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절절함이었거나.

사랑에 대한 갈망이었거나, 

혹은 어떤 것에 대한 그리움이었거나

진저리나는 삶의 밑바닥에서 살아보려고 애를 쓰기보다

그냥 단순히 슝-하고 도피하고 싶었거나

그래서 나는 너를 만난 걸 거야. 

그래서 나는 너를 그리워 했던 걸 거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이들을 내팽겨치고서.

마약처럼, 진통제처럼, 너를 찾았던 걸 거야. 

그게 아니라는 걸, 그게 아니었다는 걸

일찍 깨닫게 해줘서

오히려 고맙다 해야 하나.

내가 있을 곳은 여기라는 거.

당신을 지렛대 삼아 일부의 시간은 살았어. 그게 아니었는데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그냥 가볍게 지나가는 그저 그런 파트너에 불과했는데

몰랐던 거야 나는. 내 가장 소중한 이들에게 그리 깊은 상처들을 주고서.

나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는가를 찾는 어리석음, 그 따위 행위 하지 않아. 

그러나 다시는 누군가를 이렇게 만나지는 않을 거야.

일상을 버텨야만 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해 해야 해. 너와 나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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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3 20:14 2019/10/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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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F/B1 김중혁

from 분류없음 2013/10/09 15:05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아마도 제주에 가보거나 울산서 살아보기 전까지는

도시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크게 해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경비와 아파트 관리소 일을 했던 아빠, 마찬가지로 아파트 청소를 하고 있는 엄마

수 많은 사람들의 삶을 쓸고 닦고 만지고 고치는 일들을 해 온 부모의 삶 때문인지

도시 속 사람들의 생태가 낯설지 않다.

나 역시 단 옆 슬럼가에서 태어났고, 매캐한 공기와 시끌벅적한 소리들 속에서 성장했던 시간들이 어릴 적을 추억할 수 있는 전부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가난한' 이들의 도시는, 무엇이든 원하는 것은 손에 거머쥐며 살 수 있는 곳이 되었다. .

돈이 모이고, 사람은 내쫓기며,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했던 콘크리트 건물들은 흉물스런 폐허가 되었다.  

김중혁의 상상력이 닿는 곳은 일상과 밀착되어 있는 도시 속의 활자와 건물과 그 속을 메운 인간들이었다. 

헌데 그게 진짜 '현실'같지는 않다. 대부분 있을 법한 일이 아닌 환상이다. 

일상의 리얼리티에 대한 애정은 있지만 그 리얼리티를 이루어가는 촘촘한 현실들에서는 거리를 둔다.

그래서 그의 유머감각은 재밌기도 하지만, 불편하다.

내가 지극히 '근대적'인 인간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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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9 15:05 2013/10/0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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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노래, 이승우

from the text 2013/07/13 17:10

70-80년대 박정희와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 정권 치하 속에서

혁명도 데모도 꿈꾸지 않은 자들에 대한 기록, 이라 하면 너무 단순화하는 걸까?

사실 이야기의 전형성 이랄까, 느껴지기는 한다. 작가 스스로도 밝혔듯 치밀하게 잘 쓴 소설도 아니다.

남성 화자가 펼쳐내는 상투적인 플롯, 특히 사촌 누이에 대한 잊혀지지 않는 사랑 뭐 이런 정형화된 텍스트가 이 소설속에서도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 상상력이 거기까지인가 매번 질문하게 만드는.

낡은 폐허 건물에서 발견된 성경 필사, 대체 그 벽서의 기원은 무엇일까를 추적해나가다 

결국 고립된 수도원에서 생매장된 수도사들의 사연이 밝혀지는 다른 한 축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아내의 죽음을 보고서 군복을 벗고 수도사가 된 한정효

어리석은 사랑을 좇아, 세속적인 세상 속에서 얼키고 설기며 다시 수도원으로 들어오는 후

이 둘이 목격한 것은 죽음이었고, 결국 이들이 회귀한 것도 곧 죽음이었다. 

하나는 자의와 타의가, 사실은 후자가 강하게 작용한 처참한 죽음이지만

후와 한정효는 자발적인 죽음을 택한다. 그것만이 이들에게 유일한 평안을 선사했으리라. 

여전히 세상은 떠들썩하다. 그네들이 말하는 것처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권 자체를 '그네들'손으로 만들지 않았던가. 

