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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10호] 코뮤니스트 좌파 진영 최근 내부 논쟁(1)

코뮤니스트 좌파 진영 최근 내부 논쟁(1)

역사의 경로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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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나를 포함한 한국의 코뮤니스트 좌파는 세계 코뮤니스트 좌파 진영 내의 주요 논쟁을 역사적으로 점검하고 분석하면서 앞으로의 코뮤니스트운동의 올바른 전망을 제시하는 노력을 지속해왔다.(1) 이 글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잠정적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우리는 150여 년 전의 전쟁인가 혁명인가의 화두를 진지하게 꺼내 들고 다시 한번 야만인가 문명인가’, ‘코뮤니즘의 물질적 필요성을 말하는 역사적문명적 인식과 과학적 사회주의의 이론과 실천을 준비해야 한다자본주의 쇠퇴의 객관적 법칙과 조건이 생산권력역사의 주체인 노동계급과 만나 서로 침투하는 계급투쟁을 전개하는데 코뮤니스트의 역사적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코뮤니스트는 맑스주의 원칙 중에서도 국제주의의 원칙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자본주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제국주의 전쟁과 파시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천」 복간 2, 66)

 

그런데 최근 코뮤니스트 좌파 그룹의 대표적 국제조직인 국제코뮤니스트흐름」 (International Communist Current) (이하 ICC)의 23차 대회(2019년 5월 개최)에서 발표한 결정문이 코뮤니스트 좌파 진영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을 정리하고 이후 계속되는 논쟁을 논쟁(2)에서 계속 다루려고 한다.(2)

 

대회 결의문 중에서 특히 국제 상황에 대한 결의(2019) : 제국주의 갈등 부르주아지의 삶경제 위기에서 ICC는 22차 대회의 내용을 반복하면서도 역사의 경로인 전쟁인가 혁명인가의 패러다임이 변화되었음을 명시적으로 제출하여 패러다임 논쟁의 불씨를 던졌다이 논쟁에 뛰어든 코뮤니스트 좌파 그룹들은 설립된 지 몇 년이 안 된 새로운 소그룹들이다아직 이들 논쟁에 ICC와 국제코뮤니스트경향」 (Internationalist Communist Tendency) (이하 ICT) (3)의 본격적 논쟁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논쟁(1)에서는 ICC와 코뮤니스트 좌파의 소그룹 사이의 논쟁을 간략히 정리하기로 한다.

 

2. 논쟁의 발단 : ICC의 23차 대회(2019년 5)의 패러다임 변화

 

2019년 5월 23차 대회에서 발표한 국제 상황에 대한 결의(2019) : 제국주의 갈등 부르주아지의 삶경제 위기에서 ICC는 자본주의 해체 국면의 역사적 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4)

 

“1) 30년 전 ICC는 자본주의 체제가 자본주의 쇠퇴기의 마지막 국면인 해체기에 들어섰다고 밝혔다이 분석은 수많은 경험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지만동시에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는 틀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의 두 가지 결정적이고 적대적인 계급이 스스로의 결정적인 반응을 부여하지 않고 부딪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역사는 그냥 멈추지 않는다아직 자본주의는 이전의 사회형식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삶의 동결“ 또는 정체를 가능하게 한다위기를 안고 있는 자본주의의 모순더욱 깊어질수록 총체로서의 사회를 위한 가장 가벼운 전망을 제공할 부르주아지의 무능력그리고 프롤레타리아트의 무능력은 오직 보편화된 해체의 상황으로 이끌 뿐이다자본주의는 발끝에서 썩어가고 있다.”

 

이어서 ICC는 1989년 소련 동유럽의 몰락이 자본주의 사회의 보편적 역학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다고 본다그 이전에는 계급 사이의 힘의 균형이 그 역학의 결정적 요소로서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가 세계전쟁으로 나가던지 아니면 자본주의의 전복을 전망으로 하는 계급투쟁의 발전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새로운 두 제국주의 블록이 재구성될 때까지 현재 상황을 규정하는 패러다임 안에서는 프롤레타리아트는 패배가 너무 깊어 결정적으로 회복하지 못하는 고통을 받을 것이지만사회의 보편적 진화를 위한 결정적 결과 없이도 깊은 패배의 고통을 느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왜 역사적 경로의 의미가 더 이상 현 세계의 상황과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 사이의 힘의 균형을 규정할 수 없는지의 이유라는 결론이다.(5) 그리고 이어서 최근의 제국주의 사이의 긴장을 상세하게 설명한다.(6)

 

3. ICC의 역사적 경로 패러다임」 포기에 대한 코뮤니스트 좌파 소그룹들의 비판

 

2019년 5월 ICC의 23차 대회의 결의문이 발표된 이후 특히 전쟁인가 혁명인가라는 역사적 경로에 대한 ICC의 입장 변화를 둘러싸고 코뮤니스트 좌파 진영 내의 신생 소그룹들이 정면 비판과 방어에 나섰다그중에서 코뮤니스트 좌파 국제그룹」 (International Group of the Communist Left) (이하 IGCL)(7), 그리고 국제주의자 목소리」 (Internationalist Voice) (이하 IV)가 논쟁의 주역이다.

