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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가슴에서 잠자는, 그러나 울컥거리는 소리를 홀로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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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19
    그녀2-2
    짜루

그녀2-2

2.

눈을 떴다.

어떤 얼굴이 바라보고 있다.

오늘 저녁에 들어온 신입이었다.

 

그녀의 육중한 다리를 가리킨다.  

그러더니,애절한 표정으로 혹은 짜증섞인 표정으로

자기 손가락으로 코끝은 빠르게 두들기는 시늉을 한다.

그 신호가 뭔지 안다.

그녀는 자신이 깨움을 당하는 이 상황의 이유를 안다.

코를 골았고, 다리를 벌리다가 옆자리 여자를 짓눌렀다는 것을...

눈짓을 알았다는 신호를 보내자, 신입은 자리에 눕는다.

그녀는, 몸을 돌려 모로 누우며 시계를 본다.

새벽 3시다.

 

이런 젠장, 신입주제에 이 새벽에 고참을 깨워?

 

마음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내, 이걸..

 

마음에서 자장가가 들린다. 토닥토닥...가슴을 두드리며 달래는 소리다.

다시 눈을 감는다. 호흡을 길게 품어 본다.

 

오늘 낮에 공안사범이라는 동갑내기 여자가 독방으로 가고

빈 자리에 또다른 여자가 들어왔다.

떼로 도박을 하다가 들어온 여자다.

오늘은 좀 널널하게 잘 수 있겠다 싶었다가

폐방이후에 열쇠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이 여자가 들어왔다.

신고식겸으로 죄명과 이름과 나이를 물어보고 답하는 시간이 있었다.

모두들 이부자리에 누운채로 신입의 간단한 신고를 듣고 있었다.

아직 TV는 떠들고 이었다. 

 

난 이번이 처음이예요. 재수가 없을라니까 걸려가지고...

낼이나 낼 모레쯤 나가게 될거래요.

밖에서 다 일을 잘 보고 있으니까요.

 

다들 피식거렸다.

한 번 들어오면 그렇게 쉽게 나갈 수가 없는 거란 걸 아는 사람들이었다.

제각각 들어올 때는 내일면 모레면 기대하고

자기는 죄가 없다는 것을 마구 주장하다가

이 놈의 법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하면

2심이라도 어떻게 형량이라도 어떻게...하며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도박 처음해서 여기까지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모두 안다.

사기 할매가 또 배알이 뒤틀려 한마디 거들었다.

 

처음은 무슨...몇 번 유치장까지 갖다가 나갔겠지. 돈 천만원씩 쳐들여서.

벌금도 많았지? 전과있는 도박쟁이는 어쩔 수가 없는 겨.

나는 무신 죄가 있어서 여 있는 줄 아나?

우리 아들이....

 

할매, 고마 됐다.

 

봉사여자가 할매를 말린다.

할매는 입을 다문다. 할매가 아들얘기를 하기 시작하면 또 시끄러워 질 것이다.

아들이 타고 다니는 차가 얼마나 고급차인가 부터 시작하여

얼마나 효자인지에 대한 역사가 나와야 하고

자신이 왜 사기로 이자리까지 오게 되었는지,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그 사연을

다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그런 소리를 배알 뒤틀려서 못보는 여자가 또 나설 것이다.

무슨 효자가 그렇게 부자라면서 엄마를 몇달씩 가둬두고 있냐고...

 

그래, 배는 안고프요?

 

밥도 안넘어가요.

 

그래, 그라면 옷벗고 자리에 가서 누워요.

처음 온단끼네 말하는데, 여기는 감옥이라서 집처럼 자기 맘대로 편케 잘 수가 없는기라.

방에 처음 들어오면, 나이고 뭐고 상관없이 뺑끼통하고 젤 가까운 데서 자야돼요.

먼저 들어와서 고생한 사람들이 선배라고 생각하고

저기 맨끝에 가서 자요.

이불은 오늘은 우선, 옆사람하고 나눠덮고 내일을 들여보내달라고 해요.

나머지, 방에서 지켜야 될 거는 내일 이야기 합시다.

502번, 니 옆에서 자게 해라.

 

고마 내가 맨끝에서 잘랍니다. 내 안쪽에서 자요.

 

키득키득,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나왔다.

그녀가 왜 맨끝에서 자려고 하는 지 알고 있었다.

공안사법이 920번이 들어왔을 때도 그녀는 자신이 여전히 맨끝에서 자겠다고 했다.

코끼리같은 몸에 코를 고는 그녀는 되도록 사람들과 떨어져야 했고

그 몸이 남들 사이에 끼이면 자신이나 타인이나 엄청나게 갑갑해지는 거였다.

920번은 특히나 왜소한 여자라 , 코끼리 몸 옆에 누워있으면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어느 날은 다른 여자들이 그 장면을 보고 920번이 없어졌다고 하는 바람에

그녀는 민망함속에서 한동안 바보가 되기도 했다.

 

도박여자는 좋다며, 옷을 벗었다. 위에는 브래지어 하나, 밑에는 펜티 한장이 달랑..

그리고는 자리에 누웠다. 코끼리 그녀 옆에.

