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다녀온 것을 정리하겠다고 생각은 계속 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오늘 종민과 문자하는데 자기는 장흥에 대한 애정을 막 키워나가는 중이라면서
내가 느꼈던 것과 맞닿는 지점이 있을거라고 했다.
그 말이 듣고 싶었지 사실.. ㅎㅎ
어쨌든 자세한 이야기는 강진만의 상쾌한 비릿함을 입에 머금은채 나누기로 했고..
더 늦기 전에 뭐라도 적어보자.
8일간의 시간이 사실 꿈처럼 느껴진다.
네팔에 도착한 이후부터 나는 밀도 높은 시간, 너무 많은 감정들로 벅차 있었고
한국에 돌아오자 '좋았긴 참 좋았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가 되어버렸다.
그때만큼 감성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논리적으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설명할 수도 없다.
하지만 내가 느낀 것들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
도대체 왜 좋다고 느꼈는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지나쳤는지, 뭐가 좋았다는건지..
그래서 어쩌겠다는건지..
호기심, 낯설고 새로운 것을 만날 때 설레는 마음, 편안함, 모르던 것을 눈으로 봤을 때의 충격, 뭘 더 하고 싶어진 스스로에 대한 조금의 뿌듯함 정도가 정리할 수 있는 말들이다.
첫번째 놀람은 수니따와 줄마야, 허리마야가 공룡에 왔을 때였다.
열린 마음, 적극적으로 뭔가 배우려고 하는 에너지가 전해져 와서 나까지 흥분하게 됐었다.
물론 평소에 영은이가 늘 그런 포스로 옆에 있긴 하지만 어쩐지 나는 늘 노인네처럼 구는데
그들이 왔을 땐, 그들이 손님이라 그런건지, 그저 신기해서 그런건지... 뭔가 찔리는 바가 있었다 -.- ;
어쨌든 우리의 만남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면 다행이다 싶었고,
네팔이 궁금해졌고, 친구가 되면 어떨까...친구가 될 수 있을까...그때부터 궁리를 시작했던 것 같다.
네팔에 간다면 '좀 더' 머물고 싶었고, '좋았다니, 다시 한번!'이라는 마음으로 뭔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미디어 수업을 해보려고 했다.
사실 '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흥분된다'는 말에 꽂혔던 것 같다. 보람있는(?) 수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 교사로 수업을 하는 게 아니라 한 명의 참여자로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면 좋았을 것 같다.
나 또한 나에 대해서 모르는게 많다는 것을 지금 새삼 팍팍 느끼고 있으니...
그래도 안하는 것 보다는 하는게 나았을 걸..그러면 이렇게까지 꿈꾼 것 같은 기분은 아닐텐데.
어쨌든 나는 그들에 대해서 아는게 별로 없다.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 중요해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