변화하지 않은 시대, 정치라는 무대 위에서 삭제된 개인의 역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책, 읽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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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3 17:10 2013/07/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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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의 갯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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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1 05:32 2012/04/11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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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싹틔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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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1 05:27 2012/04/11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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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from monologue 2012/04/03 00:45

뱃 속에 아이를 품고 다닌지 5개월이 다 됐다. 

앉았다 일어날 때 무릎이 시리고, 허리가 아파 누울 때도 제대로 눕지를 못 한다. 

점점 커져가는 자궁에 잦은 소변은 그나마 참을만한데, 만성 변비는 으..여전히 못 견디겠다. 

 

너무 태교를 안 했지 싶다. 요즘 거의 스트레스만 잔뜩 받아 몸이 웅크러들고, 나도 모르게 이를 악 다물게 된다. 

그럴 때면 아랫배가 단단히 뭉치면서 아픈 느낌이 온다. 그 날 그날의 정신적 상태에 따라 통증도 배가 된다.

 

주말에는 부러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토요일에는 엄마를 보러 갔다가 일요일에는 농구 챔피언 결정전을 보러 갔다. 

농구장에서는 여느 공연장에서나 느낄 법한 열기가 후끈했다. 귀 깊숙이 울리도록 들려오는 응원가, 정신없이 집중해야 하는 코트장, 숨을 쉴 틈조차 주지 않는 뭔가가 계속 나를 압박해와서 있기가 좀 버거웠다. 이런 점에선 긴장과 이완의 맛이 있는 야구가 훨씬 재미있다. 

스포츠를 볼 때마다 신기한 것이 어찌 마음 가는대로 몸이 움직이나 싶은 것...정말 '새처럼' 날아다닌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선수들은 마음껏 뛰고, 공을 자기 손처럼 이용하며 다룰 줄 알고, 정확한 자리로 패스를 하고, 그걸 또 받아내고 한다. 대단한 연습량이 아니면 어찌 저런 몸짓 하나하나가 개개 선수들 몸에 배어 있을까 싶었다. 그들의 활기찬 역동에 나도 모르게 고무받던 하루. 

그냥 들어가기 아쉬어 안양 경기장에서 수리산에 들렸다. 남편이 노루귀꽃을 보여주겠다며 갑자기 산림욕장 개울을 건넌다. 노루귀는 개울로부터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있었다. 중턱에 간간히 피어있는 작은 꽃들은 노루귀처럼 생긴 것 같진 않았다. 다만 조그마한 꽃잎들 몇 장이 모여 꽃봉오리를 이루는데...낙엽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마치 뱃 속에 있는 아이처럼 보였다. 어쩜 저리 작을까, 그러면서도 다 이름이 있고 하나하나의 생명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공부를 하려는데, 집중은 안 되고 주로 봤던 책들은 전국에 있는 사찰 소개집이나 여행수기였다. 

쓸쓸하고 쇠잔해가는 어떤 것들이 과거에는 지배자나 누릴 수 있던 것, 이라는 생각에 고정되어 

절이나 이름난 명소에 가는 걸 그리 즐겨하지는 않았는데....

요새는 끌린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보면서, 나중에는 딸과 저런 여행을 가볼까 하는 꿈에 부풀어 있다. 내 삶에 대한 고백도 하고 싶고....

 

좋은 생각들을 많이 해야겠다. 달곰이에게 너무 무심했고, 나쁜 어른들만 보게 해주어서 미안했다. 

시원한 봄비가 내린다. 친구 같은 딸과 함께 놀러다니는 꿈을 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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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3 00:45 2012/04/0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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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과망상증....

from monologue 2012/03/22 01:38

가해과망상증, 이라는 용어가 있나보다. 

처음 알았다. 

나도 정신이상자 취급을 받았지만

난 그것이 가해과망상증이라 규정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조직 내에서의 성폭력 2차 가해라는 것,

특히 '보위'가 중점적으로 달려 있는 조직 내에서라면

100% 피해자의 피해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럴 수가 없다. 

여성 남성 똑같다. 모두에게 일차적인 건 조직 보위이다. 

그래서 조직 내에 그 누구에게도 '대리인'을 요청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도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나도 그러했으니.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거, 

합리적으로 운동해 온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 역시 그렇다는 거,

이를 목도해야 하는 피해당사자는....

내 몸을 몇 번이고 씻고, 내 정신 상태를 몇 번이고 의심해봐야 하고,

내가 잘못된 건 아닌가...하고 수십번 되뇌여도

결국은 답이 없어 좌절하는 거, 난 죽어야 한다고 자학하는 거...