여자들이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도박여자는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잠시 멈칫하더니, 누워버렸다.

봉사여자가 여자들을 제지하며 일어나 앉았다.

 

조용히들 해라. 부장님 오실라.

이봐요. 그러고 잘라고? 입을 께 없어요?

 

네, 그리고 난 원래 잘 때 아무것도 안입어요.

 

까르르르....푸하하하...

여자들의 웃음이 다시 한번 자지러 졌다.

 

난, 원래 드레스 입고 자요.

난, 원래 발가벚고 자요.

내는 원래 여름에는 모시 적삼 잠옷만 입고 잔다 아이가.

난, 원래 ...그이하고.. 아~암~

 

여자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며 놀렸다.

늙으나 젊으나...

 

봉사여자는 또 한번 카리스마있는 소리로 제압한다.

 

조용히들 하라니까. 이 여자들이 오밤중에 벌 서고 싶어서 환장했나.

이 봐라. 여기는 집이 아니라 했제?

밤에 남자간수들이 점검 나온다.

우리가 자는 동안에 대가리수를 세러 온다 말이다.

니 그라고 자다가 이불이라도 차버리면, 그 꼴 그 놈한테 다 보이 주야 된다.

총무야. 반바지 하나하고 T 하나 주라.

오늘은 입고 내일은 넣어달라고 해서 갚아라.

할매들이야 내복도 입고 그라지만

니는 젊었다 아이가.

자, 다들 누우소. 잡시다.

 

도박 신입은 총무가 꺼내주는 반바지와 셔츠를 입고는 자리에 누웠다.

야간담당부장이 뭔가 소란한 낌새를 느꼈는지 기웃거리며 복도에서 오고가다가

이 방을 기웃거리는게 보였다.

다들,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조용함 속에 적막함이 흐르기 시작했다.

감옥의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각자들의 상념이 다시 재생되는 시간이고 억울함과 불안함들이 뒤섞여

한숨이 올라오는 시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두고 온 아기에 대한 그리움, 남편이며 애인이며, 하다못해 소주 한잔에 대한 그리움까지

현재 시점에서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애닯은 그리움에 사무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어쩌면, 여기 이 자리에서 잠을 자야 하는 이 시간 이후로 영원히

자신에게서 떠나보내야 할 것들이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회환과 암담함들이 이 방을 넘어 이 사동을 넘어

감옥의 하늘전체를 뒤덮을 시간이다.

그리고, 저마다의 꿈속에서 어떤 악몽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혹은, 환타지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런, 감옥의 밤이 무겁게 흐르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잠꼬대처럼 한마디 던진다.

 

씨발~ 불을 꺼줘야 될 거 아냐? 낮잠도 아니고...

 

그에 대답하듯, 깊은 한숨이 합창으로 들리다 조용해 졌다.

대낮같은 형광등불빛속에서도 밤은 밤이다.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는 일상이라도 피곤하다. 조용히, 잠드는 소리들이 들린다.

 

여자들이 엷게 코고는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그녀는 뺑끼통옆으로 돌아누워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랬다. 여자들이 잠이 들고 나면 자려고 얼마나 애를 쓰는 지 모른다.

무슨 잠이 머리만 땅에 붙이면 그렇게나 오는지, 그리고 왜그렇게나 시끄러운지...

그만 좀 하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지겨워서 아예, 다들 자고 나면 머리를 땅에 붙이는데..

그렇게 애를 써서 겨우 잠속으로 들어갔는데,

이 놈의 도박쟁이 여자가 깨웠다.

새벽 3시에.

 

독방으로 간 920번이 생각났다.

부러웠다. 편하게 혼자서 잘 수 있는 그 여자가.

동갑내기여자다.

유난히 덩치가 큰 그녀와 유난히 몸집이 작은 920번이 나란히 누워서 며칠을 보냈다.

그 놈의 덩치때문에, 그 놈의 동갑내기라는 것때문에 더욱더

그 두 여자는 비교되어 보였다.

그녀는 독방에서 편케자는 920번에게 묘한 질투를 느낀다.

 

에라~ 이런들 어떠리..곧 나가야 될낀데..

 

그녀는 다시 억울함에 위장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왜 이런 잠자리에 처하게 되었는지...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많이 다스렸다고 믿고 싶었지만, 그녀는 아직도 악몽속에 있다는 걸 느낀다.

이 놈의 코끼리같은 덩치도 짐같고, 탱크소리를 내는 코는 잘라내고 싶을 지경이다.

태연한 척 살고 싶었는데, 이 놈의 도박쟁이가 오늘밤 다시 온갖 상념들을 불러낸다.

그녀는, 상념속으로 들어간다.

보호관찰소에서 자신을 구인하러 왔을 때와, 그 앞의 절간에서의 세월들,

그리고, 그녀가 이렇게 감옥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보호관찰을 받게 되는 처지가 되게 한

그 때의 그 사건과 상황들에 이르는 상념들이 어디서 잠자다가 올라오는 지

차례로 떠오르고 재생되기 시작했다.

2년전, 여기 처음 왔을 때까지 재생되기 시작하자, 그녀는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크게 호흡한다. 자신을 잠재우기 위해서....

다시 살아오는 에어리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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