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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10
    내 가난하던 26살의 12월
    이스
  2. 2006/12/10
    오도엽 선배의 시
    이스

내 가난하던 26살의 12월

실로 오래간만에 블로그를 돌아보는 지금 이 시간, 나는 시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라면이라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을 감지덕지 해야 할 정도로 나는 지금 이 순간 돈이 없다. 그러나 돈이 있고 없음 자체보다도, 내가 지금 가난하게 느끼는 것은 내 마음이겠다.

 

쓸데없이 센치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나는 알 길이 없다. 노사관계 로드맵의 통과를 알았을 때 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내가 집회 현장에서 스쳐가듯 만났던 비정규직 노동자들 모두의 비통한 얼굴보다도, 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나는 그 어떤 의미에서도 제대로 된 후배이지 못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나는 어떤 의미에서도 제대로 살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나를 필요로 했던 사람이 있었던 시절, 나는 상처 받기도 주기도 싫어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피하려 했다. 그 사람은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나에게 맞추어야 했다. 하지만 그 어떤 길을 선택했어도, 그 사람이 상처받은 것은 똑같다.

 

이 학교에서 동지라고 말할 수 있는 몇 명이 있다. 어떻든 지금 이 순간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내 스스로가 그들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나는 예전에 했던 실수를 그대로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일에 치여 살려고 노력했다. 일하지 않는 단 하나의 시간은 내 사적인 공부던, 아니면 이론을 쌓는 과정으로 삼건 여유있어 보이는 그 어떤 작태도 내 삶의 움직임 그 자체를 멈춤으로서 무용해지는 것 같은 모든 것이 싫었다. 하지만 그 다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일단의 강박관념이 남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예전에 그랬듯, 그래서 나는 인간적인 사람이 되지 못했고 그 당시 함께 했던 동지에게 냉정하기 그지없는 인간으로 인식된 것이 아닐까 싶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에 아주 작은 항거를 하려고 할 때, 내 마음이 가난하다면 그 항거는 가난한 항거로 밖에 자리매김 되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를 내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가난하게 느껴지는 내 마음부터 조금 풍족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가난하던 26살의 12월아, 이제는 가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지금의 가난한 마음을 잊을 수 있도록, 그래서 어느 샌가 깨달았을 때 더 이상 내 마음이 가난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도록, 조금씩 조금씩 너를 보내려 한다. 너와 이별을 준비하려 한다.

 

 

문제는 추상에서 구체로, 도대체 어떻게, 라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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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엽 선배의 시

파업집회 하지 말고 진탕 술 먹자

-파견법 국회통과를 기념한 축배를 들어라


/오 도 엽



파업을 하면 경제가 어렵다

이제 파업을 하지말자

집회를 하면 교통이 마비된다

이제 집회를 하지말자

비정규직 살리는 법 통과됐으니

이제 모두 비정규직이 되자

모두 비정규직 되는 걸 기념해

술이나 진탕 먹자

단 한사람도 빠지지 말고

온 나라 가득 비정규직 축배가 넘치도록

술병이 날 때까지

다음날 꼼짝 할 수 없도록

파업을 조직할 시간에

술을 먹고 한겨울 거리를 헤매다 감기가 걸리고

집회에서 촛불 바람막이가 된 종이컵에

술 넘치도록 따라 위장병에 걸리도록

반드시 다음날 일터에 가지 못할 지경에 빠지도록


파업을 하면 경제가 어렵다

이제 파업을 하지말자

집회를 하면 교통이 마비된다

이제 집회를 하지말자

진탕 술 퍼먹고

모두 집에서 앓아눕자

지하철 노동자 술병이 나 지하철이 멈추고

병원 노동자도 술병이 나 술병 난 사람 치료도 못하고

버스 택시 노동자도 술병이 나 거리가 한산하게

경제 어렵게 만드는 파업하지 말고

교통 마비시키는 집회하지 말고


비정규직 축배 들다 탈이나

공장에 갈수 없어 공장이 서고

은행에 갈수 없어 은행이 멈추고

도시가스 공급 멈춰 추위에 떨고

발전이 멈춰 암흑에 빠지고

거리엔 쓰레기가 넘치고

교사가 아프니 아이들은 거리를 떠돌고

공무원이 아프니 관공서가 꼼짝 못하게

기쁜 비정규직 세상 진탕 술을 먹자


무늬만 총파업 하지 말고

지치게 하는 집회랑 집어치고

모두가 미치도록 든 축배 진탕 퍼먹고

하루만

단 하루만

한 사람도 빠짐없이

술병이 나

병이 나

꼼짝없이 앓아누워

세상을 멈추고

단 하루만이라도

노동자 앓아누우니

세상도 앓아눕는다는 걸

끔찍이 경제를 챙기는 자본에게

끔찍이 국민을 생각하는 국회의원에게

보여주자

보여주자

단 하루만

앓아누운 노동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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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 본 적도, 이야기 해 본 적도 없는 그러나 정말로 훌륭하다고 느껴지는 동아리 선배. 하지만, 부끄러워서 만나 볼 엄두도 못 나게 되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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