 

특히 IV는 지속적인 논쟁을 ICC뿐만 아니라 ICT 등 다른 코뮤니스트 좌파 진영과 벌이고 있다보기를 들면ICC와의 논쟁 노동자계급인가 대중인가?」 (2019년 3), GCCF(Gulf Coast Communist Fraction)와의 논쟁 자본주의 발전의 이해에 있어서 약점」 (2019년 5), 국제코뮤니스트당(Proletarian)과의 논쟁 노동자 코뮤니즘은 소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본의 좌파에 속한다」 (2019년 5월 24), ICT와의 논쟁 국제주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의 모호함」 (2019년 4월 27), 통일의 새로운 관점에 대한 GCCF에의 편지」 (2019년 7월 20), ICC와의 논쟁 혁명조직인가 혁명적 출판인가」 (2019년 여름), ICC와의 논쟁 혁명적 출판의 변명」 (2019년 8월 23), 등이 있으며 앞으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이 두 그룹 이외에 미국의 GCCF(8)와 WORKERS' OFFENSIVE」 그룹스페인의 해방」 (Emancipation)(9)이 있다.

 

ICC와 가장 많이 논쟁을 벌이는 IV는 ICC와 친화적이다. ‘역사적 경로’ 문제에 대해서 IGCL을 빗대어 ICC에 대한 비난을 상쇄하려 한다불명예의 교향곡」 (2019년 8월 22)에서 이 그룹은 “ICC와 23차 대회에서 최근의 스탈린주의자들은 프롤레타리아트가 혁명화하지 않고 세계 사회주의에 대한 이전의 이해가 잘못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라고 하는 IGCL의 맹비난을 전하면서 자신들은 코뮤니스트 가치와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방어하고 있다.(10)

 

이제 ICC의 내부분파였던 IGCL의 ICC에 대한 본격적 비판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 그룹은 2019년 7월 ICC의 23차 대회의 대차대조표와 전망 새로운 혁명 세력 중에서 기생주의(parasitism)의 기회주의적이고 파괴적 이론의 독을 소개하기」 (2019년 7라는 글에서 ICC의 23차 대회가 역사적 경로를 포기하고 계급투쟁까지도 청산했다고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2001~2002년 ICC의 조직 위기가 2003년 15차 대회로 이어져 혁명이냐 전쟁이냐의 역사적 대안을 제3의 방식인 기회주의의 영원한 제안다시 말하면 묵시적 전쟁이 아닌 해체의 점진적 진전을 통한 인류의 파괴라는 제3의 대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11)

그리고 소련동구가 몰락한 1989년 이후 세계 자본주의의 역동성은 계급 사이의 힘의 균형에 의해 더 이상 결정되지 않는다고 규정하면서 힘의 균형이 어떠하더라도 세계전쟁이 더 이상 의제에 올라와 있지 않지만자본주의는 계속해서 몰락의 길로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한다.

 

맑스주의의 중심적 정치원칙의 하나인 역사유물론과 계급투쟁이 역사의 동력이라는 코뮤니스트 강령은 더 이상 배반할 수 없다고 보는 IGCL은 오직 유효한 척도는 계급 사이의 힘의 균형을 평가하는 것이라는 ICT의 입장에 동조한다.

 

ICC의 최근의 활동이 최근에 새로운 혁명 세력으로 형성되어 등장하고 있는 그룹과 써클미국호주영국남미 등의 그룹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으로 보이기보다 특정 기생그룹을 향한 공격적 외교로 보이며, ICT의 진정한 몰입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한다.(12)

 

23차 대회를 둘러싼 토론과 문제 제기는 ICC Forums에서도 이어졌다여전히 해체의 조건에서 계급투쟁은 역사의 동력이 아닌가코뮤니즘도 역사적 의제에서 떠난 것인가해체는 야만을 의미하는가부르주아지는 70, 80년대에 노동계급을 통제할 수 있었는데 왜 90년대 이후에는 점차 통제력을 잃게 되었는가역사적 경로에 대한 ICC의 패러다임 변화는 완전히 새로운 출발인가?(13)

 

그러나 진정한 논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코뮤니스트 좌파 진영 내의 논쟁은 두 국제조직인 ICC와 ICT 간의 대립과 치열한 논쟁으로 촉발되고 지속되었기 때문이다.(14) 새로운 논쟁의 시작은 다시 제국주의 전쟁에서 시작되고 있다.

