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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오세철, “윤석열 ‘전체 공산주의’ 발언은 무지”····“나를 잡아가라”

코뮤니스트 오세철, “윤석열 ‘전체 공산주의’ 발언은 무지”····“나를 잡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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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친북적 경향의 남한 부르주아 정치 운동을 겨냥해 공산주의란 말을 가져다 붙인 거뿐입니다.” ‘코뮤니스트(공산주의자)’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가 윤석열 대통령의 8·15 경축사 중 ‘공산 전체주의’ 관련 발언을 두고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공산 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왔다” 등 여러 발언을 했다.

지난 22일 만난 오 교수는 ‘공산 전체주의’란 규정이 ‘허구의 갈라치기’라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권이나 윤석열 정권이나 둘 다 자본가 정권이자 부르주아 정권입니다. 조금 왼쪽이냐 조금 오른쪽이냐 차이죠. 그 차이 사이에 상상과 허구의 대립 선을 긋고는 진보적이거나 친북적인 운동 세력을 싸잡아 공산주의 세력인 양 규정하고, 타도 대상으로 삼은 거죠.”

정권 주요 정치인들의 주식, 부동산 보유 현황만 봐도 된다. 한국에서 자본의 가장 열렬한 법률 대리 그룹인 ‘김앤장’ 출신들이 두 정권에 포진한 점도 ‘별 차이 없는 정권’의 속을 드러내는 지표다. 대규모 정리해고 등을 진행한 자본가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활동한 게 몇년 전이다.

오 교수는 2015년 공안검사 출신인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문재인 대표는 공산주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이 나왔을 때도 “공산주의 개념을 전혀 모르면서 이 단어를 사용한다. 극우보수가 아닌 모든 사람을 공산주의로 몰아간다”고 했다. “북한과의 대치 상황 때문에 통일이나 평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고 이사장의 발언이 윤 대통령의 그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오 교수는 ‘공산주의’와 ‘전체주의’를 더한 윤 대통령 말엔 ‘공산주의는 곧 전체주의’라는 도식이 깔렸다고 본다. “이런 인식이나 발언에 특히 공헌하는 게 스탈린주의다. 스탈린주의를 공산주의의 대표 사상인 양 이야기하는데, 스탈린주의자들은 실제로는 반혁명 세력일 뿐이다. 북한은 스탈린주의의 변종일 뿐”이라고 했다.

오 교수가 보기엔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는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 봉건적 스탈린주의 잔재가 남은 ‘국가 자본주의’ 형태의 국가일 뿐이다. “지금까지 존재한, 사회주의라는 이름을 붙인 국가들은 결국 다 자본주의”라고 했다. “고인인 김수행 선생도 <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사회-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한울아카데미)에서 그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1942~2015)는 2012년 낸 이 책에서 이렇게 썼다. “노동자가 해방되고 자본가도 해방되어 인간이 해방되는 ‘새로운 사회’가 공산주의이고 사회주의라고 가르쳤습니다. 사실상 소련이나 동유럽 나라들은 노동해방의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고, 당과 정부의 관료들이 점점 더 인민 대중을 옥죄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나라들은 사회주의 사회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였다는 것은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과 <자본론>을 조금만 읽었더라도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결국 ‘소련식 자본주의’가 내부의 위기 때문에 ‘일반적 자본주의’로 성장·전화한 것이 바로 1990년의 소련사회의 붕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김 교수도 코뮤니스트였다. 생전 마지막 강연장으로 삼은 곳은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투쟁 현장이다.

오 교수는 북한이나 중국 같은 반혁명의 일당 독재체제를 ‘공산주의’로 부르는 걸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 공세로 규정한다. “(윤 대통령 등이) 공산주의를 모르면서 공산주의라는 말을 함부로 쓰는 걸 보면 역사 공부를 안 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이름을 바로잡는 ‘정명(正名)’을 이야기했다. 그는 언론사 기고와 인터뷰에서 여려 차례 정명을 강조했다.

‘Communism’의 번역어 공산주의는 스탈린주의, 마오주의, 김일성주의, 남미 등지의 민중주의와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코뮤니즘, 코뮤니스트 좌파란 용어로 표기하고 부르는 것이 옳고 타당하다고 했다.