그들이 미안하다고 반성해도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직시하고 있는지 모르므로....캐면 캘 수록 또 다른 것들이 나오므로... 

 

피해생존자가 겪은 일들을 사건 일지만 보았다. 

원 가해자 김**이 어떻게, 어떤 과정으로 피해자를 완력으로 제압했으며

성적으로 유린하였는가를 아주 구체적이고 상세한 과정들을 다 볼 수 있었다. 

그런 김**을 불쌍하다고 말하는 손**, 조직을 위해 함구하라 명하던 정**, 박**

내 정치생명 끝난다....실수였다...몰랐다..... 아주 노골적으로 어필하며

살려달라고 용서해달라고 선물주고 뭐하고 빌어도

피해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중단하고 자숙하는 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다. 그럼 끝인가?

자숙? 성찰? 뭘 빌어? 너희들이 뭘 빌어? 그래놓고 조합 탈퇴한 피해자 앞에서

활동 못한다고 택시 운전해서 벌어먹고 산다고 빌빌대고....

가해 당한 건 자신이라며 상담자 매수해 쌍으로 피해자가 너무하다고 활보하고 다니고

위원장 했던 정** 뭐하나 몰라. '년'이라는 말을 붙여주고 싶지만, 차마-

이를 보호해주었던 정진후,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 정진후,

귀찮다며 대의원에게 떠넘기고, 수부에게 떠넘기고, 돈으로 적당히 무마하려 하고.. 이 개.씨발놈이! 

 

더 읽을 수가 없었다.

더는, 더는....

'가해과망상증'이라....

너희들 전부가  가해과망상증 아니니? 고작, 피해자가 말하는 건 피해 사실 말했던 게 전분데

지금 누구를 정신이상자로 몰아?....

 

나 역시 잊지 않겠다.

너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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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2 01:38 2012/03/22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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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사랑학

from the text 2012/03/19 23:24

몇 해 전 사랑을 시작했다던 동지에게 추천해놓고,

나는 이제야 읽어보다.

 

목수정, 야성의 사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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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밤새우면서 분노에 버닝하고 있을 때,

편하게 잠들기 위해 선택한 책이었다. 

가슴이 미어지곤 할 때, 내뱉고 싶은 말들은 엄청난데 이 무식한 뇌에 갇혀 봉인된 언어들을

목수정은 특유의 날카로움으로 끄집어낸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가 지배하는, 지독히도 '지옥'스러운 일상을 통찰하는 저자의 힘, 놀랍다. 

하지만 그 날카로움을 좀먹는 생각들이 곳곳에 보인다.

이성애 중심성, 퀴어적 감수성...이 전혀 없는, 심지어 '병'으로까지 규정하는

프로이트적 언어들을 비판의 도구로 한다는 것, 보는 내내 불편했다. 

 

야성의 사랑학이란 대체 뭘까.

성과 애가 결합된 것이 가장 완성도가 높은 사랑이라는 것도 결국 이데올로기 아닌가. 

 

'사랑', 누구에게나 삶의 화두일 것이지만 쉽게 생각나지도 않고 실현하기도 어려운 것,

사랑할 여유조차 없는 요즘, 진지하게 고민해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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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9 23:24 2012/03/19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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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from the movie 2012/03/15 02:32

또 다시 분노로 잠 못 이루는 날들

혼자 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나왔다. 그리고 선택한 영화, 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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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아니, 영화보다 현실이 더욱 가혹하다. 

 

 

사실 영화에 기대하는 건 어느 정도 극화된 예측불허의 서스펜스 같은...것이었는데

이 영화가 강하게 던져 준 것은 '메세지'였다.

신기했다. 며칠 전 '그것이 알고 싶다'를 우연히 보면서

보험금을 노리고 살인을 저지른 채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사연을 다뤘는데....

나도 모르게 '사연이 있겠지'와 '악마'라는 말이 동시에 나왔다.  

약간의 스포일러이긴 하나 화차도 거의 동일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두 번의 눈물이 나왔다.

아이가 죽고 나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김민희, 그녀를 연상하던 이선균이 조성하에게  김민희는 살인자가 아니라며 멱살을 잡던 장면, 그리고 엔딩....

 

 

이해와 공감은 다른 언어이다. 

그리고 단어에 내포된 의미의 차이를 알려면, 다른 세계를 경험해야만 한다. 

