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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여자들, 젊으나 늙으나 노동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상처위에서 꾸역꾸역 살아가는 나와 나와 같은 여자들, 그냥 흘려 보낼 수 없는 이야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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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5
    3/8 세계 여성의 날/ 작은 소통의 자리 (1)
    짜루

3/8 세계 여성의 날/ 작은 소통의 자리

3/8 세계 여성의 날.

 광장에 모여 단위별로 돌아가며 위안을 담은 공연과 연설을 하고, 보도 듣고, 

난장에서 벌어지는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모처럼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신이 나는

그런 행사들이 많다.

의미 있는 일이다.

한 해동안 여성들이 공동으로 밀어가야 할 쟁점들을 결의하고

한 껏 목소리를 높혀 보는 것 만으로도.

 

그런데, 그런 자리에 있다가 돌아설 때, 묘하게 허탈할 때가 있었다.

뭐랄까?

세상의 당당한 주체라기 보다 '어린이 날' 어린이를 위한 하루의 위안 프로그램같다고 할까?

심지어 여성의 날이라고 여성에게 꽃이나 선물을 주기도 하는 광경에선 모욕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것이 피해의식에 쌓인 자의 까칠함일 지도 모르지만

난 그랬다.

 

그래서, 그냥 광장에 나가 소리 함께 지르는 것만으로 아쉬워

작은 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한 번도 '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 서로를 바라본 적 없고,

'여성'의 삶으로 연대해 본 적 없는,

이 동네 '여성' 활동가들의 일상과 마음이 궁금했다.

 

그래도, 여성들이니까 이 남성중심의 세상, 남성적 조직 문화가 짓누르는 땅에서

작지만 깊고 진한 소통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들도 나처럼, '여성'으로써 세상에 서 있다는 것이

버겁고 두렵워 한 밤중에 눈물을 흘려 본 적 있을 것 같아서.

그들도 나처럼, '활동' '운동'이라는 명분에 갇혀 살다

가슴에서 바람소리가 나고, 똥구멍부터 목젖까지 압이 차서 숨이 막힐 듯한 경험을 할 것 같아서.

혹은 곁에 있던 '동지'라는 이름들로 부터 느닷없는 폭력을 당하고선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본 적 있을 것 같아서.

아니, 그게 뭔지는 알 것 같아서.

 

혹여, 그들도 나처럼 아팠다면, 혹은 아프다면

그냥 비슷한 역사와 통증을 가진 사람들로써

그걸 아는 것 만으로도 힘을 조금 낼 수 있을까 싶어서.

아니, 무엇보다 내가 '여성'으로 살아가는데 힘을 내고 싶어서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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