오 교수는 ‘국제주의자’다. 1920년대 스탈린주의 반혁명 세력에 맞선 코뮤니스트 좌파 분파의 국제주의 정신을 지금도 이어가려 한다고 했다. “마르크스주의는 국제주의자들이거든요. 계급이 중심입니다. ‘노동자는 조국이 없다’, 이게 국제주의자의 핵심 개념이에요.” 지금은 ‘전쟁이 아닌 계급전쟁으로 한국위원회(NO WAR BUT THE CLASS WAR KOREA)’ 위원으로 활동한다.

‘전쟁이 아닌 계급전쟁으로 한국위원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최근 낸 선전문에서 “제국주의 전쟁에서 어느 편도 지지하지 않는다. (…) 지배계급 간의 평화협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전복을 향한 국제적인 계급투쟁만이 제국주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지난 7월15일 총파업 집회 때 ‘전쟁이 아닌 계급전쟁으로’ 현수막을 들고 나갔다. 민족주의 문제가 끼어들면 자본주의 문제를 넘어설 수 없다고 본다. “일본 오염수 방류 문제도 일본 노동자 계급이 일본 부르주아 세력과 싸우고, 한국 노동자들이 일본 노동자들과 연대할 때 해결할 수 있는 것이죠.”

기후 위기 같은 환경 문제도 자본주의의 소산이라고 본다. “자본주의 전체를 넘어서는 다른 사회 체제를 고민하고, 운동을 해야 한다. 자본주의를 넘어서지 않으면 인류의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코뮤니스트”라고 했다.

오 교수는 총파업 집회날 ‘노동탄압 생존권 위협 윤석열 자본가 정권 타도!’ 팻말도 들었다. “노동자 탄압에선 윤석열 정권이 최악입니다.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보다 심합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과 화물연대노동자 파업 탄압, 건설노조 탄압, 집회 시위 자유 제한, 부자 감세, 재벌 규제 완화, 노동시간 연장,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시도 등을 두고 내린 결론이다.

오 교수는 1943년생으로 올해 81세다. ‘운동권 교수’ ‘좌파 교수’라 불리던 30대부터 ‘코뮤니스트’를 자처하며 활동 중인 80대인 지금까지 운동과 실천의 자리를 떠난 적이 없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마르크스 이론을 실천으로 옮기는 운동이다. 실천으로 초지일관한 50년 세월 동안 수많은 ‘동지들’이 떠났다. 민중당을 함께한 김문수, 이재오는 보수 정권으로 갔다. 마르크스주의자 모임을 표방한 ‘즐거운 좌파’의 구성원들 일부는 민주당 쪽으로 이동했다.

2000년대 중반 당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노동자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는 오 교수를 보고 “아니, 선생님, 아직도 이러고 계십니까”라고 했다. 오 교수는 “아직 이러고 있고, 앞으로도 이래야 할 것 같다”고 답했는데, 그 말 이후로도 20년 가까이 ‘이러며’ 살고 있다.

‘이러고 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2008년 8월 ‘사회주의 노동자 연합’(사노련) 활동으로 긴급 체포됐다. 국가보안법 위반(이적단체 구성 및 이적표현물 제작 배포) 혐의였다. 운동권에서 ‘반북’으로 낙인찍힌 그에게 북한 정권을 이롭게 한다는 뜻이 담긴 이적행위를 적용한 것이다. 2014년 대법원이 북한 등 반국가단체와의 연계성이 없더라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결문에 명시하면서 유죄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윤 대통령의 경축사 기조가 이어지면 ‘자본주의 체제 전복’을 내세운 오 교수의 활동도, 사상도 탄압받을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의 ‘북한’ 운운은 2008년 오 교수가 잡혀가던 즈음 “남쪽 사회를 이념적으로 분열시키려는 북한의 시도”에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며 공안몰이에 나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발언과도 이어진다.

오 교수는 2008년 체포 뒤 풀려났을 때 인연도 떠올렸다. ‘상경대 명예교수실’의 다른 동료 교수들이 자신을 피할 때 윤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만이 “고생했다”며 위로도 건네고, 술도 함께 마셨다고 전했다. 다른 이념과 사상을 포용하는 인간애 사례로 기억한다. 오 교수는 오랫동안 공개석상에서 자신을 ‘코뮤니스트’로 밝히며 싸워왔다. ‘자본주의 체제 전복’과 ‘계급전쟁’만이 모든 착취와 억압, 차별을 근본적으로 철폐할 수 있다고 믿는다. “윤석열 정권이 공산주의가 뭔지 알고도 공산주의자를 타도하겠다면 나를 잡아가라”고 했다.


<기사 전문 읽기>
https://www.khan.co.kr/culture/scholarship-heritage/article/20230823070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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