 가질 만한 그것에 불과하다.


우 의원은 또한 더 이상 법 개정안의 문제를 문화산업과 정보산업의 충돌로 축소하는 등 본질을 왜곡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문제의 본질은 그가 자신의 입으로 실토한대로 산업 간의 이해충돌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회의 문화와 저작권 제도에 대한 철학의 차이이다. 우의원이 문제조항 수정 불가의 근거로 이야기하는 '철학'이 그렇게 옳고 확고하다면 지금처럼 무조건 밀어붙여 법안을 통과시킬 생각을 하지 말고 자신의 철학을 전문가들과 네티즌들을 설득시키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 만일 설득에 실패한다면 그것은 그의 철학에 뭔가 큰 문제가 있거나, 저작권법의 근본 철학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네티즌들을 포함한 일반 국민들의 상식에도 어긋나있기 때문이란 것을 시인해야 할 것이다.


우상호 의원은 법안 토론회 때 나온 다양한 의견들을 무시하고, 미미한 자구 수정에 그친 수정의견을 냄으로써 법안 토론회를 요식행위로 만들어버리고 토론회에 참석했거나 관심을 가졌던 수많은 사람들을 들러리로 만든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 이번 법안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의 충돌은 철학적 차이에 출발한 것이기에 이번 수정의견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몇 개의 단순한 자구수정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우의원은 지금에라도 문제가 되는 조항들을 철회하고 내용적으로나 절차적으로 국민들의 공감대와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현 개정안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늘 열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소위에서 우상호 의원의 ‘그릇된’ 철학에 대해 ‘현명한’ 심판이 내려질 것을 기대해본다.


2006. 2. 15.
정보공유연대 IPL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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