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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우상호 의원의 저작권법 개정안 통과되면 안된다

우상호 의원의 저작권법 개정안 통과되면 안된다 이은우(변호사, 진보네트워크 운영위원) 12. 5. 우상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여, 12. 6. 문화관광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 법안에는 P2P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기술적 보호조치 의무 규정과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한 책임 강화 규정이 담겨 있는데,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소조항이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세계 제1의 정보통신 선진국이라지만, 앞서 나가도 너무 앞서 나간다. 문제의 조항은 이것이다.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저작물 등을 복제ㆍ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그 상호간에 저작물 등이 불법적으로 복제ㆍ전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술적 보호조치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과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저작물등을 복제·전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 서비스에 대하여 해당 서비스가 불법임을 알고서 이에 접근하도록 설비, 장치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저작권, 그밖에 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서 ‘P2P 서비스제공자는 불법복제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과, ‘불법적인 파일 교환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고 설비, 장치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는 저작권 침해를 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 중 첫번째, 기술적 보호조치에 관한 내용은 미국에서 도입하려다 대대적인 반발에 부딛혀 입법화가 안된 홀링스 의원의 악명높은 소비자 브로드밴드 디지털TV 촉진법(Consumer Broadband and Digital Television Promotion Act; CBDTPA)의 한국판으로 볼 수 있다. 홀링스 의원이 2002년 발의한 이 법은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디지털 미디어 기기’에는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정하는 ‘기술적 보호조치(standard security technology)’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인데, 기술 진보를 가로막는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녹음기나 mp3 플레이어, 미디어 플레이어와 같은 특정한 매체를 재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디지털 미디어 기기에도 아직 기술적 보호조치를 채택하도록 하는 것을 의무로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보다 광범위하고 모호한 ‘P2P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기술적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은 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파일의 개인적인 교환은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것’이므로 허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합법적인 파일의 공유와 불법적인 파일의 공유를 구분해 낼 수 있는 정교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이 법은 합법적인 정보의 교환마저도 미리 막아 버리는 법이 될 것이다. 비용도 문제이다. 정교한 기술적 보호조치일수록 비용은 막대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막대한 비용을 미리 P2P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부담시키게 될 것인데, 그렇게 되면 젊은 벤처 군소 사업자나 비영리적인 P2P 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는 발을 붙일 수 없게 된다. 불법도 하기 전에 기술적 보호조치를 하지 않으면 P2P 서비스를 하지 말라는 것은 P2P 기술의 진보를 법이 가로막는 셈이다. 입법기술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저작물 등을 복제ㆍ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범위도 불명확하기 짝이 없다. 기술적 보호조치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정하지도 않고, 무조건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입법부의 책임 회피이고, 입법권의 포기이다.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저작물등을 복제·전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 서비스에 대하여 해당 서비스가 불법임을 알고서 이에 접근하도록 설비, 장치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저작권, 그밖에 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보고, 형사처벌까지 가한다는 것도 법리상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것은 주로 포털 사이트를 겨눈 조항인데, 이 법에 따르면 불법적인 파일 교환이 이루어지는 P2P 서비스 사업자에게 서버를 임대하는 사업자, 이들에게 카페나 블로그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저작권 침해자가 되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고,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예전에는 저작권자가 침해되는 저작물 목록을 보내면 이를 삭제해 주면 면책되었는데, 이제는 폐쇄시키지 않으면 손해배상 책임과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 전세계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하여 면책조항을 두고 있는데, 이 법은 거꾸로 간다. 그 외에 문화관광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불법 복제물을 수거ㆍ폐기할 수 있도록 하고 온라인상 불법 복제물을 삭제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하되, 온라인상 삭제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자에 대해서는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도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법원의 판결도 없이 행정기관이 패러디 저작물의 폐기, 삭제를 명령할 수 있게 하고,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사실상의 검열’의 효과를 낳으며,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다. 영리를 위하여 반복적으로 저작재산권 등을 침해한 행위 등을 하는 자를 권리자의 고소없이도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비친고죄로 변경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저작물은 당사자가 사용금지를 요청하지 않는 한 널리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저작권 행사를 하지 않는 저작물들을 이용하여 사업을 하는 사업자들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이 형사처벌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것이 부당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은 별다른 이견없이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한다. 아찔하다. 이 법안은 통과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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