 

4. ICT의 문제제기 – 중국-러시아 블록의 창조와 새로운 제국주의 전쟁의 가능성

 

1989년 이후 두 진영 사이의 균형이 깨어지고 3차 세계대전의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ICC의 주장에 대해 새로운 제국주의 블록이 반()미국 블록에 대항하여 모스크바-베이징으로 재구성되고 있으며지역의 중요한 제국주의 세력으로 이란의 부상을 주목하는 해석을 ICT는 제안하고 있다.(15)

 

세계전쟁은 더 이상 쟁점이 아니라는 ICC의 주장이 ICC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코뮤니스트 좌파의 방법과도 어긋나는 관념론적 역사관이라고 비판한다. 1946년 프랑스 코뮤니스트 좌파는 국가 사이의 이해갈등과 강대국이 약소국의 지배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으며제국주의 사이의 이해갈등이 중국과 러시아그리고 이란의 경우 러시아와의 (그리고 중국동맹또는 미국과의 동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본다.

 

세계전쟁의 위험성을 부정하는 것은 전쟁과 평화라는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에 저항할 수 없게 만들 뿐 아니라 위기와 전쟁으로부터 파생되는 삶의 조건의 피폐화에 맞서는 국제 프롤레타리아트의 투쟁을 요구할 수 없게 만든다고 주장한다그리고 코뮤니스트 좌파 진영 내의 국제회의에서의 공개토론다시 말하여 새로운 찜머발트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앞으로 전개될 코뮤니스트 좌파 진영 내부의 논쟁은 코뮤니스트」 11호에 정리하여 싣기로 한다.

 

2019년 10

국제코뮤니스트전망 ㅣ오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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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의 정리 글은 자본주의 쇠퇴기의 코뮤니스트 운동의 전망” 실천」 복간 2, 2019.3.15., 42~73, <사회실천연구소>

 

2. ICC의 22차 대회(2017년 5월 개최)의 결의문은 “22차 국제코뮤니스트흐름(ICC) 대회 국제 계급투쟁에 대한 결의” 코뮤니스트」 7, 2018.4.30., <국제코뮤니스트전망>을 참조할 것이른바 자본주의 쇠퇴기의 마지막 단계로서 ICC가 설정한 해체」 (Decomposition)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실려 있다.

 

3. ICC와 함께 대표적인 코뮤니스트 좌파 국제조직이며그 전의 IBRP(혁명당 국제서기국)와 CWO(코뮤니스트노동자조직)이 통합한 새로운 조직의 명칭이다.

 

4. 이 결의문은 23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항의 내용이다.

 

5. 위 결의문 6

 

6. 위 결의문 7~15

 

7. 이 그룹은 원래 ICC의 내부분파였는데조직 내부 사건으로 분리된 그룹으로 오래전부터 ICC와 대립해 왔다특히 ICC의 해체를 놓고 2005년부터 본격적인 논쟁을 한 바 있다이 그룹의 입장은 사회적 해체 국면의 ICC 이론의 역사적이론적 절벽’ (ICC의 내부분파, 2005)에 잘 드러나 있다.

 

8. IV와 공동성명 자본주의는 전쟁을 의미한다!를 낸 미국의 코뮤니스트 좌파 그룹

 

9. 2019년 7월 24일 창립대회를 개최했다.

 

10. ICC와 IV, 그리고 IGCL과의 논쟁은 더 지켜볼 일이다.

 

11. 윗글, 2

 

12. 윗글, 4~5

 

13. 국제 상황에 대한 2019 결의 몇 가지 관찰과 질문, ICC Forums

https://en.internationalism.org/forum/16708/2019-resolution-international-situation-some-observations-and-questions

 

14. (1)에 소개한 긴 글은 두 조직의 논쟁이 자본주의 위기세계전쟁의 원인맑스주의 원칙과 방법론등으로 이어졌고, ICC가 2017년 22차 대회에서 ICC가 자본주의 쇠퇴기의 마지막 단계인 해체를 규정하면서 ICC는 세계에서 동떨어진 코뮤니스트 좌파처럼 보이고 있다.

 

15. 중국-러시아 블록의 창조에 대하여, 2019.9.28, <An internationalist Articles Selection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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