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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혁명 100주년] 계급과 권력투쟁 없는 촛불광장과 선거 그리고 이후 3

  • 계급과 권력투쟁 없는 촛불광장과 선거 그리고 이후 3
    - 토론을 위한 테제 -
     
     
    4. 문재인 정권 : 위기와 위기의 대립

     

    -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 공황 등 세계 자본주의의 체제 위기

    - 정치 사회적 극우-보수 포퓰리즘의 부상, 극단적 민족주의, 테러리즘 위협 등 퇴행적 위기

    - 제국주의 대립 격화, 북핵 등 제국주의 전쟁위기

    - 세계 자본주의 위기에 더한 국내 정치경제적 위기를 떠안은 문재인 정권의 위기

     

    * 이글은 문재인 정권의 성격과 구체적인 정책을 분석하는 글이 아니기에 한국 자본주의 체제 관리자로서의 ‘통치 전략’ 중심으로 서술했다.

     

     

     문재인 정권은 시작부터 박근혜 정권이 심화시킨 치명적인 위기를 떠안고 출발했다.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권이 어떠한 개혁적인 정책을 펼치더라도 그 해결책을 기존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국내적으로, 계급적으로 얽히고설킨 여러 위기와의 경쟁과 대립 속에서 반드시 어느 한쪽(또는 동시의)의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특별히 박근혜 정권이 초래한 촛불 투쟁이라는 배경을 안고 탄생한 정권이라서 모든 위기와의 대립에 촛불의 대중적 힘과 정치적 성과를 내세우며 대처해 나갈 것이다. 그것은 국내 정치뿐 아니라 외교, 안보 문제에서도 ‘절차적 민주주의’와 ‘대중적 지지’라는 명분으로 당분간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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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자 이번 정권교체의 주역이었던 촛불 민심을 끌어안는다는 명분으로 노동자 운동 내부를 포섭해 나갈 것이고 한편으로는 자본가계급에게 형식적인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그것은 결국 개혁과 위기극복이라는 명분으로 노동자들에게 다시 희생을 강요하는 절차가 될 것이다.

     이러한 세련된 착취체제 구축을 내건 문재인 정권 초기 대표적인 자본가 이익단체들은 잠시 숨을 죽이고 있다. 하지만 이 사회의 실질적인 지배계급인 그들의 힘과 무기는 민주노총의 선언적 총파업 카드보다 훨씬 강력하고 실질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정부의 정책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착취의 깊이와 무게는 더욱 증대할 것이다. 이미 널리 유포된 4차 산업혁명 환상은 그들이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유용하고 치명적인 무기가 될 것이다. 허구인 4차 산업혁명2) 열풍은 가장 먼저 노동자들을 압박3)해 생산현장과 노사 대립이 일어나는 곳곳에서 자본가계급에 우월적 힘을 실어줄 것이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정 농단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돼 맥없이 무너진 것도 몸을 사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경제주체의 한 축인 재계의 목소리를 계속 억누를 수는 없다. 이미 지난달 29일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은 공개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금산분리 완화 ▶금융규제 개혁을 요구했다. 이런 내용이 포함된 14개 항목의 요청사항을 국민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 모두 문 대통령의 공약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초기에 추진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정부와 경영계가 대립할 게 아니라 서로 설득해 합의가 가능한 부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7. 6. 1일자 기사, ”재계, 문 정부 정책 30개 반박할 자료 만들어 놨다“ [중앙일보])

     

     문제는 여전히 문재인과 같은 ‘기수’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라는 쇠퇴와 야만을 향해 ‘달리는 말’이다. 말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노동자계급의 의식적이고 혁명적인 투쟁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 운동 진영이 문재인 정권에 협조하고 참여하면 할수록 개별 자본과의 투쟁마저 어려워질 것이다. 더욱이 앞으로의 정치 투쟁이 문재인 정권을 넘어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위기와 위기의 대립에서’ 노동자계급은 더 큰 위기와 희생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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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민주노총의 대표적인 노사협조주의-조합주의 세력은 기다렸다는 듯이 비정규직을 위한 일자리 기금 2,500억 원을 내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고, 민주노총은 형식적인 중립성마저 결여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 참가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일부 노동조합 상급단체에서 부르주아 여야 정치 구도가 아닌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전혀 검증된 바 없는 일부 장관 후보자를 지지하는 참사까지 민주노조의 이름으로 용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부와의 협조는 노동자 운동 진영과 자본가 정부 사이의 가교역할을 넘어 노동자 투쟁을 무장해제 시키고 체제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거대한 통로가 될 것이다. 앞으로 개별 자본가와의 싸움도 타협과 양보라는 투쟁 회피 세력의 ‘노동개혁’ 논리가 지배할 것이며, 총자본-대정부 투쟁 또한 ‘노동 적폐 청산’이라는 개량적 요구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원칙적이고 타협 없는 투쟁, 급진적이고 계급적인 요구는 다수를 차지하게 될 내부의 협조자들과 조직질서에 의해 차단당하고 고립화될 것이다.