안타까운 개인사를 갖고 있는 자가 저지른 끔찍한 살인 사건, 이라 하면 보통은 '이해'를 하려 하지 '공감'을 하려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 영화의 주인공은 '이해'가 아니라 '공감'을 요구했다. 

 

나이가 나와 같다는 것도, 극중 이름이 나의 본명과 일치한다는 것도

소위 사회가 인정하는 격랑의 시대를 살지는 않았더라도,

돈, 빚, 사채, 이로 인한 노예 생활......그렇게 비참하게 살 확률이 높았다는 거

작년 떠나간 동지도....분명 내 곁에 있었다는 거, 내가 잊고 있던 주변, 운 좋게도 그럭저럭 생존하고 있는 내 삶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어서.  잔상이 오래 남았다. 

 

소설과 영화에서 재현되는 것들은 결국 삶 속에서 발견할 수밖에 없는 것.

다시 돌아와 컴터를 켠다. 

 

........

 

정진후 전교조 통진당 트리플로 가관이다. 성폭력에 대한 사회의 인지가 저열한 건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정진후, 니가 감히 '피해자 중심주의'를 들먹이며

피해자를 우롱하고 냅다 튀어버린 사건은 도저히 용서라는 걸 할 수가 없구나.

이명박이 망쳐놓은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어. 너 같은 게 국회의원도 나올 수 있으니 말이야.

그래도 정권 탄압 빌미로 성폭력 가해 두둔했던 과거 싸그리 잊고, 가해자들은 교단에도 서겠지? 참교육, 99%를 위한 교육대혁명? 지랄 떨면서....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이나 있니 너네가? 너희들은 공감은커녕 이해도 못 한다. 헌데 어떻게 아이들과 소통해? 말이 돼?

 

참 편하겠다. 사람 하나 죽여놓고, 세상 참 막 산다, 너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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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5 02:32 2012/03/15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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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근활동이 끝났다

from monologue 2012/02/29 23:58

작년, 올 해 아주 단기로 단체 상근활동을 했다. 

 

생협에 있은 1년간은 음....뭐랄까. 

 

문제제기할 통로조차 봉쇄되는 것 같은, 

답답함이 있었다. 

말이 조합원 상담이지 이건 뭐, 콜센터 상담일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참 힘들었다. 수화기를 드는 것조차 힘들어 지인에게 전화도 잘 하지 않던 나였는데....

동료들 사이에 쌓은 애정은 그 어느 곳보다 깊었던 것 같다.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일을 하다보니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읽는 폭도 넓어지게 되고,

한 치도 실수를 하면 안 되는 일들이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는, 최대한 긴장을 빼기 위해 서로서로가 노력했던 것 같다. 

웃음, 화, 눈물, 그렇게 켜켜이 쌓이는 일상들...... 그럭저럭 1년을 보냈다. 

 

여노에 있었던 5개월....아.....

어떤 활동을 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특별히 한 게 없다.

내가 알게 된 것은 

법률의 중요성, 이상이나 가치보다 현실에서의 대응이 우선이라

막대를 구부리다 못해 '끊어야' 했던 불편한 진실....이 때로는 통용될 때도 있다는 것.

그 때는 부조리한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이 싫었다. 

 

NGA에서의 6개월

역시 특별히 한 게 없다. 

좋은 사람들, 더 오랜 시간 함께 활동했다면 나도 좀 달라져 있었을텐데

잡히지 않는 개념과 씨름하느라 정신적으로는 지쳐 있었던 듯.

현실에서의 대응보다,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이란. 걸 연구자들과 함께 해야 했는데

아....관성에 젖어 있는 내가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었나보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들이었다. 자기 확신이 없는 채 계속 활동을 끌고 가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도 컸다.

보다 총체적인 시각을 요구하는 활동, 익숙지 않은 언어들....나에게는 버거웠다. 

 

솔직히 아이 문제로 쉰다는 핑계가 있었지만, 점점 지쳐 있었다. 

이건 내가 보기에도 운동다운 운동이 아닌, 갈수록 시간 개념도 엉망이고 

나를 타이트하게 조이면서 하는 활동들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강박, 도 크게 작용했던 듯.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활동을 정리하는 나는 무어냐, 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그럼에도.....

모든 공간에서 얻은 것들이 많았다. 

 

여하간 더 구체적인 미래와 전망들을 그릴 때까지,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며

이 황무지 같은 뇌를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초심이 잘 유지되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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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9 23:58 2012/02/2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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