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9

from 일기 2011/10/20 00:00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공룡 그룹노트로 스프링노트도 시작했다.

종민은 블로그를 개편한다고 했다.

나는 뭘 어디에 어떻게 적을지 헷갈려하고 있다. 이러다 또 어물어물 넘어가는 건 아닌지..

 

간만에 집에 다녀왔는데 역시 피곤해..

하지만 나름 기억할만한 날이었다.

엄마의 본명을 알았다. 예전에도 관련된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지만

외할아버지가 살아 계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거였다.

오- 그래. 찾아봐.. 재밌겠네, 라고 말은 했지만

드라마틱한 이 상황을 신기해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인지

혈육이 살아있다니 묘한 감정이 드는건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엄마는 그리운 마음이 들거라고 생각한다.

 

단편적인 이야기들은 몇번 들었지만 사실 내가 별로 관심이 없어서

자꾸 잊어버리거나 연결이 잘 안되곤 했는데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러는 건지

엄마가 안내놓던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아서 그러는 건지

조금씩 얼개가 만들어지는 느낌이다.

꽤나 복잡한.. 하지만 평범하고 뻔한 이야기.

정신대가 무서워 한꺼번에 딸들을 시집보낸 이야기.

아이를 못낳아 버림받은 이야기.

미군트럭에 교통사고를 당한 이야기.

가정이 있는 남자와 사랑해 아이를 낳은 이야기.

아이를 맡기고 떠나려다 다시 데려온 이야기.

안정적인 집안에 재혼해 들어간 이야기.

참고 산 이야기.

정작 딸에게는 신경쓸 수 없었던 이야기.

바보같이 차별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살았던 이야기.

어려워진 살림에 동생 학비 대려고 대학을 그만 둔 이야기.

학생운동 하다가 눈맞아서 결혼한 이야기.

어렵게 산 이야기.

친구와 바람나서 집나간 이야기.

혼자서 어렵게 아이를 키운 이야기.

왜 우리집은 가난하냐며 울었던 이야기.

다시 잘 해보려고 해도 잘 되지 않던 이야기.

또 그 사이 사이에 있는 수많은 이야기.

각자 다르게 담아두고 있을 이야기.

난 사실 제대로 들어보려고 한 적이 없는 이야기들.

 

가끔 들어나 볼까..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지만

사실 나는 별로 자주 문을 열지는 않았었다.

한 번, 두 번.... 아니다 싶으면 그 후로는.

귀찮아서였을 수도 있고,

아니면 너무 오랫동안 엄마의 눈으로 보아왔기 때문에

많은 조건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내가 엄마의 입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 엄마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긴 했지만...

 

할머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쨌든.

아빠에 대해서는 글쎄... 아직 잘 모르겠다.

변명을 듣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어느정도 준비가 된 것 같은데...

그냥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까워지는 것이 무섭기는 하다.

 

나는 어디에 서있나 생각해보면..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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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0 00:00 2011/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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