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운전을 안해도 되니 잠시 눈을 감고 쉴 수도 있고

책을 보며 사색에 잠길 수도 있고

이어폰 끼고 음악에 빠질 수도 있고

뜨게질도 할 수 있다.

 

이런 평화로운 자기 감정이 때로는

무지막지한 인간들 때문에 커다란 상처로 돌아오기도 한다.

 

내가 목격한 그 사람들은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과 늙은 남성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두 사람은 지하철 안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이 남성은 책을 보고 있었나 보다.

그 책이란 것이 A3사이즈 보다 조금 더 큰 책이었다.

손을 앞으로 내밀고 남성의 특성상 상체가 좀더 넓기 때문에 자꾸만

팔로 그 옆에 앉아 있던 여성을 건드렸나 보다.

그리고 여성이 싫다는 표현으로 자신의 팔로 탁탁 치는 형식을 취했나 보다.

갑자기 남성의 욕설이 이어진다.

"이 년이 내 딸보다도 어린 년이 나이 든 사람을 팔로 쳐?"

그 뒤에 이어진 욕설들.

보고 있는 나조차 주눅이 들 지경이다.

남성은 그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했는지 보고 있던 책을 반으로 접어서 여성의 얼굴에

냅다 갈기면서 또 다시 욕설이다.

주변에 있던 어떤 사람도 나서려 하지 않는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여성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그 여성의 손을 잡고 전동차 다른 칸으로 이동했다.  

 

그 여성은 다른 칸에 가서도 어안이 벙벙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것 같았다.

여러 심정이 교차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을 때린 저 사람은 누구일까?

자신이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걸까?

자신은 왜 맞아야 했을까?

 

그런데 잠시 후 그 남성은 이 여성이 이동한 칸으로 와서 또다시 여성 앞에 서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나와 여성의 옆에 앉은 할머니가 그 남성을 말렸다.

남성은 물러서더니

"너 이년. 너 지하철 타고 다니지 마."

끝까지 욕설을 퍼붓고 다른 칸으로 이동한다.

 

내가 잘 했는지 모르겠다. 그 남성을 말린 게 잘한 것인지...

혼을 내줘야 하는 건 아니었는지?

나 역시 두려워 한 건 아니었는지?

황당한 사건들이 여전히 예측하지 못한 순간 생겨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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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3 14:49 2007/10/2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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