     게다가 이들과의 전면전을 이끌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내부 투쟁’, ‘의식적 노동자들(과거에는 선진 노동자로 불리었으나 지금은 다른)의 상층 관료주의(조합주의)와의 투쟁’은 소수의 주체마저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계급의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따라서 문재인 정권의 위기보다 훨씬 심각하고 치명적인 위기를 겪고 있는 노동자계급의 위기를 먼저 직시하고, 앞으로 다가올 ‘위기와 위기의 대결’을 준비해야 한다.

     

     위기에 처한 우리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모든 환상을 걷어내는 일이다. 정권교체 환상에 빠진 다수 노동자들뿐 아니라 이른바 좌파, 사회주의자임을 자임하는 세력들의 ‘운동 논리로 포장된 허상’도 함께 깨트려야 한다.

     

     노동자 운동이 문재인 정권에 포섭되는 것을 비판하면서도 “문재인을 우파가 공격할 때는 우파의 공격을 반대해야 한다"4)든가, “독자적인 노동자 투쟁 강화를 통해 개혁? 을 완수하도록 정부를 견인/견제해야 한다”5)는 발상은 문재인 정부가 자본가 정부임을 은폐한다. 노동자 투쟁이 자본주의 체제와 싸우는 것으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태도이다. 우리가 방어해야 할 것은 노동자계급의 투쟁과 이해관계이지, 부르주아 정부와 그들의 정책이 아니다. 설사 노동자계급의 이해관계와 그들의 정책 일부가 일치한다고 해도 정부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힘으로 방어해야 한다. 또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견인이라는 환상은 문재인 정부가 노자 투쟁에서 최소한 중립은 지킬 거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자본가 독재 권력은 행정부뿐만 아니라 국회, 사법기관, 군대, 경찰, 사설경비대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으로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여기서 계급적 중립은 불가능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문재인 정부라는 기수와 자본주의라는 말은 한 몸이다. 우리는 기수를 견인해 말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기수와 말 모두와 싸워 야만의 체제를 끝장내야 한다.

     

     

    국제코뮤니스트전망 l 이형로

     

    <계속>

     

     

    <주>

     

    2) 리프킨은 슈밥의 '4차 산업혁명' 주장에 대해 "제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현재 일어나는 놀라운 변화들은 제3차 산업혁명인 정보화 혁명의 연장선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3) 세계경제포럼은 2016년 1월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던지면서 이로 인한 일자리 영향을 분석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를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선진국 및 신흥시장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지고, 4차 산업혁명으로 21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어 50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4)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가 잘되길 바란다는 덕담 행렬에 동참해선 안 된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실패하길 바란다”고 초좌파적으로 말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잘되는 것이 불가능한 데다, 설사 잘돼 봤자 한국 자본주의가 노동계급을 더 효과적으로, 또 덜 낭비적으로 착취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정부를 격려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물론 2004년 우파가 노무현을 국회에서 탄핵했던 것처럼 문재인을 우파가 공격할 때는 우파의 공격을 반대해야 한다. 당시든 지금이든 문재인은 민중주의자(물론 중도 포퓰리스트)로서 노동자 운동의 일부(물론 온건파 지도자들) 및 시민단체 간부들과 연계가 있다. 그리고 이들은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므로 우파를 반대한다는 것은 노동자 및 피차별자 대중과 관계가 끊어지지 않으려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다만, 사회주의적 좌파로서 우리의 대의명분이 개혁주의자들의 그것과 혼동되지 않도록 원칙에 입각한 비판을 필요한 만큼 해야 할 것이다.“  [00000, <00000 투쟁본부 000 (2017.5.26) 발제문> 중에서

     

    5)  “‘공동정부’의 일원으로 참가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아래로부터(노동자민중)의 투쟁과 맞서야 하는 상황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게 되고, ‘공동정부’로서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진보’는 ‘공동정부’에의 참여가 아니라 민주노총/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강화하는 것을 통해 이 힘으로 문재인 정부를 견인/견제해야 한다. ”  [0000, <00000 투쟁본부 000 (2017.5.26) 발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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