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11

from 일기 2011/06/11 02:41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 생활을 상상하면서 수다를 떨 때 친구가

'넌 대학가면 운동같은 걸 할 거 같애'

라고 이야기 했었다.

나는 '아마 아닐거야' 라고 했었다. 그 때 운동하는 사람들은

뭔가 '작정한' 사람 같았다.

 

'인생 날로 먹겠다' 운운하며 교대에 들어갈 때도,

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푹 빠져들어갈 때도

휴학할 때도 복학할 때도 

안정적인 삶을 살거라는 믿음은 일관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전혀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고

그렇다고 특별히 운동을 하고 있지도 않다.

 

요즘은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뭔가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조금만 노력하면 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노력하는데 드는 품과 여건들도 점점 어렵게 느껴진다.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들을,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을,

자기 것은 잘 버리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며 욕을 했었는데

지금은 내가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문득 두렵다.

바보가 되는 것도 무섭지만 모르면서 아는 척하고 버틸까봐 그것도 무섭다.

싫었던 사람들이 이해될 때 당황스럽다.

 

요즘엔 특별히 짜릿한 무언가도 없고 특별히 화나는 일도 없다.

스스로 감정기복이 좀 있는 편이구나 싶긴 한데

막연한 불안감이나 무기력함, 짜증이나 우울한 기분 같은 것들이 오락가락 할 뿐

무척 억울하거나 답답하거나 슬프지는 않다.

아 좋다 싶은 만족감이나 편안함, 소소한 즐거움들은 많지만 정말 좋다는 기분은 느껴본지 좀 된 것 같다.

이게 뭘까.. 좋은 걸까.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변화의 이유는 뭘까. 살짝 찜찜한 기분이 된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고민하겠다고 했지만

실험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기도 하지만 딱히 고민하거나 실험하고 있는 건 아니다.

예전엔 다른 어떤 핑게를 대고 적당히 맞추어온 패턴들이 그대로 이어지고

그렇게 사람들을 만난다. 그저 조심스러워 하면서.

어떤 의무가 있는게 아닌데, 아무도 나를 제약하지 않는데 숨는다. 적당히 한다.

사실 그렇게 살고 싶은 건 아닌데.

 

같이 평범하게 살아가면서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건 복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어떻게 살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에 긴장하고 있다.

그래서 실험은 뒷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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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1 02:41 2011/06/11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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